대법원, 서회-예장에 '21세기찬송가' 출판권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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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서회-예장에 '21세기찬송가' 출판권 인정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5.04.2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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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고법 판결 파기 환송...찬송가 출판권 새 국면

대한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가 ‘21세기찬송가’ 출판 독점권을 인정받았다. 이로써 지난 5년 간 중단된 찬송가 출판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대법원은 지난 23일 찬송가공회가 제기한 ‘출판금지청구권’ 소송에서 서회와 예장의 손을 들어주며, 당초 계약한 출판권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이 소송은 지난 2007년 말 가처분으로 시작된 ‘출판금지청구권(21세기 해설 및 한영찬송가)’ 소송으로 1심에서는 서회와 예장이 승소했으나 고법 항고 후 시간이 흘러 출판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2심에서 공회가 다시 승소한 사건이다. 2011년 고등법원은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피고(서회와 예장)들이 원고에 대해 저작권 등록을 마친 저작물의 출판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날 이후로 5년 동안, 서회와 예장에서는 더 이상 찬송가를 출판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법원 제1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했다. 재단법인 공회가 찬송가 출판 계약을 해지할만한 정당한 이유를 갖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 이와 함께 공회가 해설찬송가와 한영찬송가를 일반출판사들에게 출판하도록 한 것 역시 출판권설정계약을 위반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한마디로 찬송가 저작권자인 찬송가공회가 당초 독점 계약을 체결한 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에 모든 찬송가의 출판권이 유효하다는 것이다.

# 대법, 서회-예장 출판권 왜 인정했나

찬송가공회는 지난 2006년 9월 ‘21세기찬송가’를 발간하고 저작권 등록을 마쳤다. 찬송가공회는 전통적으로 편집-저작권을 가져왔고, 출판권은 교단중심으로 구성된 찬송가위원회와 새찬송가위원회가 지정하는 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에 주었다. 서회의 출판권은 1983년 통일찬송가 발행 당시부터 가져왔던 것이고, 예장출판사는 보수교단 연합기구로 출범하면서 2002년부터 출판권을 받아왔다.

서회와 예장 두 출판사는 2007년 찬송가공회와 ‘21세기찬송가 출판권 설정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기간은 3년, 하자가 없는 한 연장한다”고 약정했다. 서회와 예장은 계약 체결 후 저작권심의위원회에 출판권등록을 했다. 그러나 독점계약을 체결한 3년 사이 공회는 일반출판사에 불법으로 찬송가 출판을 허락했고, ‘해설찬송가’와 ‘한영찬송가’는 서회와 체결한 21세기찬송가와 다르다며 일반출판사 4곳(성서원, 아가페, 생명의말씀사, 두란노)에 출판권을 주게 된다. 이후 한국교회는 21세기찬송가를 둘러싼 소송으로 몸살을 앓게 됐으며, 형사와 민사를 오가는 소송이 찬송가 출간 이후 2008년부터 지금까지 6년 이상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찬송가공회는 지난 2011년 고법 재판 당시 △출판권 계약이 3년 만료로 끝이 났고 △서회와 예장이 계약 기간 중에 법인의 허락 없이 찬송가를 불법으로 인쇄해서 팔았으며 △계약 기간 중 먼저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상호 신뢰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고법은 일부 주장을 인정, 서회와 예장이 더 이상 찬송가를 출판할 수 없도록 했다.

그러나 서회와 예장은 2심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대법에 상고하면서 출판권이 유효함을 주장했다.

# 서회-예장 “모든 찬송가 출판 독점권” 인정

이번 대법원 판결은 고법이 받아들인 찬송가공회의 주장을 전부 뒤집었다. 대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출판권 설정계약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로 재판부는 “한국찬송가공회가 통일찬송가를 제작한 이래 이 사건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서회, 예장)들에게만 출판권을 부여하는 방법으로 소속 기독교 교단들이 찬송가 출판 사업의 이익을 배분받도록 하였다고 할 수 있다”며 연합기관으로서 서회와 예장이 가져온 역할과 계약 목적을 중요하게 해석했다.

또 당시 공회는 서회와 예장이 먼저 소송을 걸어 상호 신뢰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는데, 재판부는 이에 대해 소송의 제기가 상호 신뢰를 파괴될 정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서회와 예장은 독점적 출판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공회는 이를 무시하고 ‘해설’과 ‘한영’은 일반 찬송가와 다른 종류라는 이유로 일반출판사들에게 출판권을 허락했다. 이 사실을 확인한 서회와 예장은 공회와 계약한 모든 종류의 찬송가에 ‘해설과 한영’도 포함된다고 주장하며 2008년 출판금지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은 “출판권성정계약 당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반발이라고 판단하며, “이것이 계약을 유지할 수 없는 객관적 사유가 될 수 없음”을 주장했다.

중요한 것은 대법원이 이번 판결을 통해 ‘해설찬송가’와 ‘한영찬송가’ 역시 ‘21세기찬송가’와 동일한 것으로 인정했다는 점이다. 법원은 “원고(찬송가공회)가 이 사건 출판사들에 대하여 해설찬송가와 한영찬송가를 출판하도록 허락하는 것은 출판권설정계약을 위반한 행위에 해당된다”고 해석했다.

대법원의 판결대로라면 최초에 계약한 출판권은 서회와 예장에 독점적으로 인정되며, 일반찬송가 뿐만 아니라 해설과 한영을 포함한 ‘21세기찬송가’ 전체에 대한 출판권이 서회와 예장에 있음이 확인됐다.

# 대법 판결, 기타 소송에도 영향줄 듯

서회와 예장이 출판권을 되찾음으로써 남은 소송의 향방도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고등법원에서는 서회와 예장이 공회와 일반출판사를 상대로 항고한 ‘21세기찬송가 출판금지청구(일반찬송가)’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 소송은 앞서 고법이 계약 만료를 이유로 서회와 예장에 출판권이 없다는 판결에 근거, 1심에서 찬송가공회의 손을 들어준 소송이다.

수차례 열린 심리에서 고법 재판부는 '21세기찬송가 출판권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판단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현재 재단법인으로 찬송가 출판권을 좌우하는 공회가 교단으로부터 정식 승계를 받은 '정통한 단체인가'를 함께 다루고 있다.

일단 대법원이 서회와 예장의 출판권을 인정함에 따라 고법 재판에서 상당히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게 됐다. 출판권 논쟁이 이번 대법 판결로 완전히 끝났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고법이 오는 5월 7일 열리는 판결에서 찬송가공회 재단법인 설립의 정통성까지 다루게 된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인 승계가 정통하다고 판단한다고 해도 서회와 예장에 출판 우선권이 있다는 당초 계약은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원이 법인 공회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그동안 재단법인이 시행한 모든 계약은 불법이 된다. 더불어 충남도청과 진행 중인 재단법인 해산에 대한 행정소송 역시 상당히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21세기찬송가’를 둘러싼 소송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찬송가 지형에 상당한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되며, 수년간 묵은 체증으로 남아 있는 찬송가 문제의 해결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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