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은 사적인 것이 아니라 공적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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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은 사적인 것이 아니라 공적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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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4.2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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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빈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통계청에서 10년마다 진행하는 종교인구조사(2005)에 의하면 종교를 가진 인구는 전체인구의 52.6%인 2,476만 명으로 10년 전에 비해 약 229만 명 증가하였으며 천주교가 10년 전보다 약 219만 명, 74.4%가 증가한데 반해 기독교는 10년 전보다 14만 명 정도 감소한 861만 명으로 집계되었다.


더욱 주목할 것은 교회학교 학생들의 감소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예장 통합의 경우, 2013년에 유치부원이 6.8% 줄었고, 중고등부의 수는 9.1%가 줄었다. 전체 신자 감소율이 0.06%라는 걸 고려하면, 이는 상당히 심각한 비율의 감소이다. 이는 곧 미래 한국 교회의 부정적인 전망으로 이어진다.


예수께서 “인자가 다시 올 때  믿음을 다시 보겠느냐”(눅 18:8) 하신 경고의 말씀이 바로 오늘 우리 교회와 신앙인들을 향한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에게 제대로 된 믿음, 겨자씨만한 믿음이라도 있었다면 우리 사회가 세월호 참사를 발생케 한 가치관과 문화와 시스템을 만들어내도록 허용하였을까를 반성케 된다. 전 인구의 1/5에 달하는 기독신앙인들이 있는 사회의 가치관과 문화가 물신숭배와 향락주의적 소비문화로 가득하다면 과연 우리가 신앙인이라고 불릴 수 있는지를 심각하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결국 확고하지 못한 기독교적 정체성, 즉 십자가와 부활의 신학에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한 미숙하고 왜곡된 신앙, 기복적 성향은 뿌리가 깊으나 십자가와 섬김에는 얄팍한 신앙과 건전한 신학의 부족, 사회문화적 맥락에 대한 이해 부족, 권력에 대한 신학적 이해의 왜곡으로 인한 사회적 과제 선정의 미숙과 상대적으로 우수한 인재와 풍부한 재원의 활용 부족, 결과적인 연대와 소통의 부족함이 오늘 한국 교회가 위기를 자초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의 위기(危機)는 문자 그대로 위험한 기회를 뜻하기도 한다. 즉 교회와 신앙의 왜곡과 부족한 신앙과 화석화된 신앙은 복음적 신앙의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는 회복의 기회이자 하나님의 부르심이기도 하다. 또한 교회와 신앙의 개인주의와 개교회주의에 대한 함몰로 인한 위기는 신앙의 사사화(privatization) 극복을 통한 신앙의 공공성 회복의 기회이기도 하다. 


교회가 교회다워지는 것은 교회구성원인 신앙공동체 구성원들이 신앙인다워짐을 뜻한다.  그러나 신앙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세워 나간다는 것은 곧 하나님 나라와 하나님의 주권, 청지기, 만인 제사장 신앙 등이 삶에 뿌리를 내린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교회는 세상과의 관계에 있어서 사회적 공동선(common good)에 관심을 갖게 되고, 공공선이라는 사회변혁의 목표에 동참하게 된다.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분리될 수 없듯이 교회의 교회다움과 사회적 역할 역시 분리될 수 없음은 매우 분명하다. 


교회의 교회다움은 신앙인의 신앙인다움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신앙인다움이란 세상 안에서 신앙인으로서 살면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가고 있는가에 따라 판명된다. 개인의 신앙을 사적인 영역에만 적용시키지 않고 공적인 자리에서 책임 있는 실천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신앙인을 신앙인 되게, 교회를 교회답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한다. 교회가 안팎으로 직면한 위기의 본질을 직관하고, 그러나 하나님 나라를 마음에 품고, 오늘 여기에서 우리에게 주신 소임, 즉 “신앙의 공공성으로 하나님 나라를 지향하는 교회”를 주장하는 바이다.  바로 이것이 21세기 초반 한국 교회의 과제이자 우리의 과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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