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와 책임
상태바
회피와 책임
  • 운영자
  • 승인 2015.04.22 17: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인찬 목사(백석신학교 학장)

회피는 기회를 봐서 그 일과 그곳에서 피하여 책임을 지지 않을 때 회피했다고 한다. 책임은 어떤 일의 잘잘못이 있을 때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지 아니하고 자기 몫으로 돌릴 때 이를 책임을 진다고 한다. 요리조리 잘 빠져 나가는 사람을 기름 바른 미꾸라지 같은 사람이라고 한다. 미꾸라지도 미끄러운데 그 머리에 기름을 발랐으니 얼마나 미끄러울까! 상상이 가고도 남는다.


이번 경남기업 성완종 회장의 자살 사건에서 돈을 받은 사람들의 리스트가 나오자 한사람도 돈 받았다는 사람이 없이 잘 빠져 나가려고 하고 있다. 한사람에게만 책임을 지우고 서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한다. 돈 준 사람도 증언도 증거물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발뺌을 한다. 어느 공동체나 국가도 어떤 일에 책임을 지는 자가 없으면 그 공동체와 국가는 연대공범이 된다. 그리고 서로에게 잘못을 전가시키고 상대를 적대시 하게 되고 관계를 끊어놓아 불신의 사회를 만들고 마는 것이다. 오랜만에 신뢰의 프로세스로 나아가기를 원하고 국가연합을 원하는 이때 책임 진 사람이 없이 총리 한 사람만 잘못된 것처럼 잘못을 다 책임지도록 하고 막상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회피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


성경에서 가인이 아벨을 죽이고 숨어 있을 때 하나님께서 “네 아우 아벨이 어디 있느냐 그가 이르되 내가 알지 못하나이다 내가 아우를 지키는 자니이까 이르시되 네가 무엇을 하였느냐 네 아우의 핏 소리가 땅에서부터 내게 호소하느니라”(창4:9-10)라는 말씀처럼 가인은 죄를 짓고 책임은 지지 않으며 회피하였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네 동생 아벨의 핏 소리가 내게 호소하느니라라고 하셨다. 죽은 성완종 회장의 핏 소리가 국민에게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성경에 보면 “감추인 것이 드러나지 않을 것이 없고 숨긴 것이 알려지지 않을 것이 없나니”(눅12:2)라는 말씀처럼 감추인 것이 드러나지 않을 것이 없고 숨긴 것이 알려지지 않을 것이 없다.


책임의 영어는 Responsibility이다. 이는 Response(응답)와 ability(능력)의 합성이다. 다시 말하면 책임은 응답하는 능력을 말한다. 응답을 안 하면 무응답이 되고, 응답을 잘못하면 틀린 응답이 되고, 응답을 잘해야 바른 응답이 되는 것이다. 무응답은 그 일에 무관심이요, 바르지 못한 응답은 역반응이요, 바른 응답만이 좋은 관계와 좋은 공동체를 이루어 가는 구성원이 될 것이다.


그래서 관계 개념에서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말이 있다. 무관심의 원조는 무책임이다. 무책임은 문제를 무겁게 만들고 책임을 지면 상대의 짐을 져주는 것 같아서 공동체와 교회와 국가의 짐이 가벼워진다. 왜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무거운 죄 짐을 회피하지 않으시고 십자가를 지고 가셨는지 깨달아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