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아이들요? 편견 없이 안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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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아이들요? 편견 없이 안아주세요”
  • 손동준 정하라 기자
  • 승인 2015.04.2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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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聖)스러운 수다 ⓶‘일진캠프’ 여는 위기 청소년 사역자들
▲ 오는 여름 ‘일진캠프’ 를 여는 위기청소년 선교 연합회 소속 네 사람. 이들은 ‘다음세대를 놓치면 더 이상 한국교회에 봄날은 없다’며 특별히 위기청소년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길거리의 담배피우는 청소년을 마주친 당신. 머리는 노란색, 팔뚝에는 커다란 문신이 그려져있다. 당신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야단을 치거나, 모른 척 하거나, 혹은 ‘짜식들’ 하며 맞담배를 피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여기 모인 네 사람, 주영광교회 임귀복 목사와 박정길 집사, 양떼커뮤니티 대표 이요셉 전도사와 부대표 이시온 전도사는 위기청소년들의 ‘엄마’ ‘아빠’를 자처하며, 오히려 그들에게 한국교회의 희망이 있다고 소리를 높였다.

봄기운이 만연한 어느 날. ‘다음세대를 놓치면 더 이상 한국교회에 봄날은 없다’고 말하는 이들을 만나 위기청소년 사역에 대한 ‘성스러운 수다’를 나눠보았다.

기자: 먼저 어떤 사역을 하고 있는지 각자 소개를 부탁합니다.

▲ 양떼커뮤니티 대표 이요셉 전도사

이요셉 전도사: 거리에서 떠도는 청소년들 그중에서도, 가정이나 교회, 학교에서 소외받은 친구들을 대상으로 사역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세상과 밀접하게 닿아 있기에, ‘죄’에 쉽게 노출되는 친구들을 만나고 있죠. 제가 섬기고 있는 양떼커뮤니티는 이 ‘위기의 청소년’들을 거리의 현장에서 만나 궁극적으로는 교회로 돌아가 잘 정착할수록 돕는 가이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시온 전도사: 이요셉 전도사와 함께 부대표로 양떼 커뮤니티를 섬기고 있는 이시온 전도사입니다. 제가 특히 주력하고 있는 것은 함께 기도하는 동역자인 ‘양떼 지킴이’ 들을 모집하는 일인데, 지킴이들과 함께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관리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임귀복 목사: 우연한 계기에 위기청소년들이 저희 교회에 모이게 됐습니다. 전체 성도는 50명도 채 안되지만, 그중에서 절반인 15~20명이 청소년들이고 대부분이 ‘위기 청소년들’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위기청소년에 맞는 특화된 사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출 청소년들의 무료급식과 상담을 지원하고, 아이들이 학교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박정길 집사: 대형교회를 섬기다가 주영광교회의 사역을 알게 됐습니다. 청소년, 특히 위기청소년이라 불리는 아이들을 섬기기 위해, 임 목사님을 도와 사역하고 있습니다.

"이단도 포기한 아이들 우리가 챙겨야"

기자: ‘위기 청소년’들은 어떠한 이들인가요?

▲ 주영광교회 임귀복 목사

임귀복: 대표적으로는 학교와 가정에도 있지 못하는 아이들이에요. 하지만 이러한 아이들이 교회에 와서 밥을 먹고 쉼과 안식을 얻는 걸 봅니다.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위기청소년들은 한국교회의 아픔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교회에 오면 교회가 시끄러워진다며 이들을 외면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하지만, 한국교회가 다시 회복되고 살 수 있는 기회가 바로 ‘다음세대’다라고 생각한다면 그럴 수 없어요. 대학만 가도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는 사라집니다. 타 종교에서도 이단에서도 이 아이들을 포기한 채 방치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진짜 복음을 들고 이들에게 다가간다면 다음세대에 대한 교회의 걱정도 크게 덜어낼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사역을 시작하게 된 배경이 있다면?

임귀복 목사: 2010년 삼일교회의 수도권 선교를 통해 20명이 넘는 아이들이 교회로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정착하게 되면서 기존의 성도들 안에서 갈등이 일어나기 시작했지요. 교회 분위기가 완전히 바꼈습니다. 껄렁껄렁한 아이들이 교회에서 무리지어 다니며, 자유롭게 행동하다 보니, 교회에 장년층의 발걸음이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반대로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을 전도해 교회에 데려오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청소년들의 수가 많아지게 됐습니다.

이요셉 전도사: 아이들을 처음 만난 건 교회 부교역자로 일하던 때였습니다. 새벽기도를 하러 본당에 들어갔는데 아이들이 술파티를 벌이고 잠들어 있더라고요. 깨워서 쫓아내고 생각해보니 ‘요즘 같은 때에, 제 발로 교회로 온 애들한테 이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그 아이들을 대상으로 예배 모임을 갖기 시작했고, 그 모임이 지금의 양떼 커뮤니티로 발전하게 됐습니다.

"교회는 아이들에게 최후의 보루"

기자: 위기청소년이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주영광교회 박정길 집사

박정길 집사: 위기청소년들이 발생하게 된 이유는 첫 번째로 가정에 있다고 봅니다. ‘위기’라는 것은 곧 방치라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생계에 바쁘다보니 아이가 시간과 관계 속에서 방치되는 것이죠. 가정이 무너지면 아이들이 갈 곳을 잃게 됩니다. 좋지 않은 문화에 노출되고 건강하지 않은 환경에 물들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이시온 전도사: 가정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에 공감합니다. 학교에서 쫓겨나고 심지어 교회에도 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위기청소년입니다. 이제까지 만난 위기청소년들 중에서 가정에서 풍성한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들이 많이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가 이 아이들의 ‘최후의 보루’가 되어 섬겨야 합니다. 청소년들을 향한 애통함을 가진 교회, 목회자가 있어야 합니다.

기자: 그렇다면 이들을 위해 교회는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까요?

임귀복 목사: 앞서 두 분이 이야기한 것처럼 가정의 위기가 자녀에게 대물림되고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교회가 이 위기의 아이들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교회가 부모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고 우리 스스로를 자녀라고 말하는데 과연 우리가, 교회 안으로 들어온 위기 청소년들까지도 정말 하나님의 자녀라고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부터 되돌아 봐야 할 것입니다.

이요셉 전도사: 임 목사님 말씀처럼 청소년들은 가정에서 충족되지 못한 욕구로 인해 가정 밖에서 ‘가정의 모형’을 찾기를 원합니다. 그것이 바로 ‘가출팸’이 탄생하게 된 이유죠. 이들의 관계는 단순한 우정을 뛰어넘는 ‘가정의 유대감’을 가지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들이 모이다 보니 방향성을 상실하게 되고, 또래라는 한계로 인해 구체적인 도움을 얻지 못하는 것입니다. 교회가 이들에게 가정의 역할을 해 줄 수 있다면, 많은 위기청소년들이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기자: 한국교회 성도들이 갖는 ‘편견’이나 ‘인식’의 문제는 없을까요.

박정길 집사: 먼저 인식의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평신도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가 위기청소년들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니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신앙공동체는 ‘같이 함께’ 하는 공간이라는 점입니다. 정말 그리스도인이라면 구별보다는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 지에 대해 고민해 봐야죠. 송아지가 태어나는 외양간은 원래 더러운 곳입니다. 생명이 태어나는 과정에서 피가 흐르는 것은 당연합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죠. 생명에 집중해야 합니다. 저는 그 생명이 바로, 이 아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임귀복 목사: 교회 밖의 시선도 곱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아이들을 받아주니 아이들의 가정과 학교와도 갈등이 생겼습니다. ‘왜 아이를 받아주느냐’는 거였죠. 그러면 대안을 달라고 요청했더니 대답을 못합니다.

위기청소년들도 학교에 가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소통이 안 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거죠. 저희는 언어와 문화가 다른 아이들에게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위기청소년들을 선교 대상으로 삼고, ‘땅 끝’이라는 생각으로 재정의 대부분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변화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아이들이 점점 변화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고난주간이었는데, 자기네들 끼리 모여서 ‘고난’이 무엇인지, ‘부활’이 어떤 건지 설명을 하고 있더라고요. 물론 욕설을 섞어가며 과격하게 말했지만. 아이들 안에는 놀라운 복음의 흡수력이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아이들의 외적인 모습에 겁먹지 말고, 아이들 안에 복음의 씨앗을 심는 일에 관심을 갖기를 바랍니다.

"관계 없이 말씀도 없다"

기자: 이 사역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 양떼커뮤니티 부대표 이시온 전도사

이시온 전도사: 가장 큰 문제는 재정적인 어려움입니다. 돈이 있어야 아이들을 만날 수 있고 먹일 수 있는데, 돈이 없으니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 자비량으로 사역을 하기 때문이죠.

이요셉 전도사: 청소년 사역에서 중요한 것은 ‘관계’입니다. 사역이 관계고, 관계성이 사역입니다. 그런데 교회는 이 부분에 대해 재정을 투자하지 않아요. 아이들은 ‘선과 악’을 구분하기보다 ‘친하다와 친하지 않다’로 구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과 자주 만나야 하고, 그러려면 물질이 필요합니다. 말씀부터 가르치라고 하시는데, 먹이고 재워주지 않으면 아이들은 말씀을 듣지 않습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한국교회를 향한 바람이 있다면?

박정길 집사: 청소년 사역의 중심이 관계성이듯 교회에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울어줄 사람들 말입니다. 아이들은 등을 보이지만, 사랑한다면 등을 보여도 껴안아줄 수 있어야죠. 한국교회가 그런 부담감을 가지고 위기청소년 사역을 지원해주길 바랍니다.

이요셉 전도사: 교회는 전쟁터라고 하지만, 교회는 벙커고 전쟁터는 삶입니다. 한국교회는 열매의 기준을 ‘교회에 등록 했는가’로 판단하고, 가시적인 열매가 눈에 드러나길 기대합니다. 하지만 다음세대 사역은 멀리 보고,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비로소 효과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영영 열매를 보지 못할 수 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일은 죽어가는 영혼을 살리기 위한 교회의 책임이기 때문에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임귀복 전도사: 여기까지 오면서 한국교회의 따가운 시선이 있었습니다. 주변 목사님들도 “제대로 된 목회를 하려면, 위기 청소년 사역은 절대 안 된다”며 조언하시기도 했죠. 그러나 교회 문을 닫는 일이 생기더라도 주님이 원하시는 일이면 꼭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일을 하게 됐습니다. 이런 각오를 가진 사역자들이 많이 나오길 바랍니다.

패러다임 바꾸는 '일진 캠프'

기자: 여름에 위기청소년 캠프가 열린다고 들었습니다. 소개 부탁드려요.

이요셉 전도사: 올 여름에 100명의 위기청소년과 이들을 위한 멘토를 일대일로 매칭하는 3박4일의 캠프가 준비 중에 있습니다.

지금 다음세대가 메말라간다고 하는데 자꾸 교회에서는 위기청소년들을 외면합니다. 이 아이들을 받아줄 수 있다면 다음세대는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겁니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캠프를 준비했습니다. 캠프에는 불신자 아이들만 초청할거고요. 유‘일’한 ‘진’리이신 예수님만 전하자는 의미에서 ‘일진캠프’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5월 첫째 주부터 멘토 교육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아이들에 대한 개념부터 아이들을 대하는 방법, 복음 전도법까지 가르쳐 드릴 좋은 강사들을 초청했습니다. 이번 캠프는 멘토들에게도 좋은 변화의 계기가 될 것입니다. 아이들이 무서운 괴물이 아니라 복음을 전할 대상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알고 돌아가실 수 있을 겁니다.

또한 교회가 위기청소년들을 어떻게 품을 것인가에 대한 모범적인 모델로 자리 잡기 원합니다. 캠프가 끝난 후에 100쌍의 멘토와 멘티들이 관계성을 이어가며 건강한 변화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만 20세 이상으로, 청소년에게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누구라도 멘토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의 미래를 세우는 일에 함께 동참해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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