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세계 인구 절반, 물 부족 현상에 시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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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세계 인구 절반, 물 부족 현상에 시달린다”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5.04.18 2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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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날 특집 -세계 ‘물’ 부족 사태, 미리 대비해야

“해가 뜨면 물을 뜨러가요, 다른 사람들이 다 퍼가기 전에 빨리 가야해요.”

왕복 3시간이 넘게 걸리는 길. 돌아오는 길은 양동이 무게 때문에 더욱 힘들다.

내딛는 걸음마다 흙먼지가 날리고 그늘 한 점 찾아볼 수 없는 아득한 길.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오랫동안 아이는 이 길을 홀로 걷고 또 걷는다.

이 아이가 들어야 하는 물통의 무게는 18kg. 아이는 웅덩이에 도착해서도 2시간이 더 필요하다. 바닥이 훤히 보이던 웅덩이에 물이 조금씩 차오르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다. 양동이를 가득 채우려면 한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

기껏 받아 올린 물은 짙은 황록색을 띄는 흙탕물. 더러운 물 때문에 설사병에 걸려 온종일 누어있는 날도 많다. 하지만 당장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다.

▲ 지난 12~17일 대구와 경주 일원에서 열린 2015 대구·경북 세계물포럼에서 굿네이버스는 '굿워터 프로젝트' 식수지원캠페인을 벌였다.(사진제공:굿네이버스)

지금도 전 세계 인구 15%인 10억 명이 깨끗한 물 없이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19초마다 1명씩 아프리카의 엄마들은 물 때문에 어린 생명을 잃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DP)은 전 세계 인구 9명 중 1명이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하며, 수인성 질병으로 20초당 한 명의 어린이가 숨지는 것으로 보고했다.

이러한 물 부족 사태는 일부 국가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물 수요는 급증한 반면 가뭄 등의 이상기후로 물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1970년에 석유 파동이 발생했던 것처럼, 이제는 ‘물 파동’에 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는 2025년 전 세계 최대 34억 명이 물 없는 고통에 시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050년이 되면 전 세계 인구 40%가 심각한 물 부족을 겪으며 강 유역에서 생활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지난 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강제 절수’ 명령을 내리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최근 몇 년간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자, 역사 167년 만에 산하 모든 기초자치단체들이 물 사용량을 25% 이상 강제로 감축하는 방안을 수립토록 한 것이다. 물 파동 문제가 현실로 드러날 수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국내의 경우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은 1인당 연간 이용 가능한 수자원량이 1453㎥로, 물 부족국가 기준인 1700㎥에 한참 못 미치는 대표적인 ‘물 부족 국가’다.

정부는 2025년엔 전국 66개 시·군에서 하루 평균 382만㎥의 수돗물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의 연평균 강수량은 1274㎜로, 세계 평균 강수량의 1.6배에 달하지만, 인구 밀도가 높아 1인당 연 강수총량은 2660㎥로, 세계 평균치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한정된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 마련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 물 부족 현상에 세계적 문제로 심화되는 가운데 세계 최대 물 관련 행사인 2015 대구·경북 세계물포럼이 지난 12~17일 대구와 경주 일원에서 열렸다.

이번 물 포럼 기간 중에는 400여개 프로그램에서는 ‘안전한 물’ ‘물 부족’ ‘상·하수도 시설 개선’ 등 물과 관련된 다양한 현안이 논의됐다. 여기서 전 세계 국회의원들은 세계 물 문제 해결을 위한 선언문을 발표하고 해결방안을 촉구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여전히 수십억명의 인구가 안전한 식수와 위생 서비스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와 미래세대 모두를 위한 물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서 법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물 뿐만 아니라 식량·에너지·도시·생태·문화적 해법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물 관리 해결책을 공유하고 전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이들은 통합수자원관리와 이해당사자간 협력, 다양한 정책 간 시너지 창출 등이 이뤄져야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세계 곳곳에 가뭄과 물 부족 사태가 속출한 가운데 물의 재이용, 신기술 개발, 물 전략 교육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각종 의약 물질과 신종 화학 물질로 오염된 하천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미량 유해물질을 적절하게 처리할 수 있는 신기술 확보도 강조된다.

물은 더 이상 펑펑 쓸 수 있는 자원이 아니다. 물 부족 문제가 오늘, 우리의 현실로 다가온 시점에서 작은 실천을 통해 먼저 ‘나부터’ 절수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녹색 성장과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도모하고 환경 보호를 위해서도 현명한 물의 사용이 요청되는 시점이다.

홍국평 교수(연세대 신과대학)는 “이제 교회는 물 사용의 문제도 신학적으로 접근해야 할 때”라며, “물 사용 또한 성서적 분배 정의의 관점에서 우리 자신이 쌓은 바벨탑 같은 욕심에 대항한 거룩한 싸움을 선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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