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구약학, 국제적 역량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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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구약학, 국제적 역량 키워야”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5.04.17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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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구약학회 제98차 춘계학술대회, ‘한국의 구약학’ 주제로 개최

종교가 한 지역사회에 깊숙이 파고들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의 사회문화와 종교간 긴밀한 접촉점을 찾는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130주년을 맞이한 오늘날 한국 기독교의 신학은 어떨까.

한국적 토양 위에 보다 성숙한 성서해석을 정립하기 위해 
한국구약학회(회장:차준희)는 제98차 춘계학술대회를 지난 17일 오후 2시 서울신학대학교에서 ‘한국의 구약학’을 주제로 개최했다.

▲ 한국구약학회 제98차 춘계학술대회가 지난 17일 오후 2시 서울신학대학교에서 ‘한국의 구약학’을 주제로 개최됐다.

학문적 성서해석의 역사가 채 100년도 안 되는 현실에서 한국적 성서해석의 평가는 아직 이를 수 있지만, 한국의 신학교 교육이 강화되고 수준 높은 성서학자들이 양성되는 가운데, 이제는 ‘한국적 성서해석’을 고안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이날 강성열 박사(호남신대)는 “한국 구약학은 비록 과거에는 신학적 성향의 차이로 분열의 아픔을 겪기는 했지만, 이제는 서구 신학계의 자기반성 못지않게 기존의 학문적 경향에 대한 반성과 변화의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고 진단했다.

초기 기독교가 제도화되는 과정에 크게 기여한 기독교 사상가들은 자신이 처한 사회문화적, 교회적 현실을 고려해 성서를 해석했다.

또 과거 성서해석의 주도권을 갖게 된 유럽의 학자들은 크게는 ‘유럽적인’ 성서해석을 지향했으며, 보다 고등적 차원의 성서해석이 시도된 20세기에는 가시적인 지역적 경향성을 띠며 발전했다.

“이제는 한국의 구약학이 국제적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역설한 강 박사는 “한국교회가 세계화가 가져다주는 역기능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독특한 자기만의 ‘색깔’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강조된 것은 한국적이고 동양적인 ‘구약학’의 수립과 함께 외국의 구약학자들과의 꾸준한 교류를 벌이는 일이다.

오늘날 한국의 구약학의 과제로는, 한국교회와 사회의 유익과 건강을 도모하는 신학의 추구가 제안됐다.

예를 들어 오늘의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주요 쟁점인 △평화 △전쟁 △통일 △정의 △인권 △다문화 △동성애 등에 대한 성서의 가르침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강 박사는 “한국의 구약학은 현재 한국교회가 처한 위기상황을 돌파하는 일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한다. 교회가 성장주의 패러다임을 넘어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기여하는 공동체가 되도록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양한 구약 본문을 바탕으로 오늘날 교회와 사회 현안에 입각해 성서적 이해를 모색하는 논문발표가 이어졌다.

오원근 박사(나사렛대)는 ‘모세오경의 정경적 관점에서 바라본 약속의 땅’을 주제로 오늘날 세상을 기업으로 맡은 그리스도인의 궁극적인 사명의 본질적 의미를 발견할 것을 역설했다.

오 박사는 “아브라함의 자손에게 주신 땅은 죄악이 극에 달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땅”이라며, “창 15장 16절에서는 아모리 족속의 죄악에 대한 심판이 하나님이 아브라함의 자손에게 이 땅을 빼앗아 주시겠다고 한 약속의 근거와 당위성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하나님이 아모리 족속을 가나안 땅에서 쫓아내는 심판의 막대기로 이스라엘을 사용하시며, 훗날 언약을 파기한 이스라엘을 그들이 거한 땅에서 쫓아내는 심판의 막대기로 앗수르를 사용하셨다는 것.

이어 오 박사는 “창세기를 비롯한 모세오경의 관심은 땅이 아닌, 땅에 사는 사람들”이라며 “오늘날 그리스도인들도 죄악이 가득한 땅을 제사장 나라로 삼을 수 있도록 보내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구약의 유대공동체의 다문화를 토대로 오늘날 지구촌 시대의 흐름 속에서 ‘다문화’에 대한 성서적 이해를 돕는 발표가 진행됐다.

최종원 박사(서울신대)는 ‘후기 유대공동체의 다문화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다문화 사회 속에서 타문화에 대한 수용성과 배타성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에스라 9~10장은 고대 근동의 민족주의적 개념으로 공동체를 형성하지 않는다. 아사야 6장도 새로운 이스라엘 신앙 공동체는 혈통과 언어 및 기타 한민족의 소속감을 형성하는 요인들과 달리, ‘율법’에 대한 준수를 강조함으로 새로운 신앙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타문화 및 타종교에 대한 무분별한 배타성과 무조건적 수용을 경계한 최 박사는 “자국 안에 살고 있는 이방인 또는 이민족에 대한 포용성은 사회 정의의 잣대 위에서 포용성을 지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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