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경', '귀머거리' 교회에서 쓰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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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경', '귀머거리' 교회에서 쓰지 마세요”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5.04.17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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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편견적 용어 한국교회 내 만연...번역 한글성경 영향 커

한국교회 안에서 평소 사용되는 장애와 관련된 호칭들이 장애에 대한 편견적 가치를 담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한국 기독교 130년 역사 가운데 번역됐던 한글 성경들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돼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일장신대 채은하 교수는 최근 예장 통합총회가 발간한 ‘장애인 신학’에 게재한 ‘한글 공인 성경들에 나타난 장애인 호칭과 그 의미’ 논문에서, “1887년 예수셩교젼서부터 1999년 공동번역개정까지 20세기에 주로 사용된 한글 성경에는 장애인에 대한 무시와 멸시, 차별의 태도를 지닌 표현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중립적 호칭으로 수정 보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일선 교회에서는 목회자들이 설교 중에 ‘소경’, ‘문둥이’, ‘앉은뱅이’, ‘귀머거리’ 등의 표현을 서슴없이 사용하고 있다. 이는 교인들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이런 표현들은 모두 장애인들을 낮춰 부르는 것들이다.

또 많은 사람들은 이 같은 호칭들이 장애인들에 대한 차별적 표현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랄 수 있다. 장애인들조차도 이런 표현에 민감하게 여기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 개역한글 성경 마태복음 11장 5절에 사용된 '소경' '앉은뱅이' '문둥이' '귀머거리'는 모두 장애인을 낮춰 부르는 표현들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장애 관련 호칭은 공식 명칭이 아닐 뿐 아니라, 신체적 기능 위주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면에서 성경에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번역 한글성경 본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887년 최초로 한글로 번역된 ‘예수셩교젼셔’에서는 ‘앉은뱅이’(안잔방이), ‘절룩발이’, ‘소경’(쇠경), ‘벙어리’(벙얼이), ‘귀머거리’(귀먹당이), 심지어 ‘병신’이라는 호칭까지 사용됐다.

1896년 발간된 국내 최초의 한글 신문이자 민간 신문인 ‘독립신문’에서조차도 ‘병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점을 봐서도 장애인에 대한 구한말 시대적 편견이 상당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채은하 교수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1938년과 1952년, 1961년 번역된 ‘개역’본, 1977년 ‘공동번역’본, 1993년 ‘표준새번역’본에서도 ‘문둥이’, ‘앉은뱅이’, ‘귀머거리’, ‘소경’ ‘눈 먼 사람’ 등 장애에 대한 부정적 표현은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시대가 지나 1998년 개역개정과 1999년 공동번역개정, 2001년 새번역 본에서는 그 이전 시기 한글성경보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을 크게 이뤄진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한글번역 성경 속 장애인 호칭에 대한 비교(채은하 교수 논문 中)

장애인

공식명칭

개역개정(1998) 공동번역개정(1999) 새번역(2001)
한센인 나병환자 나병환자 나병환자
지체장애인 다리 저는 사람 / 장애인

불구자/ 절름발이 /

절뚝발이/ 곰배팔이

지체장애인(자)/ 다리저는 사람

언어/

청각장애인

벙어리/ 귀머거리 벙어리 / 귀머거리

 말 못하는 사람 / 귀먹은 사람

(귀머거리) / 듣지 못하는 사람 / 벙어리

시각장애인 시각장애인 소경 눈먼 사람

늦은 감이 있지만, ‘장애인’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게 된 것이 1990년 심신장애자복지법에서 장애인복지법으로 개정됐을 때라는 점에서, 교회만 늦었다고 할 수만도 없는 부분이다.

채은하 교수는 “비록 장애인이라는 공식 호칭이 일반화되지 않았지만, 한국교회가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성경 본인 ‘개역개정’에서 문둥이, 절뚝발이, 앉은뱅이, 불구자, 병신과 같은 비속어 호칭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렇지만 한국 기독교가 전래 이후 신분차별 철폐, 남녀평등 구현, 또 장애인 인권 개선에도 기여한 사실이 있는 한국 교회가 오히려 시대적 환경에 영향을 받아 적절치 못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분명히 아쉬운 대목이다.

또 개역개정 본에서 장애인에 대한 기피나 차별적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고 실제 부정적 의미를 많이 걷어냈지만, 성경에 사용된 표현은 장애인에 대한 공식 용어가 아니다. 예를 들면, ‘문둥병’을 ‘나병’, ‘소경’을 ‘시각장애인’, ‘곱사등이’는 ‘등 굽은 자’, ‘난쟁이’는 ‘키 못자란 사람’으로 표현하는 데 그친 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공식 명칭을 조금 살펴보면 ‘나병환자’는 한센인, ‘절름발이’는 지체장애인, ‘귀머거리’는 청각장애인, ‘소경’은 시각장애인이다.

개역개정과 비슷한 시기에 나온 표준새벽이나 공동번역에서도 마찬가지로 신체적 기능에 지나치게 초점을 둔 것은 한계다.

이에 대해 지체장애인선교연회 회장 이계윤 목사는 “장애는 한 사람의 특성이고 개설일 뿐이지만, 지금의 성경 본에서는 사람보다는 장애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용어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또 “예수께서 성경에서 38년된 장애인을 일으켜 세운 것은 공동체 속에 더불어 살도록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우리는 장애 자체, 치유사건의 도구로만 보고 있지 않은 지 반성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발달장애인선교연합회 회장 최대열 목사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성경들이 서로 다른 용어를 사용하는 것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며 “편견적 용어들을 하나로 만드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개역개정에서는 표준새번역과 새번역과 마찬가지로 장애인 호칭을 다리 저는 사람, 말 못하는 사람, 듣지 못하는 사람 등 기능적 측면에서 표현하고 있다. ‘지체장애인’을 사용한 곳은 새번역 성경에서 두 곳(행 18:7, 14:8), 개역개정에서 네 번(마 15:30~31, 18:8, 막 9:43) ‘장애인’ 호칭을 사용하고 있지만 장애 종류가 분명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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