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교회? 경로당 잘 섬기는 건강한 교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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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 교회? 경로당 잘 섬기는 건강한 교회죠!”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5.04.15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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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회, 세상을 섬기다(1) 새누리교회

지난해 개혁포럼에서 ‘건강한 교회’로 선정

목사 장로는 물론 권사까지 신임 투표 확대

목회자가 아닌 평신도들이 세운 교회. 그렇다고 유명세를 탄 교회도 아니다. 그냥 조용히 ‘교회다운 교회’를 지향하는 성도들이 모여서 지난 2007년 개척한 교회다.

새누리교회(담임:오세준 목사)는 조선족들을 비롯한 외국인 근로자들이 군락을 이루며 살아가는 곳, 서울 영등포구 대림3동 상가 건물에 있다. 지하철 2호선 대림역에 내려 한국말과 중국어가 적당한 화음으로 섞여 들리는 길을 따라 10분여를 걸어가면 새누리교회가 나온다.

▲ 새누리교회 담임 오세준 목사.

그렇다고 쉽게 찾을 수 있는 큰 교회도 아니다. 흔히들 건물 외벽에 크게 써 붙이는 교회 이름조차 없다. 건물 입구 윗부분에 붙어있는 하나가 교회를 알리는 전부다. 건물 6층. 위치상으로도 쉽게 접근하거나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장소는 아니다. 그러나 그곳에 건강하게 세상을 섬기는 새누리교회가 있다.

# 1년 52주 어르신들 방문

새누리교회를 물어보면 위치는 몰라도 ‘아, 그 교회’라며 반색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많다. 인근 지역에서는 ‘경로당 잘 섬기는 교회’, ‘다문화 가정 보듬는 교회’로 이미 이름이 나있다.

오 목사는 매주 수요일이면 성도들과 함께 어김 없이 교회를 나선다. 대림3동 관내 4개 경로당에 있는 어르신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처음 한 곳에서 시작한 것이 어느새 4개로 늘었다. 1년 52주 한 주도 빠짐 없이 어르신들을 찾아 문안했다. 대부분 80세 전후의 어르신. 90세가 넘는 어르신들도 있다.

경로당에 가는 날이면 늘 풍족하게 준비한다. 과일과 간식, 커피며 온갖 먹거리를 내려놓고 어르신 한 분 한 분을 일일이 문안한다. 손을 잡고 안부를 전하고 건강과 행복을 위해 기도한다. 야위고 거칠어진 손마디에서 감사가 전해진다.

오 목사와 새누리교회를 처음부터 반긴 것은 아니다. ‘으레 한 번 정도 왔다 가는 거겠지’ 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한 주 두 주 방문이 이어지자 이제 한 주라도 빠지면 서운해 한다. “이게 벌써 4년이 됐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갈 시간이 되면 어르신들께서 미리 준비하고 계시다가 반갑게 맞아주세요. 어떤 때는 ‘교회 행사에 보태 쓰라’면서 쌈짓돈을 주시기까지 하는 사이가 됐습니다.”

대림3동의 인구는 약 3만여 명 정도. 다문화 가정이 3천5백여 가정인데, 이 중에 80%가 조선족이다. 새누리교회는 이 다문화 가정의 문제를 떠안았다. ‘피아노 교육’이 그 첫 번째 사역. 매주 수요일 교회로 와서 피아노를 배우던 아이들의 실력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면서 일주일 내내 피아노 소리가 들린다. 레슨은 수요일에 있지만 언제나 열려있는 연습실을 찾아오는 아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를 않기 때문이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매 분기마다 한 번씩 선생님들과 함께 야외 현장학습을 나가기도 한다.

“경로당 섬김 사역과 다문화 가정 사역은 교회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 새누리교회는 교회가 그동안 하지 못했던 사역을 찾아서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이런 섬김을 통해 건강해져 가는 것을 보는 것이 목회자로서의 보람이기도 하다”고 오 목사는 말한다.

지난 11일에는 창립 8주년을 기념하는 지역주민 초청 ‘사랑방콘서트’를 열었다. 지역의 어르신들과 다문화 가정에서 3백여 명이 참석해 다른 곳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따뜻한 사랑을 가득 안고 돌아갔다.

▲ 새누리교회는 지난 11일 창립 8주년을 기념하는 지역주민 초청 '사랑방콘서트'를 개최했다.

# 2014년 ‘건강한 교회’ 선정

‘건강한 교회’도 새누리교회를 설명하는 단어 중 하나다. 개혁포럼이 지난해 5월 발표한 ‘건강한 교회’에 선정되기도 했다. 교회다운 교회, 건강한 교회를 지향하면서 노력해 온 결과였다. 교회의 본질에서 벗어나 비 복음적으로 흘러가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통탄하던 평신도들이 일어나 산고를 거치면서 지난 2007년 4월에 창립한 교회. 초대 교회의 정신을 이어받아 외형적인 화려함이나 명성보다는 내면의 깊은 영성과 자기부인의 삶을 위해 부단히 훈련하며, 직분 중심에서 은사 중심으로 교회의 본질을 회복해가는 가정교회 사역을 추구한다.

이런 이유로 새누리교회에는 당회가 없다. 대신 운영위원회가 교회 운영을 위한 최고 결정을 한다. 운영위원회에는 담임목사를 비롯해 장로회, 재정부, 관리부, 남녀전도회 회장 등이 참여하지만, 목사가 아닌 장로가 위원장을 맡았다. 교인총회 역시 장로가 대표다.

오 목사는 “담임목사는 설교와 성례전, 심방과 양육에만 집중합니다. 나머지 교회 운영은 장로와 성도들이 교회의 주인으로 모두 참여해 운영하는 독특한 시스템은 새누리교회만의 특징이자 강점”이라고 설명한다.

‘신임 투표제’도 실시한다. 목사와 장로에 대한 신임은 물론 다른 교회에는 없는 ‘권사’까지 그 범위를 확대했다. 교인 2/3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 신임 투표에서 오 목사는 2년 전인 2013년 10월 재신임을 받았다. 반대는 4표에 불과했다.

‘교회 분립’은 처음부터 교회 정관에 포함시켰다. ‘출석 교인 3백 명 이상이 되면 분립한다’는 내용이다. 건강한 중소형 교회를 많이 세우는 것이 새누리교회의 지향점이기 때문이다. “우리 교회는 건물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교회 재정을 건물을 짓는 데 사용하지 않고 사람을 키우고 양육하는 데 집중하는데, 하나님의 지체들이 삶의 현장에서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잘 감당하는 주님의 제자로 살기를 갈망하는 이유에서입니다.”

오 목사와 새누리교회는 건강하지 못한 교회들, 분쟁하는 교회들에게 도전을 주는 교회가 되기를 바란다. 이런 이유로 교회 재정은 10원짜리 하나까지 모두 공개한다. 교인들이 바라는 ‘투명한 교회’가 되기 위해서다. 재정에 대한 부분은 담임목사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집행되는 상황만 보고 받고, 운영위원회에서 결정된 대로 집행하고 회의 때마다 공개한다. 게시판에도 공개하지만 성도들의 요구가 있을 때도 언제든지 공개한다.

# 새벽기도 대신 ‘가정기도회’

청년들이 의외로 많은 것도 새누리교회의 특징 중 하나다. 대부분의 개척 교회에서 청년들을 보기 힘들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그러나 40여 명의 청년들이 교회로 모여들었다. 매주 출석 인원도 30명에 육박한다. 처음에는 연령층이 높고 젊은 사람들이 없는 여느 교회와 똑같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한 명 두 명 젊은이들이 늘어났다. 예배당이 있는 5층은 공연장으로 꾸며졌다. 청년들이 예배하면서 공연과 콘서트도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작년에는 태국으로 단기선교를 다녀왔다. 교회 설립 이후 처음이다. 교회 자력으로 준비했고, 2천여만 원에 이르는 경비도 성도들의 힘으로 모았다.

“우리 교회가 청년들을 위해 특별하게 해준 것은 없어요. 교회 형편이 그렇게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보여주었고, 교인들에게도 다음 세대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당부했습니다. 이렇게 하자 청년들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새누리교회는 새벽기도 대신 ‘가정기도회’를 드린다. 개인적으로 새벽기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오 목사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벽기도를 없애고 가정기도회를 만들었다. 가정기도회는 매일 저녁 9시 30분에 진행된다. 아이들과 부모들이 1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자료집을 만들어서 배포했다. 매일 읽을 성경 본문, 본문의 해석과 적용, 공동의 기도 제목을 넣었다. 그랬더니 새벽기도회에 참석하지 않던 가정에서도 매일 가정기도회를 드리기 시작했다. 묵상한 것을 나누면서 부모와 자녀가 대화하기 시작했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알게 됐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성도들이 매일 기도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새벽기도회를 하면 참석하는 인원이 10명 미만이었죠. 그런데 가정기도회가 확산되면서 대부분의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기도하는 기도 공동체가 됐습니다.”

새누리교회의 성도는 약 2백여 명. 어른, 어린이를 모두 합친 숫자다. 이들이 이 많은 사역을 이끌어간다. 하지만 건강한 교회로 우뚝 서기 위한 신앙의 역동성은 산을 움직이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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