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고양이, 새, 곤충들 책임지는 교회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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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고양이, 새, 곤충들 책임지는 교회 돼야”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5.04.13 1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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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동교회 방영철 목사, 예장녹색교회협의회 워크숍서 밝혀
▲ 광동교회 방영철 목사가 예장녹색교회협의회 워크숍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도시문명이라는 것은 오로지 인간만을 위한 것입니다. 인간 외에 다른 기타 피조물에 대해서는 전혀 배려를 하지 않죠. 하나님께서 우리를 자연 피조물의 청지기로 삼으셨습니다. 그들을 돌봐야 할 책무가 우리에게 있는 것이죠.”

13일 광동교회(담임:방영철 목사)에서 열린 예장녹색교회협의회(공동대표:이상진 외 3인) 워크숍에서는 수단으로서가 아닌 기독교인들에게 주어진 책무로서 환경운동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이날 주제 발표에 나선 방영철 목사는 이웃주민과 노숙인 같은 사람뿐 아니라 동물과 곤충에 이르기까지 교회가 지역사회를 품으며 자연과 함께 공존하는 모델로 ‘광동교회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 광동교회 방영철 목사는 인간을 피조물의 청지기로 삼으신 하나님의 뜻을 강조하며 교회가 이웃과 동식물 등을 포함한 지역사회를 품어야 한다고 말했다.
▲ 광동교회 간판 아래는 화장실 안내 표지판이 함께 설치돼있다. 교회는 지역사회에 화장실과 본당, 마당을 개방하고 있다.

광동교회의 ‘지역사회 품기’는 먼저 교회 앞마당에서부터 시작된다. 방 목사에 따르면 교회가 위치한 관악구 봉천동 일대의 평균 땅값은 한 평당 2천만 원대로 형성돼있다. 방 목사는 “교회를 지을 때 건물을 줄이더라도 마당을 살리자고 생각한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부가가치 때문”이라며 “돈으로 생각하면 평당 2천만 원짜리 꽃밭이지만 이곳을 개방함으로써 아이들과 지역사회가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방 목사는 또 “교회 마당이 단순히 사람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고양이나 새, 곤충들이 물을 마실 공간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새와 고양이들이 얼마나 목마름으로 고통스러울지 생각하며 기타 피조물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마당에 작은 연못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방 목사의 설명처럼 교회 앞마당 한편에는 작은 연못이 자리하고 있다. 연못 주위에는 고양이 사료가 수북하게 놓아져 있다. 방 목사는 “하나님이 인간을 여섯째 날에 만드신 이유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우리보다 선배이기 때문에 모시고 살라는 뜻”이라며 “이 연못을 통해 새들이 몸을 씻고 곤충들이 물을 마신다.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은 작더라도 책임 의식을 가지고 이 일을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광동교회가 실천하는 또 다른 환경운동은 바로 태양광 발전기 사용하기. 교회는 2006년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 지금까지 잘 가동해나가고 있다. 1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손익분기점을 넘었지만 “냉정하게 말해 경제성은 없다”는 것이 방 목사의 설명.

방 목사는 “설치비가 600만원이 들었다. 지금까지의 기록을 가지고 평가해보면 경제성은 없다는 확실한 증거가 나온다”며 “그러나 보이지 않는 가치, 미래적 가치, 대안적 가치를 생각하면 태양광은 꼭 해야 하는 것이다. 교회들이 교육적인 차원에서도 꼭 시도해볼만 하다”고 제안했다.

교회를 나오자 교회 간판 아래 적힌 ‘화장실’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방 목사는 “교회가 담장을 헐고 마당을 개방할 때 교회 팻말 밑에 ‘화장실’이라는 문구를 써 넣었다. 이곳을 지나는 행인과 주변의 공사장 인부들이 교회 화장실을 애용한다. 자연스럽게 교회 마당을 공유지나 공원처럼 드나들고 있는 것”이라며 “마당 뿐 아니라 본당도 24시간 개방돼있어 심지어 노숙인들이 자고 가는 경우가 있었지만 성도들도 이를 문제 삼기보다 오히려 교회가 할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광동교회에서는 ‘물건 재활용하기’, ‘음식물을 남기지 않기’, 마을의 자투리땅에 꽃과 나무를 심는 ‘남의 땅에 꽃 심기’ 운동 등을 진행하고 있다. 교회는 지난 2007년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선정하는 ‘녹색교회’로 선정된 바 있다.

한편 이날 워크숍에는 광동교회 뿐 아니라 고기교회와 새터교회, 쌍샘작은교회 등 예장통합총회 소속 녹색교회 5곳과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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