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사학, 학교폭력 끊는 새 패러다임 제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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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사학, 학교폭력 끊는 새 패러다임 제시해야”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5.04.06 1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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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신대 송순재 교수, 한국기독교교육학회 학술대회서 발표
▲ 지난 4일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한국기독교교육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는 감리교신학대학교 송순재 교수가 주제발표에 나섰다.

‘폭력사회와 인간성을 위한 교육’ 주제로

최근 열린 ‘한국기독교교육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는 학교폭력의 최근 경향 분석과 함께 학교 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됐다. 지난 4일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한국기독교교육학회 춘계학술대회 주제발표에 나선 감리교신학대학교 송순재 교수는 학교교육의 패러다임을 입시 위주 아닌 ‘삶을 위한 학교’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별히 기독사학들에 대해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하는 선두에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갈수록 심해지는 학교폭력

‘폭력사회와 인간성을 위한 교육’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송 교수는 서두에서 “지난 몇 년 사이 아동과 청소년 폭력 문제가 커다란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며 “이때 폭력이라 함은 경미한 정도의 차별이나 따돌림에서부터 좀 더 심한 '왕따'를 넘어 폭행과 집단 폭행에 이르기까지, 약자에게 강자가, 한 명에게 여러 명이 다양한 매체와 방식으로 가하는 행동을 일컫는다”고 정의했다.

송 교수에 따르면 청소년 폭력 문제는 사회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근절되지 않고 양상을 달리하며 심각한 사회 문제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송 교수는 2013년 실시한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자료를 인용해 “조사 기간 동안 9만 4천여명의 학생들이 학교폭력의 피해를 경험했는데, 10건 중 7건은 교실과 복도 등 학교 내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또 “경찰청 보고를 살펴봐도 2012년 한 해 동안 학교폭력으로 검거된 인원이 2011년과 비교해 8.74% 증가했다”며 “이같은 증가 추세에는 모방행동을 유발시킨 언론의 보도 행태와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정부 및 해당 학교들의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특히 2012년에 정부가 내놓은 ‘학교폭력근절종합대책’에 대해 “현장에서 실효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 평가가 우세하다”며 “정부는 실태조사 단계에서부터 외적 현황인 통계자료에만 초점을 맞추는가 하면, 실제 현장과 괴리된 형태로 개개 문제를 교육적 시각에서 구체적으로 접근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학교 폭력의 최신 경향

지난 2012년 한국교육개발원 박효정 연구실장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의 학교폭력은 △최초 발생의 저 연령화 △중학교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발생 △정서적 폭력의 증가 △가해자와 피해자의 악순환, 양자의 구분이 불분명해짐 △학교폭력의 집단화 등의 경향을 띠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학교폭력 양상이 이같은 특징을 갖게 된 원인으로 △학교폭력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과 관련제도의 미흡 △자녀 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관여 기회 부족 △인성과 사회성 함양을 위한 교육적 노력의 미흡 △인터넷‧게임‧영상매체에서 다루는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이 미치는 영향 등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송 교수는 “위의 지적사항들은 여타 다른 연구에서도 종종 거론돼 왔다”며 “보다 정확한 분석을 위해서는 ‘가정폭력에 노출된 경우’와 ‘사회 환경적 요인’을 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우리사회를 ‘폭력사회’라고 지칭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이런 환경 속에서 학교가 외부적 폭력에 노출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라고 밝혔다. 그는 또 “제이 엘가 박사의 학교 폭력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면 민주화된 사회일수록 또 약자에 대한 복지적 관심사가 구현된 사회일수록 폭력적 상황이 완화되지만, 소득불평등이 심한 국가일수록 학교폭력이 심하게 나타났다”며 “정부나 사회 유관기관들이 기본적으로 얼마나 사회적 갈등을 원활하게 풀어내느냐에 문제 해결의 가능성이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 송순재 교수는 '폭력사회와 인간성을 위한 교육'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청소년 폭력문제 해결을 위해 입시 위주가 아닌 삶을 위한 학교로의 변화를 요구했다.

#학교교육 패러다임의 전환 ‘삶을 위한 학교’

송 교수는 폭력을 양산하는 토양 자체에 대한 근본적 원인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 상황은 우리 교육의 방향이 기본적으로 입시경쟁교육에 초점을 맞춰 설정돼 있는데서 기인하기 때문에, 그 방향을 전환하지 않으면 어떠한 지엽적인 조치도 임시방편에 그치게 된다는 것. 송 교수는 “입식경쟁 교육에서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중심 주제가 되고, 학생들 각자의 내적-심리적 상황과 그들이 겪어내고 살아내야 하는 삶의 세계, 그리고 학생들 사이의 사회적 관계 양상이 어떤지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로를 잠재적 경쟁자로 보는 교실 안에서 사랑이나 우정 같은 덕목이 추방된지 오래”라며 “경쟁에서 낙오해 가는 학생들 사이에서 자라나는 패배감과 열등감은 머지않아 ‘묻지마’ 식의 행패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런 차원에서 송 교수는 “입시교육을 중심축에 둔 채 인성과 사회성을 함양하는 ‘보완’차원을 넘어 ‘삶을 위한 교육’으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송 교수에 따르면 ‘삶을 위한 교육’이란 △학생들의 개성적 세계 △머리와 가슴과 손의 어우러짐 △미래 뿐 아니라 현재 향유해야 할 행복 △구현해야 할 가치 △사회공동체적으로 함께하는 삶 등을 가르치는 것. 그는 “학생들은 각자 자기 삶이 보살펴진다는 느낌, 인간다운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희망을 내부로부터 느낄 수 있어야 한다”며 “삶을 위한 교육은 달리 말해 ‘인간성을 위한 교육’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학교를 살아있는 공동체로 만들려면

송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독일과 덴마크, 스웨덴의 대안적 학교 모델을 소개했다. 특히 “스웨덴의 경우 공교육 차원에서 인간성을 위한 학교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며 “폭력은 거의 없고 따돌림이 있더라도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 사회 문제로 비화되는 일은 없다”고 소개했다. 송 교수의 설명처럼 스웨덴의 공교육은 ‘교육법’과 ‘차별금지동등대우법’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서로 존중하는 법을 익히고, 설령 문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제3자가 즉시 반응하도록 가르치고 있다. 특히 학교는 매년 학생들 사이에 차별이나 따돌림, 폭력사건이 발생했는지 조사하고, 이를 근거로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한 ‘계획서’를 작성하게 한다. 송 교수는 “아주 경미하고 사소한 사건까지 예외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라며 “피해학생이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스웨덴 공교육에서는 학생들 스스로 별도의 팀을 꾸려 성인팀과 협력하면서 폭력 예방과 해결을 위해 나선다. 송 교수는 “이 대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들이 학생들로 하여금 문제 상황을 스스럼없이 잘 이야기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줄 뿐 아니라 학생들의 의견을 십분 반영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이런 분위기를 느끼지 못한다면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 놓을 리 만무하다. 이 학생 조직은 정책을 결정하는데 참여할 뿐 아니라 실제 단호한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잠재적 폭력행위에 대해 경고하는 효과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또 “스웨덴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책임을 최종적으로 철저하게 학교가 진다는 점”이라며 “아동과 약자를 중시하는 법과 제도, 역증명의 원칙, 학생들과의 대화를 중시하는 태도 등에서 교육학적으로 의미 있는 접근 방식을 발견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 사례를 통해 학교를 하나의 살아있는 공동체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우리 기독교 학교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기독교 사학들이 우리 사회에서 좀 더 호소력을 가지려면 학생 개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성을 촉진하는 것은 물론, 실천신학적 시각에서 민주시민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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