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해체 현상과 자살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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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해체 현상과 자살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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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4.0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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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호프와 함께하는 ‘생명목회이야기’ (49)

1994년은 유엔이 정한 가정의 해였다. 그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가족 해체 현상이 급격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을 필두로 하여서 개발도상국까지 그 여파는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었는데, 특히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빨리 이혼율이 급상승하는 나라가 되었다.

그 결과는 지금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데, 저 출산 문제만이 아니라 급속한 고령화로 노동 인구가 감소되어 외국인들의 노동력을 빌려와야만 하는 실정이 되었다. 독거노인의 증가, 독신가정의 증가, 한부모 가정의 증가, 조손가정의 증가, 자녀가 없는 부부 가정의 증가, 다문화가정의 증가 등등의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다. 이러한 가정의 변화는 우리가 살아가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가족 해체 현상과 그에 따른 변화는 자살율의 증가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아주 오래 전에 이혼이 자살에 주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보이고자 했던 인물이 이미 소개했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케임이다.

그는 가정이 자살을 예방하는 강력한 예방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는데, 가족이 서로 강력히 통합되어 있을수록 자살의 예방력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특히 가족의 수, 즉 가족 밀도가 높고 통합되어 있을수록 자살의 예방력도 증가한다고 하면서, 가족 수와 가족의 밀도가 높을수록 자살율이 낮아진다고 보았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 과거에는 가족 수가 웬만하면 대여섯 명이었고, 심지어는 10명, 12명이 넘어가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다가 전쟁과 경제난을 겪으면서 나라의 정책으로 산아 제한을 하면서 가족 수는 급격하게 줄어들어 지금은 저 출산 국가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게다가 나라의 정책적인 산아 제한은 불법적인 낙태시술을 만연하게 하는 부작용을 낳았고, 지금도 알게 모르게 살해당하고 있는 태아들이 한 시간에 175명이라는 통계이며, 가임기 여성 10명 중 3명꼴로 낙태를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저런 영향이 자살율의 증가에도 미친다고 보는 것이다.

가정의 기능은 다양하다. 자녀 생산의 기능은 물론이고, 생산과 소비의 기능, 휴식처로서의 기능, 교육의 기능, 정서적 사회적 지지의 기능, 치유와 회복의 기능 등등 손으로 꼽자면 무궁무진한 기능을 하고 있다. 가정은 단순히 사회의 최소 단위만이 아니라 한 개인이 살아가는 절대적인 생존의 기반이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 가정이 해체되면 개인은 또 다른 형태의 가정을 원하게 된다. 그러한 모습이 벌써 나타나고 있는데, 독신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주택을 공동으로 구입해서 함께 살아가는 새로운 형태의 생활공동체의 모습이다. 아무리 개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권익을 우선한다고 해도, 사람은 사회적 존재이기에 함께 살아갈 가족이 필요한 것이다. 그 중에 가장 기본이 되는 가족이 바로 혈연을 바탕으로 한 생활공동체인 가족이다.

따라서 가정이 해체된다는 것은, 절대적인 지지기반을 잃는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자살 시도자들을 살펴보면 가족 간의 높은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족 간의 지지적 관계가 깨지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그 고통이 자살 충동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가족 간에 지지와 격려가 있고 화목할 때 치유와 회복이 일어나며, 삶의 고통을 겪더라도 잘 견뎌나가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가족 해체 현상에 의한 이혼자, 사별자, 자살자 유가족, 독거노인, 독신자, 청소년 등에 대한 치밀한 배려와 관심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특히 많은 사회복지단체와 종교단체들이 발 벗고 나서서 큰 의미에서의 가족역할을 하여 이들의 지지기반이 되어준다면 자살율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노용찬 목사(라이프호프기독교자살예방센터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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