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부활절 예배’로 연합의 새로운 가능성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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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부활절 예배’로 연합의 새로운 가능성 모색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5.03.31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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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정 목사 “분열의 산물이지만 다양성 속 일치 주목할 점”

 역대 예배 ‘외형적 연합’은 이뤘지만 추진과정에서 갈등 많아

올해 부활절연합예배를 ‘사분오열’로 보기보다 ‘다양성 속에 일치’라는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예배는 ‘단일예배’의 전통을 지키지 못한 채 갈라졌지만, 각 단체들의 특성에 맞는 부활절 행사들이 준비되면서 오히려 다양한 계층과 지역을 찾아가는 예배로 변화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됐기 때문이다.

큰 틀에서 부활절예배는 40개 교단이 연합하여 드리는 ‘2015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부활절 새벽예배,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부활절 나눔 특별예배’ 등 3개로 갈라졌다. 그러나 오랜 대화 끝에 기구적 합의와 교류를 이뤄내며 서로의 예배를 존중하되, 주요 순서를 교환하는 형식의 연합을 이끌어냈다.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부활절연합예배 준비위원장 이홍정 목사는 “연합기관들이 따로 예배를 드리면서 외견상 일치를 가져오지 못한 것은 부끄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올 부활절예배가 갈등의 산물이긴 하지만 다양성 가운데 일치를 모색하는 부활절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 시간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홍정 목사가 ‘다양성 속에 일치’라는 표현을 한 것은 대외적인 이미지를 위해 억지로 연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의 표현이다. 이 목사는 “하나가 된다는 것이 표면적인 연합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부활절연합예배의 단일화는 기구적 차원에서 일치를 도모하긴 했지만 여러 가지 비본질적인 요소로 인해 참가자 모두 만족하지 못하고 상처를 남기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더불어 “획일화된 단일예배로 부활의 온전성과 총체성을 담아내기엔 부족했다”고 과거의 경험을 고백했다. 이 목사는 “교회협이 성 금요일 행사를 기획하고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해 팽목항과 진도에서 여러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특별한 일이며, 한국교회가 잘 발전시켜 나가야한다”고 평가했다.

준비위원회는 교회협과 교단 연합이 함께 하는 예배를 위해 순서자를 교환하기로 했다. 황용대 교회협 회장이 축사자로 참여하고, 교회협 화해통일위원장 손달익 목사가 화해와 통일의 비전을 선포한다. 대신 준비위원회 소속 교단장과 총무들은 팽목항에서 열리는 세족 목요일 행사와 성 금요일 예배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처럼 올 부활절연합예배는 여러 진통 끝에 외형적으로는 갈라졌지만 각 단체가 자신들의 역할과 사회적 책임을 점검하고, 다채로운 방식으로 예배를 준비하면서 내실은 더욱 강화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과거 부활절연합예배가 ‘단일예배’를 기점으로 기구 연합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시도를 해왔지만 준비과정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교단과 단체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서로 상처를 안은 채 끝낸 경우도 많았다. 부활절연합예배 결산과정에서는 항상 대형화, 물량주의, 이념대립 등의 비판이 나왔고, 순서자 선정 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을 겪어왔다. 이런 점에서 현직 교단장과 총무들이 책임을 갖고 부활절연합예배를 준비하고 연합기관들은 순서를 교환함으로써 상대 행사를 존중하는 것이 다양성 속의 일치이자 소통의 가능성을 높이는 기회가 된다고 준비위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한교연 양병희 대표회장도 “올해 부활절예배가 하나가 되지 못하고 3곳에서 각각 개최되지만 그래도 다른 시간에 다른 형태로 개최함으로써 갈등의 모습이 아닌 서로의 입장과 상황을 인정한 것은 바람직한 결과”라며 “한국교회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새로운 모습의 연합과 일치를 보여주게 된 점은 높게 평가할만하다”고 말했다.

또 양 대표회장은 “각 연합기관이 부활절연합예배를 주최할 경우 교단들은 각자 가입한 연합기관별로 갈라져 따로따로 예배를 드려야 한다”며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모든 교단들이 연합하여 부활절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연합기관은 울타리 역할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단체별로 자신들의 신앙고백에 맞는 부활절 행사를 준비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연합예배에 걸림돌이 되어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결국 ‘다양성 속 일치’라는 의미부여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하나의 예배를 지켜온 전통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는 한국교회 과제로 남았다.

한편, 올 부활절연합예배는 2015년 준비위원회가 맡아 진행하고 이후 해산한다. 이홍정 목사는 “교단 연합 부활절준비위가 상설화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올 준비위는 작년 준비위와 별개의 조직이고, 내년 준비위 역시 새롭게 꾸려질 것”이라며 상설화 가능성을 전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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