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처럼 우리도 부활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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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 처럼 우리도 부활할 겁니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5.03.3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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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노숙인창작음악제를 위해 스스로 나선 노숙인들…홈리스대책위 ‘문화콘서트’
▲ 제2회 노숙인창작음악제 개최를 위해 열린 홈리스대책위원회 '문화콘서트'에서 노숙 생활을 극복하고 자활한 이들의 삶이 전해지고 있다.

“제가 노숙시절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처럼, 거리에 있는 다른 아빠들에게도 하나님이 임하고, 성령이 임해 고난의 시기를 이겨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부활이나 다름없다. 거리 노숙을 오랜 기간 해온 사람이 다시 일어설 수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아는 사람은 안다. 이제는 노숙생활을 청산하고 어엿한 직장을 갖게 된 박창열 씨는 서울 후암동 한 카페에서 열린 교회협 홈리스대책위원회가 주최한 ‘문화콘서트’에서 자신의 부활(?) 스토리를 담담히 들려준다. 

“원래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을 했습니다. 갑자기 시력이 좋지 않게 돼 직장을 그만두었고 경제 상황을 극도로 어려워졌어요. 결국 망막변성으로 한쪽 시력을 잃고 다른 한쪽도 수술을 했는데, 수술한 눈을 회복시킬 6개월 동안 갈 곳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노숙생활은 시작됐고, 노숙인 쉼터의 도움을 받았지만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꿈과 희망을 물으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없다’고 답했던 그다. 

IMF 당시 용산전자 상가에서 일하다 실직한 정유철 씨도 거리로 나온 후 방황이 시작됐고, 자살을 시도하기도 여러 번이었다. 우연히 레코드가게에서 들려오는 들국화의 ‘행진’을 듣고 이대로 죽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쉼터를 직접 찾았다. 

박창열 씨는 노숙인 쉼터에서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공부해 지금은 아파트 시설관리 담당자로 일하고 있다. 다음 목표는 승강기, 보일러를 공부해 주택관리사에 도전하겠다는 각오다.  

정유철 씨는 쉼터 ‘자활팀’에서 자전거 수리를 5년째 하고 있다. 정 씨는 극단 ‘연필통’에서 연극배우로도 활동하고 있다. 정 씨는 5년 내 자신만의 자전거 대리점을 얻어, 설계 프로그램으로 자전거를 제작하고 싶은 꿈이 생겼다.

▲ '문화콘서트'에는 80여명 관객이 함께해 노숙인들의 극복사례를 듣고 공연을 즐기며 훈훈한 시간을 가졌다.

고난주간과 부활절 시기에 맞춰 홈리스대책회가 개최한 이번 ‘문화콘서트’에서 관객들은 두 사람의 나눔에 공감하고, 박수와 함성으로 격려했다. 객석 중 한 노숙인이 나눠지는 이야기를 조용히 핸드폰에 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다시 일어서야 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함께 가는 것. 박창열 씨가 말한 것처럼 거리 노숙인들에게 하나님이 임한다면 그들 역시 일어설 수 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자원해서 이번 ‘문화콘서트’에 나서겠다고 했다. 

특별히 이번 문화콘서트는 10월에 있을 제2회 노숙인창작음악제 개최를 위한 기금마련을 위해 노숙인들, 과거 노숙인이었던 이들이 참여한 자리였다.

콘서트가 열린 문화공간 ‘길’도 서울역이 가까운 후암동에 자리하고 있고, 노숙인들이 직접 일하고 체험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는 더 컸다.

그리고 노숙인들에게는 손을 내미는 손길들이 있었다. KBS 리포터 오경순 씨, 초대가수 CCM가수로 잘 알려진 ‘소망의 바다’ 출신의 ‘미도(전영훈)’ 씨, 인디밴드 ‘솔솔부는 봄바람’이 재능기부로 함께했다. 노숙인 창작음악제 모든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제작되고 있었다.

이날 80여명으로 가득 찬 ‘문화공간 길’에는 섬김과 나눔이 가득했다. 

노숙인 창작음악제를 향한 여정이 이제 막 시작됐다. 노숙인들의 인식개선을 위해 지난해 처음 열렸던 노숙인 창작음악제, 그 성과는 컸다. 10월 홈리스주간에 열리는 노숙인창작음악제를 위해 노숙인들은 시시때대로 모여 연습하면서 다시 살아나고 말겠다는 의지를 다지게 될 것이다. 

홈리스주간은 2011년 종교계에서는 최초로 노숙인들을 위해 기구로 세워진 홈리스대책위원회가 역시 처음으로 시작했다. 올해는 다른 종단의 참여를 이끌어내 더 확대하기로 했다. 또 한국노숙인시설협의회와 전국노숙인시설협의회와 연대해 창작음악제를 전국 단위로 추진하고 있다. 지방 노숙인들이 많이 참여해 수도권 중심의 캠페인에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다시 일어선 노숙인들의 변화된 이야기들이 더 많이 들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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