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수목금금금, 교회가 해결하자"
상태바
"월화수목금금금, 교회가 해결하자"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5.03.25 16: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좋은교사운동 '쉼이 있는 교육' 프로젝트

# 학원가가 몰려있는 서울 목동에 사는 고등학교 1학년생 A군. 평일이면 밤 12시까지 학원을 마쳐야 집에 돌아올 수 있다. 주말도 예외가 아니다. 지도교사가 있는 공부방 형태의 독서실에 가거나 각 과목에 따른 그룹과외도 해야 한다. 이미 고등학교 3학년 과정을 공부하고 있지만, 엄마가 짜준 학습 일과표는 끝이 없다. 몸도 마음도 지쳐 오히려 공부를 포기하고 싶다.

# 용인에 사는 전문 과외교사인 B 씨. 어느 날 초등학교 5학년생 아이가 과외에 와서는 “선생님, 그냥 잠 좀 자게 해주시면 안돼요? 엄마한테는 절대 말 안 할게요”라고 한다. 내용은 이미 알고 있으니까 제발 잠만 잘 수 있게 해달라는 애원에, 다른 이야기 없이 그냥 재워서 보낼 수밖에 없었다.

청소년 삶 만족도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평균 수명시간 5.17시간

아이들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나?

주말도 없이 일한다며 한탄할 때 흔히 ‘월화수목금금금’이라는 표현을 종종한다. 지금은 공부에 시달리고 있는 아이들에게 딱 어울리는 표현이 됐다. 자녀들의 주말 학습을 강요하는 경우는 주일성수를 중요하게 기독교인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당장 자녀의 성적이 떨어질까 불안한 마음에 교회 활동을 열심히 하는 자녀를 자제시키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고3 자녀를 둔 경우는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주일예배를 빠지도록 강권하기까지 한다.

이런 교육 현실에서 과연 우리의 자녀들은 행복할 수 있을까?

2013년 보건복지부의 ‘한국 아동종합실태조사’에서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60.3점으로 OECD 국가 중 꼴찌를 기록했다. ‘아동결핍지수’도 54.8%로 마찬가지 최하위였다. 2010년 한국 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학습시간 통계에 따르면 초등학생 6시간 14분, 중학생 7시간 24분, 고등학생 9시간 10분으로 역시 OECD 국가 중 가장 많았다.

성균관대 의대 홍승봉 교수가 질병관리본부에 의뢰를 받아 전국 150개 중고등학교 청소년 2만639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수면건강 실태조사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평균 수면시간은 5.17시간에 불과했다. 66.6%나 되는 청소년들이 잠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이는 우울증이나 비만, 자살 생각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자녀를 살리는 교육이 아니라 자녀를 고통으로 몰아넣는 교육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

청소년 행복지수 역시 6년 연속 최하위다. OECD 국가들의 청소년 자살률이 감소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오히려 지난 10년간 47%가 증가한 현실이 행복지수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공부가 학습이 아니라 노동이 되는 현재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 무한 입시경쟁에 내몰려 있는 청소년들의 행복지수는 6년 연속 OECD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청소년들에게 주말만이라도 '쉼'이 필요하다.

한국교회 모습 속에서도 ‘쉼 없는 교육’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지난해 조사에서 대형교단인 예장통합 산하 교회 중 중고등부가 없는 교회는 48%나 됐다. 더구나 대다수 교단은 관련 통계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추측컨대 예장통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의 한 조사에 따르면 ‘학원 때문에 교회에 가기 어렵다’는 응답자는24.5%에 이르렀다. 다음세대 올바른 신앙교육을 위해서도 지금의 교육현실은 개선돼야함은 명징한 과제이다.

“‘쉼이 있는 교육’ 프로젝트 참여하자”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기독교 신앙에 바탕을 두고 교육운동을 전개해온 두 단체가 아주 특별한 제안을 한국교회 앞에 내놓았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소장:박상진 교수)와 기독교사단체 ‘좋은교사운동’(공동대표:임종화, 김진우)이 발표한 ‘쉼이 있는 교육’ 프로젝트가 그것으로, 학생과 학부모, 학원장, 여기에 목회자까지 주일에는 고된 학습노동을 중단하자는 실천운동이다. 주일에는 학원에 가지 않고 안식함으로써 다음세대에 신앙유산을 바로 전하고, 교회와 가정이 안식의 영성을 회복할 수 있는 것. 그 제안은 다음과 같다.

학부모:주일에는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겠습니다.

학 생:주일에는 공부를 하지 않고 온전한 쉼을 누리겠습니다.

학원장:주일에 학원을 열지 않겠습니다.

목회자:성도들에게 온전한 진리의 말씀을 선포하며 실천하도록 돕겠습니다.

"2년 내 한국교회 전체로 확장이 목표"

지난 1일에는 이런 취지에 공감하는 기독교계 33인이 선언문을 발표하고, 한국교회가 프로젝트에 동참하자고 제안했다. 수원중앙침례교회 고명진 목사, 높은뜻교회연합선교회 김동호 목사, 분당만나교회 김병삼 목사, 원천침례교회 김요셉 목사, 나들목교회 김형국 목사, 은혜샘물교회 박은조 목사, 한국컴패션 서정인 목사, 고신대 손봉호 석좌교수, 백주년기념교회 이재철 목사,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 등이 이름을 올렸다.

▲ '쉼이 있는 교육' 목회자 컨퍼런스에서 캠페인 필요성과 활동방향 등이 논의되고 있다.

실제 프로젝트를 실천하고 있는 원천침례교회 김요셉 목사는 “안식일에 색다르거나 특별한 일을 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 쉼을 도모할 수 있는 활동이나 무활동도 좋다”고 설명한다. 그는 “우리가 안식일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우리를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쉼이 있는 교육’ 프로젝트는 지난해 7월 출범해 4차에 걸친 정책간담회와 목회자 심포지엄 등을 가졌지만, 본격적인 캠페인으로 영역을 넓히지는 못했다. 그래서 한국교회를 향해 다시금 제안하며, 캠페인에 함께할 교회를 찾고 있다.

뜻에 공감해 참여하는 교회는 기본비용 10만원, 교인 1인당 5백원, 가정이 참여하면 3천원을 후원할 수 있다. 또 캠페인 주관 단체는 프로젝트 참여교회에 ‘쉼이 있는 교육’과 관련한 설교 도움자료를 목회자에게 제공하고 교인들에게 소책자와 상징물을 제공해 운동을 확산시켜가고자 한다. 

좋은교사운동 김진우 공동대표는 “2년 내에 한국교회 전체가 실천하는 캠페인으로 전개할 계획입니다. 한국교회 안에 이런 흐름이 지속적으로 일어나 우리 사회에 쉼이 있는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학원일요휴무를 제도화하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요셉 목사는 휴일에 공부하지 않을 경우 성적이 떨어지지 않을까 불안한 부모들을 위해 사례를 하나 든다.

“미국 남부의 기독교계 업체 ‘치킨 플레이’는 주일에 가게 문을 열지 않지만 동종업계 다른 업체들보다 수익이 많다. 주일에 쉬지 않아 백화점 입점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이곳만은 예외다. 오히려 매출이 더 높기 때문이다.”

휴일에 공부하는 것보다 쉬는 것이 학습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자들의 보고도 있다.  무엇보다 끝도 없는 경쟁 속에서 내던져진 우리의 자녀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자녀가 신앙을 잃어버린다면 그 책임은 어떻게 질 것인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