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 폐지, 건전한 성윤리에 부정적 영향
상태바
간통죄 폐지, 건전한 성윤리에 부정적 영향
  • 운영자
  • 승인 2015.03.25 13: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태희(미국변호사 범부법인 산지)

지난 2월26일 헌법재판소(헌재)가 간통 및 상간 행위에 대하여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 형법 제 241조를 위헌이라고 선고하면서, 간통죄는 1953년 9월 제정 형법에 규정된 이후 62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헌재의 이번 판결을 통해 간통죄의 비범죄화가 이루어졌다. 공법(公法) 영역에서 벗어나 개인의 윤리도덕적 문제로 남게된 것이다. 물론 모든 비윤리적인 행위가 범죄인 것은 아니다. 혼전 성관계나 동성애 역시 건전한 성윤리에 반하는 비도덕적인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직접 개입하여 처벌하지 않는 것처럼 개인의 사생활에 속한 문제 또는 윤리 도덕적인 문제를 공법의 영역에서 다루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간통죄는 개인의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처벌을 넘어서 국가의 기초 단위인 가족의 신성한 의미와 중요성을 지켜내는 보루 역할을 감당해 온 것이 사실이다. 가족은 국가 조직의 기본 단위다. 그래서 가족이 건강해야 국가도 건강할 수 있는 법이다. 가족의 보호는 곧 국가 체제의 수호와 동일시된다는 점에서 간통죄 폐지가 앞으로 우리 사회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그와 같은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해 3월 당시 불법이었던 간통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한 달만에 접속이 차단된 프랑스의 온라인 서비스 ‘애슐리 매디슨’ (Ashley Madison)의 서비스가 지난 10일 재개됐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간통죄의 위헌 결정으로 애초 애슐리 매디슨을 차단한 법적 근거가 사라져 규제를 철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제 기혼자의 만남을 주선하는 불륜 조장 사이트를 법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사라진 셈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간통죄 폐지가 다른 법안에 미칠 악영향이다. 간통죄 위헌 결정의 핵심 논거는 성적 자기결정권이다. 성적 자기결정권은 성관계 여부나 상대방을 개인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하는데, 이번 판결을 통해 간통은 결혼을 이유로도 제약되지 않는 기본권이 됐다. 즉, 간통할 자유는 국민의 기본권에 속한 권리이며 국가는 그 권리를 함부로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헌재가 성적 자기 결정권을 폭넓게 인정해 주면서 성과 관련된 다른 사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연말로 예정되어 있는 성매매처벌법의 위헌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간통은 지속적인 관계인데다 배우자와의 관계까지 파탄 내는 심각한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처벌할 수 없게 됐는데, 일회적 관계이고 미혼의 경우 파탄 낼 가정도 없는 성매매를 처벌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성적 자기결정권의 측면에서만 본다면 성매매의 자유가 간통의 자유보다 더 제약되어야 할 명분을 찾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지 않는 자발적 성매매는 비범죄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헌재 내부에서부터 들려오고 있다.

올해 연말 성매매처벌법이 위헌으로 결정될 경우 동성결혼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미 미국의 대다수 주와 유럽의 주요 국가들이 동성결혼을 허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혼인의 상대방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는 인간의 행복 추구권에 속하는 권리이므로 국가가 이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이처럼, 간통죄 폐지는 간통죄 하나의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닌 국민 전반의 성의식 및 여러 법 제도에 영향을 미쳐 건전한 성윤리와 혼인제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