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대북지원, 이데올로기 넘어 ‘마음의 통일’ 위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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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대북지원, 이데올로기 넘어 ‘마음의 통일’ 위해 시작”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5.03.2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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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민간단체의 인도적 대북 지원의 역사

긴급구호 성격에서 출발해 점차 개발지원적 사업으로 발전
민간 지원은 북한 주민의 남한 인식 전환에도 크게 기여
‘5.24’조치로 남북 교류 협력중단 … 본격적 침체기 도래
올해 30억원 대북지원 결정, 지속적·안정적 지원 이어져야

통일을 위해서는 먼저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정부의 공식 교류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남한과 북한이 공감할 수 있는 정서적 교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최근 강조되는 것이 민간 차원의 남북한 사회문화 교류이다. 분단 70년 동안 지속된 적대적 대결관계와 서로 다른 체제와 선입견으로 인한 적대감과 이질성을 극복하기 위해 남북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접촉점이 필요하기 때문. 

특히 시민단체의 대북 인도적 지원활동은 남북한 주민들 간의 접촉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음의 통일을 이루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또 정부 차원의 대북 지원이 남북관계와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영향을 받는 반면 민간단체의 지원은 평화, 통일, 인도주의적 측면이라는 점에서 비교적 접근이 자유롭다는 이점이 있다. 반면 남북의 자원의 효율성 문제, 대북 지원을 둘러싼 남한 사회 내 갈등 문제 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다.   

▲ 국내 민간단체 지원을 통한 북한 육아원의 대북지원 물품(영양빵) 수혜사진(통일부 2014년 통일백서에서 발췌)

#민간단체를 통한 대북 지원의 필요성
그동안 대부분의 남북 접촉은 일회적인 행사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대북 지원은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동시에 접촉의 형태와 범위가 점차 확산되는 특성을 보였다. 지원의 내용도 단순한 긴급구호에서 개발지원적 사업으로 발전됐다. 이념적 차원보다는 북한 주민의 상황 개선이라는 구체적인 사안을 통일 과정의 하나로 간주하고 실천적인 차원에 초점을 맞춘 사회운동을 전개한 것이다.  

인도적 지원 목적의 접촉뿐만이 아니라 보건지원을 통한 의료인들의 접촉, 병원 등의 구호시설 건축을 위한 건설전문인들의 접촉, 인도적 지원을 후원하는 일반 시민들의 방북을 통한 보통 사람들의 접촉 등 다양한 만남이 성사됐다. 이러한 민간단체의 교류는 북한 주민이 남한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돕는 일에도 크게 기여했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정치, 군사적 긴장관계로 인해 민간 교류 역시 외부의 영향을 받으며 진행되어 온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남북 사회 문화 교류 협력은 당연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대북지원 민간단체의 시작
시민단체의 인도적 대북 지원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시점은 북한이 극심한 식량난을 겪던 1995년 이후라고 볼 수 있다. 경제난과 최악의 자연재해가 겹치면서 북한이 ‘고난의 행군’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공식적으로 국제사회에 식량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와 국내외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이 활발히 전개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시작된 대북 지원은 통일이라는 장기적 계획보다는 당장 북한 주민에게 필요한 식량, 의약품, 피복과 같은 긴급구호적 성격이 강했다. 그 이전까지 대한적십자사를 통한 창구일원화 정책을 유지하던 정부가 1999년 2월 ‘창구다원화 조치’를 취함에 따라 대북지원 민간단체의 활동과 역할은 더욱 활성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대북지원 민간단체 상호간에 정보 공유와 의견교환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정부를 대상으로 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민간단체의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에 월드비전, 한국이웃사랑회(굿네이버스), 한민족복지재단,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등의 대북지원 민간단체들이 주축이 되어 1999년 4월 29일 ‘대북지원민간단체모임’을 시작했고, 이 모임은 후에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의 모태가 됐다. 이를 기점으로 대북지원 민간단체 간 유기적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이하 북민협)가 2001년 2월 29일 공식 출범했다. 북민협의 회원 자격은 통일부의 ‘인도지원사업자’로 승인을 받은 대북 인도지원 민간단체이며, 가입을 위해서는 상임위원단체 1개를 포함하는 3개 이상의 회원단체의 소면 추천을 거쳐 상임운영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통일운동 대전환의 시기 도래
2000년대 초에는 정부의 협력기금 지원과 대북지원 민간단체의 역할이 증대하면서 성장기를 맞게 됐다. 특히 2000년 6월 15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화해 협력으로 남북관계에 대한 정부의 기조가 바뀌었으며 민간 통일운동에 있어 재도약의 기회가 열렸다. 노무현 정부에는 이미 만들어진 대화의 틀을 가지고 급속도로 남북 사회문화 교류협력 추진 사업이 진행되어 눈에 띌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더욱이 민간단체가 중심이 되어 남북 사회문화 교류를 이끈 점은 이전 시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성과였다. 

통일운동에 있어서도 인식 변화가 일어나면서 민·관이 함께 가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특히 북민협은 정부의 협력기금 지원으로 정부와 일대일 매칭 방식으로 공동사업을 펼치게 되면서 대북지원 민간 부문의 공식적인 대표기구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2005년부터 정부는 북민협과 ‘합동사업’을 추진하면서 정부와 민간의 역량을 결합해 대북지원 과제를 공동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즉 정부가 사업 추진을 위한 재원을 담당하고, 민간단체는 현장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업을 집행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대북 지원을 위한 교환 창구로 북민협의 역할이 강화됐으며, 통일부도 그 역할을 상당 부분 인정하게 됐다.
이러한 북한지원 민간단체의 활동은 2008년에 들어서면서 침체기를 맞게 된다. 이명박 정부는 이전 정부가 추진한 대북포용정책의 기조를 지양하고 기존의 대북지원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보였다.

무엇보다 대북 지원의 분배 투명성과 효과성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존의 지원 방식을 그대로 수용할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정부는 ‘5.24 조치’를 발표하고, 남북 교류협력을 원칙적으로 보류·중단하기로 했다. 대북 인도적 지원의 폭도 ‘취약계층’으로 한정해 쌀, 옥수수, 밀가루 등의 식량과 비료 지원이 사실상 중단했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민간단체의 방북도 제한됐다. 전반적인 대북지원 활동 위축과 정부의 대북 식량지원 중단에 대해서도 북민협 차원에서 공동대응 하지 못함으로써 본격적인 침체기를 맞게 된 것이다. 

#96개의 민간단체와 앞으로의 과제
2015년 1월 현재까지 통일부에 허가된 대북지원 민간 지정단체는 총 96개 단체다. 지원 규모는 일정 수준을 유지하지만, 단체별로는 지원 기복이 심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독일을 방문해 대북지원을 포함한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풀어나가겠다는 이른바 ‘드레스덴 선언’을 발표했으며, 통일부는 우선 통일 기반 구축을 위해 남북 간 동질성 회복이 급선무라고 인식하고 대북 지원과 남북교류를 확대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올해 정부는 북한 주민의 생활 향상을 위해 민간단체를 통해 농업·축산·보건의료 분야에서 30억원 규모의 대북지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민간단체들은 5·24조치로 동결된 대북지원 사업 재개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으며, 남북 관계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대북 인도적 지원의 길이 다시 열리고 있지만, 민간 차원의 지원이 갖는 본질적 한계도 존재한다. 법적 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에 남북관계의 구조적 환경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불안정성을 갖고 있다. 또 북한에 지원한 식량 및 물품에 대한 사후 관리나 모니터링이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남북 간의 긴장이 해소되고 남북 교류와 대북 지원이 연계되어 지속적으로 이뤄질 경우 북한의 변화가 필연적으로 수반될 것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렇기에 인도적 대북지원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의 틀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과정에 있어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양호승 회장은 “민간단체들이 북한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주고 지원 과정에서 북한 내 모니터링을 바로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시행해 주면 좋겠다”며 대북 지원과 민간 교류를 위한 양 정부의 협력적 태도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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