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대 스펙’에 찌든 대학생들… “교회가 관심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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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대 스펙’에 찌든 대학생들… “교회가 관심은 있나요?”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5.03.17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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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聖)스러운 ‘수다’ , 캠퍼스 사역자들의 외침
▲ 아직 꽃샘추위가 한창인 3월, 서울 건국대학교에서 만난 캠퍼스 사역자들. 왼쪽부터 건국대IVF 김선민 간사, 건국대기독학생연합 안대현 씨, 건국대CCC 박은규 간사와 함께 수다를 떨었다.사진=김목화 기자.

건국대 기독교 동아리 현실과 요즘 캠퍼스 이야기

본지는 매월 마지막 주 한국교회와 교인들의 사역 현장을 찾아 광야에서 외치는 그들의 목소리를 담는다. 광야와 같은 세상에서, 최전방 사역 현장에서 우리가 들어야할 외침은 무엇일까. 현장을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부담 없이 듣고 우리가 무엇을 함께 고민하고 중보기도 해야 할지 생각해보고자 한다.

3월의 대표적인 광야라 한다면 단연 대학가가 아닐까. 캠퍼스 사역 현장을 수소문한 끝에 건국대학교를 방문할 수 있었다.

새학기답게 겨울잠에서 깨어난 대학가는 활기가 넘쳤다. 건국대를 드나드는 수많은 학생들. 조금 떨어져 보고 있자니 대학시절이 생각나 기분이 좋아진다. 한편으로는 취업 문제로 고뇌하고 있을 청춘들 생각에 마음 한켠도 무거워진다.

전화로만 통화했던 건국대CCC 박은규 간사가 보인다. 만난 적은 없지만 금방 알아챌 수 있다. 그의 안내에 따라 간 곳은 후문 바로 앞 상가건물 2층. ‘건국대학교회’ 간판이 보인다. 그곳에서 이야기를 나눌 건국대IVF 김선민 간사와 건국대학교기독학생연합(이하 기연) 대표 안대현 씨(경영학과 4학년)를 만나 허심탄회하게 수다를 떨어봤다.

▲ 건국대IVF 김선민 간사

기자: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학교에 찾아왔더니 새롭습니다. 캠퍼스 사역 현장의 목소리가 궁금해 찾아왔습니다. 요즘 캠퍼스 사역, 어떻습니까?

김선민 간사(이하 김): 외적으로만 봐도 힘든 상황입니다. 선교단체마다 학생수가 많이 줄어든 편이고, 작은 선교단체들은 인원이 열 명을 넘기기 어렵다고 보면 됩니다. 몇 년째 이어지는 현상입니다.

기자: 왜 이렇게 캠퍼스 사역이 어려운 거죠? 이런 추세라면 공동체 구성원들의 내적 상실감도 있을까 걱정입니다.

▲ 건국대CCC 박은규 간사

박은규 간사(이하 박): 패배감까지는 아니어도 기독교인이라고 드러내는 것을 학생들이 많은 부담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많이 위축되어 있죠. 예를 들면 어떤 학과 단체 채팅방에 기독교 동아리들의 홍보 활동을 조심하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그 안에 있던 CCC맨들이 많이 어려워했죠 선교단체 활동 현장을 피하라며 위치 정보가 채팅방에 공유될 정도입니다.

김: 이런 사례도 있었어요. 학과 학생회장들이 모인 채팅방에는 신입생 예비대학 현장에서 활동하는 선교단체를 제재해야 한다는 주장이 올라오고 그 방안을 두고 대화가 오갔습니다. 결과적으로 규정이 없어 제재는 없었지만, 신입생 길 안내와 차 대접만 했던 저희로서는 억울했죠. 아마 학생회가 선교단체에 경쟁의식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기자: 경쟁의식이라니요? 학생회가 선교단체를 경쟁자로 생각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되네요.

김: 선교단체 뿐만 아니라 학생회 역시 학생들의 참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선배들 중에는 후배들에게 학생회와 동아리 중 한 곳을 선택하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학생들의 공동체 참여가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개인주의화 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 캠퍼스 분위기가 이런 정도라면 복음전파 사역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대안은 있습니까?

▲ 건국대기독학생연합 안대현 대표

안대현 대표(이하 안): 교내 노방전도를 하면 신입생들은 관심을 가지고 들어주지만, 이내 대학 문화를 접하면서 마음을 닫아버립니다. 솔직히 노방전도를 통해 열매가 맺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한 영혼이라도 인도하고, 우리의 신앙성숙을 위해 복음 전파 사역은 반드시 이어가야 합니다.

박: 건국대에서는 CCC 예비간사 4명이 사역 훈련 중인데 하루 종일 사영리를 들고 전도해도 단 한명도 들어주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선교단체들이 관계전도에 초점을 더 두고 사역하고 있습니다.

김: IVP는 3~4년 전부터 ‘우정전도’라는 관계전도 사역을 펼치고 있습니다. 삶으로 보여주며 복음을 전하는 것이죠. 이것이 더 성경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자: 기독교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안: 믿는 사람이나 믿지 않는 사람이나 똑같으니까 그렇겠죠. 목회자의 비리, 왜곡된 정보가 많아지는 것들이 이유인 것 같습니다. 특히 언론에 비춰지는 대형교회들은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긍정적인 모습을 더 보여주었으면 좋겠어요.

박: 매년 신입생들을 만나서 성경공부를 하다보면, 성경이 말하는 진짜 제자의 삶이 아니라 그저 복을 받기 위한 방편으로 기독교를 생각하는 학생들이 정말 많습니다. 교회와 관련된 스캔들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교회 안에서 전해지는 복음이 왜곡되는 것이에요. 예수님의 제자다운 삶에 대한 결단을 요구했을 때 충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자: 신입생들 공부 열기가 대단하고 하다고 들었습니다.

안: 도서관에는 일학년 학생들이 많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취업에 대한 경쟁심 때문입니다. 선배들도 신입생이 들어오면 ‘8대 스펙’을 쌓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경쟁해야 할 것이 많다보니 바쁠 수밖에 없죠.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도 굉장히 많이 합니다.

기자: 취업을 위해서 8대 스펙? 대단합니다. 간사님들이 학생들을 상담할 때도 취업에 대한 고민이 가장 많습니까?(학벌, 학점, 토익, 어학연수, 자격증 5대 스펙이라는 말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봉사활동, 인턴, 수상경력이 더해져 8대 스펙이 회자되고 있다)

김: 실제로 그렇습니다. 도서관에 가는 학생들은 학과 공부보다 자격증, 어학을 많이 합니다. 기본적으로 캠퍼스 전반적으로 취업에 대한 두려움이 크게 나타납니다. 실패할까봐….

기자: 반값등록금 이슈가 사회적으로 수년째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학생들도 관심이 많은가요?

김: 글쎄요. 학생들 사이에는 등록금과 관련한 관심이 많지는 않습니다. 학생회가 반값등록금 관련 집회를 해서 현장에 가보니까 모인 학생이 50명도 안되더라고요. 학생들은 주장해도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박: 반값등록금에 대한 문제 인식은 있지만 대안을 직접 제시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사회구조를 바꾸겠다는 의지보다, 적응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 같아 안쓰럽죠.

기자: 간사님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안대현 대표는 학생으로서 반론은 없나요?

안: 사실이니까요. 반값등록금을 주장하는 모습을 보면 꼭 이뤄지면 좋겠다고 공감은 합니다. 그러나 참여는 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청년들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세월호 참사의 경우 진상규명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을 위한 참여는 부족한 것과 비슷하지 않나요?

▲ 3월이면 대학마다 동아리 모집이 한창이다. 건대 서울캠퍼스에도 CCC와 IVF 현수막이 나란히 걸렸다. 사진=김목화 기자.

기자: 화제방향을 좀 전환해서요. 캠퍼스 사역이 어렵다면 선교단체 연합활동을 더 강화하는 것은 어떨까요?

김: 선교단체들마다 그동안 해온 사역방향이나 규모, 리더십이 다르기 때문에 연합해서 하는 사역은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개강예배와 종강예배, 이단에 대한 공동대응 등의 활동에는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또 매주 목요일 점심시간에는 선교단체를 떠나 한 자리에 모여 기도회를 8년째 열고 있습니다.

기자: 건대 기연의 활동이 궁금합니다. 건대 안에서 선교단체들은 어떤 사역을 하는지 마지막으로 소개해주시죠.

안: 기연에는 전체 16개 선교단체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고, 이 가운데는 7개 동아리가 정회원입니다. 건국대는 종교동아리를 개별적으로 인정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기연에 가입된 정회원은 동아리방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건대에서는 다른 선교단체를 위해, 공동의 예배처소를 위해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이곳(건국대학교회)을 마련했습니다. 특히 지도교수님들이 뜻을 모아 매달 2백만원의 월세를 지원해주고 계십니다. 또 교수님과 교직원들은 화요일에 예배를 또 드리고 있고요.

▲ 건국대학교 기독 교수들의 헌신으로 세워진 건국대학교회. 월 임대료 200만원은 교수들의 헌금으로 이뤄진다. 사진=김목화 기자.

기독 대학생뿐 아니라, 대학생들 전반적으로 분주하지만 좌절에 대한 부담감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것을 대화를 나누며 느낄 수 있었다. 섣부르게 대안을 이야기하는 어렵다.

건국대학교회를 나와 함께 이야기한 이들과 교정을 걷고 대화를 더 나눴다. 캠퍼스 안에 있는 호수에 황사를 비켜간 봄볕이 반사된다. 황사는 지나간다.

▲ 건국대학교 내 일감호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건국대IVF 김선민 간사, 건국대기독학생연합 안대현 씨, 건국대CCC 박은규 간사. 사진=김목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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