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소외 현상과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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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소외 현상과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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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3.0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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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호프와 함께하는 ‘생명목회이야기’ (45)

청소년 시기에 ‘인간은 왜 기술과 도구를 발전시키는가’에 대해서 의문을 가졌던 적이 있었다. 생각해 보니 편리성을 위한 것인데, 이것을 뒤집어 보니까 인간의 게으름이라는 것이 떠올라서 어린 마음에 “결국 인간은 역설적이게도 게을러서 쉽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게 되고, 그것이 기술을 발전시키게 되는 것 같습니다”라고 선생님께 말했던 기억이 있다. 인간의 게으름은 쾌락 추구와 관련이 있고, 그것은 또한 인간의 본능과 관련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것 같다.

프로이드는 인간의 심리구조를 이드와 자아와 초자아로 구분하여 설명한 적이 있다. 원초아(id) 쾌락의 원리의 지배를 받고, 자아(ego)는 이드의 욕구가 현실적인 방법에 따라 만족을 얻을 수 있는 현실원리의 지배를 받고, 초자아(super ego)는 양심과 도덕적 가치와 사회적 규범의 원리의 지배를 받는다고 설명하였다. 인간의 모든 본능적인 욕구들은 원초아 안에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인간이 편리성을 추구하는 것도 본능적인 쾌락 추구와 연관이 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사실 인간은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힘들고 지루하고, 때론 고통스럽기까지 해서 기분전환을 원한다. 살아가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기분전환을 통해서 해소하기를 원하는 것인데, 그 중에 놀이가 가장 대표적이다. 호이징가(Johan Huizinga)는 인간을 ‘호모 루덴스(Homo Ludens)’, 놀이하는 인간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그의 말대로 놀이는 인간 사회에서 복합적 기능을 한다. 친밀감과 관계형성만이 아니라 정보와 지식의 나눔과 전수, 나아가 기분전환과 스트레스를 해소하여 치유하는 기능까지 있다. 그렇다고 그것만일까?

파스칼(Blaise Pascal)은 인간의 지루함과 기분전환에 대해서 가장 일찍이 꿰뚫어본 사람일 것이다. 그의 말대로 인간은 지루함을 참기 어려워하며, 기분전환(diversion)을 원하게 된다. 이 기분전환은 점점 즐거움과 쾌락을 원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인간은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절대자에 대한 생각에서도 멀어지게 되어 결과적으로 쾌락 추구에 빠져 타락하게 된다. 여기서 떠오르는 생각이 인간 소외 현상이다.

인간 소외 현상이란 단순한 외로움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참다운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도구화 되어 살아가는 현상’을 의미한다. 현대사회는 과학기술과 물질문명이 극대화된 사회이다. 이 모든 것의 뒷면에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가 숨어 있다. 인간은 이 본능적 욕구를 만족시키려다 오히려 자기 자신이 소외되는 모순을 경험하고 있다. 그 모순의 극단적 표출이 살기 위해, 또는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자기를 살해하는’(자살) 역설적 행동이다.

우리 사회의 모든 폭력과 죽음의 문화는 극심한 인간 소외 현상, 다시 말하면 인간이 인간다움을 잃어버린 데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다. 생명의 가치, 삶의 목적과 의미가 오직 부의 추구와 생산과 업적과 공로와 명성 쌓기에 의해 뒤틀리고 구부러져 인간이 오히려 그 타락한 욕망의 도구가 되어 버리고, 결과적으로 물화(物化) 되어 맘몬의 노예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러한 인류의 불행은 이미 처음 인간의 타락에서 시작되었다. 죄와 타락이라는 말 자체가 과녁을 벗어남, 마땅히 가야 할 곳에서 벗어남, 원래 있던 자리나 위치에서 떨어졌다는 의미가 아닌가.

회개 혹은 회심은 ‘마음과 뜻과 생각을 돌이키는 것’이다. 성경은 말한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롬 12:2). 이것이 인간 소외 현상과 죽음의 문화를 이기는 길이다.

노용찬 목사(라이프호프기독교자살예방센터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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