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아내와 나는 울면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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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아내와 나는 울면서 돌아왔다”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5.03.03 09: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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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골 교회 목사의 일상 소회, 애잔한 감동

“젊은 부부 이사 가는 곳 심방 가서, 가까운 교회 친구 목사에게 소개해 주고 먼 길 운전해서 오던 그날 밤, 아내와 나는 울면서 돌아왔다.”

‘귀농(歸農)’ 바람이 온 거세다지만 이른바 시골 교회의 현실은 아직 ‘도시로!’가 대세다. 여전히 교회는 비어 있고, 젊은이들은 도시로 떠난다. 30년이 된 시골 교회에서 10년째 목회하고 있는 목회자의 현실 인식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어느 시골 교회 목사의 넋두리’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카페에 올린 어느 목회자의 작은 소회가 애잔한 감동을 주면서 화제다.

전호교회를 담임하는 김영현 목사가 그 주인공. 김 목사는 “강 건너편에 아파트가 숲을 이루고, 면 소재지에 개발 바람이 불어도 그린벨트 군사보호지역으로 묶여 낙후된 시골 동네”라고 표현했다.

“부임 10년이 지나도 40명이 안 되는 교회, 도회지로 나간 성도가 남아 있는 성도보다 더 많은 교회”가 김 목사의 교회. 여느 시골 교회와 다를 바 없다. 최근 몇 년 사이 불어 닥친 귀농바람이 교회만 피해가는 것일까. 일꾼이 없어 장로를 세울 수 없고, 노회에서는 전호교회를 미조직 교회로 분류한다.

교회가 설립 30년이 됐지만 잔치 한 번 못하는 심정은 더 애잔하다. “20만 원짜리 돼지 한 마리 잡아 동네 어르신들 모셔놓고 잔치하고 싶었으나, 가난한 성도들 호주머니 생각에 그냥 넘어갔다.” 하지만 그 주간, 서울의 어느 교회는 교회 설립 30주년 기념예배 광고를 신문 반 장이나 차지할 정도로 크게 냈단다.

성도는 40명이 채 안 된다. 거기다 그 중에 절반은 예순이 넘었다. “1구역 성도 중에 가장 젊은 이가 예순일곱 표순덕 권찰님….” 그나마 젊은 부부 겨우겨우 전도해서 예수 믿게 했더니, 착실하게 주일 성수하고 십일조도 꼬박꼬박 잘했다. ‘이게 목회하는 기쁨’이라는 걸 느낄 때쯤 이 젊은 부부는 도시로 떠났다.

“‘도시로 나간다’며 인사하는 젊은 부부 이사 가는 곳 심방 가서 가까운 교회 친구 목사에게 소개해 주고 먼 길 운전해서 오던 그날 밤. 아내와 나는 울면서 돌아왔다.”

자녀들 교육, 생활 등 ‘도시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젊은 부부의 결정이었다. 김 목사 부부에게도 왜 이런 고민이 없었겠는가. “첫돌 지난 첫째를 안고, 백일도 채 안 된 둘째를 업고 갈 바를 모르고 이곳을 찾아왔다”고 김 목사는 말한다. 이 아이들이 자라서 어느덧 초등학교 고학년이 됐다.

도시로 나간 성도들이 명절 때 고향을 찾아오면 어떨까. 김 목사는 반가운 마음에 마주앉아 끓는 정을 억제하는데, 도시로 나간 성도의 마음에서 고향 교회는 이미 사라지고 “출석하는 교회는 개척 몇 년 만에 성도가 수백 명이다”며 자랑한다. 안타깝다는 시선으로 김 목사를 쳐다보는 그 사람 앞에서 “나는 그만 기가 죽는다”고 김 목사는 고백한다.

김 목사라고, 시골 교회 목사라고 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나도 부교역자 청빙 광고 한 번 내봤으면, 장로도 세우고 위임식도 해봤으면, 미자립 교회 딱지 떼고 선교비, 구제비도 좀 많이 보내봤으면…. 그래, 이왕이면 동창 목사들 초청해 놓고 지난 날 신학교 시절 밥 표 얻어 시장기를 면했던 그 빚을 한 번 갚아봤으면….”

꿈이라고 하기에는 어느 교회에서나 하는 일이어서 마음이 더 짠하다. 그런데 이어지는 바람은 더 애잔하고, 시골 교회 목회자들의 바람을 대변하는 듯 하다.

“청년 교사들이 있어서 주일학교도 힘있게 하고, 성가대도 임명해서 찬양 좀 하게 했으면…. 주일이면 온 동네 다니면서 노인들 부축해 오고, 하루 종일 시끌벅적 교회 안이 요란했으면…. 일에 시달리고 삶에 지친 성도들이 언제나 기쁨으로 예배당 오고 싶어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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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근 2015-03-09 18:46:12
이 글을 읽으니 가슴이 미어지듯이 아파 오는군요
목사님의 마음 주님께서 알아주시겠지요
꼭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는 귀한 교회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