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뭉치에서 선교사로, 하나님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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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뭉치에서 선교사로, 하나님이 하셨습니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5.02.13 0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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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만에 장신대 졸업한 인도 출신의 판가즈 전도사...10월 고향으로 파송
▲ 12일 장로회신학대학교를 졸업한 판가즈 카필라 전도사.

"9년 만에 졸업합니다. 하나님께서 하셨죠."

지난 9일 졸업식을 앞두고 만난 판가즈 카필라 전도사는 환한 미소로 기자를 반겼다. 5년 전 휴학 중 처음 만났을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았다. 선한 인상과 온화한 말투, 강렬하게 빛나는 눈빛은 여전했다.

한국 생활 15년차인 판가즈 전도사는 장로회신학대학교 학부 4년, 휴학 2년, 신대원 3년 전체 9년 만에 학업을 마쳤다. 목사고시를 앞두고 있는 지금, 하나님께 책임져 달라고 떼쓰듯 기도하며 신학교에 입학했던 그 때가 떠오른다.

"다른 사람들은 한글을 조금이라도 배워서 대학에 입학했지만, 저는 공장에서 일해 글에는 약했습니다. 그럴수록 하나님께 더 의지하고 기도할 수밖에 없었죠. 특히 성경고사는 정말 어려웠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모든 과정을 거치고 이제 사역자로서 새 삶을 기대하고 있는 판가즈 전도사. 신학교를 다니면서 20% 공부를 했다면 기도를 80% 했다는 그는, 지식이 부족할지 몰라고 영혼 살리는 일에는 부족하지 않겠다고 전한다. 하나님께서 만나주신 것에 만족하기 때문에, 더 하나님께 의지하겠다는 각오다.

"예수님을 만나 삶이 변했습니다."

인도 편자브 지방이 고향인 판가즈 전도사는 인도 카스트 제도 최상위인 '브라만' 계급에 속해 가정 형편도 괜찮았다. 그래서 더 철부지 시절을 보냈는지 모른다. 술과 마약에 젖어 늘 사고치기 일쑤였다.

그런데 그렇게 인도를 떠날 줄은 몰랐다. 또 사고를 저지르고 단 2주 동안 준비해 도망치듯 한국으로 오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툭하면 인도 친구들과 어울려 술 마시고 시비가 붙으면 패싸움이 잦았다.

"그러다 살인사건이 일어났어요. 제가 교회에 와 있는 사이 친구들과 다른 인도인들 간 싸움이 벌어져 친구에 의해 상대방 한 사람이 사망한 거죠. 제가 교회에서 핸드폰을 잃어버려 전화를 못받은 그 때였습니다. 만약 전화를 받았다면 제가 어떻게 됐을지 모르죠."

그 사건은 판가즈 전도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사건을 계기로 당시 서울외국인근로자선교회(현 나섬교회) 유해근 목사와 교인들의 도움을 받게 됐고, 친구를 자수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위해, 친구를 위해 기도하면서 예수 그리스도가 그의 마음 속에 좌정했다.

기도 끝에 당시 기적적으로 상대편 증언자가 나타나 흉기는 자신들이 준비해간 것이며, 친구가 방어하는 과정에서 사건이 일어났다고 증언해주었다. 친구는 15년형에서 4년형으로 감형됐고 2년이 못 미쳐 출소했다. 친구도 감옥에서 신앙을 갖게 됐다.

인도에 있는 가족들은 판가즈 전도사의 변화에 놀랍고 신기해한다. 판가즈 전도사는 "예수를 만나 삶이 변하고, 삶이 변하니 인격도 바뀌었다"며 "자신이 바뀐 것을 보면 누구든 예수를 만나면 새로워질 수 있다"고 목소리에 힘주어 말한다.

▲ 판가즈 전도사가 장신대 한경직기념예배당 앞뜰에서 그동안 학교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올해 10월 고향 인도에 돌아가 선교사역을 펼치겠다는 계획이다.

10월 고향 인도에 선교사 파송 계획

판가즈 전도사는 올해 10월 경 신교사 신분으로 고향인 인도로 돌아갈 계획이다. 최근 인도 내 기독교 박해가 증가하고 있어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그것이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고향에는 강성의 시크교도들이 많다.

"졸업을 앞두고 호주, 캐나다, 영국 등지에서 인도인 사역을 함께하자는 제안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기도해 봤어요. 그런데 하나님은 다른 나라에 눈을 돌리지 말라고 하시는 것 같습니다. 인도에서 저와 함께하고 싶다는 하나님의 뜻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판가즈 전도사의 의지는 확고했다. 하지만 걱정이 안 되는 것이 아니다. 인생의 절반을 한국에서 살았으니 자신에게도 인도는 낯선 곳이라며 너털웃음을 웃는다.

특히 인도 언어를 모르는 한국인 아내와 6살, 17개월 된 두 딸이 낯선 땅에서 어떻게 적응해갈지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예수를 믿고 변화된 아들의 모습을 좋아하면서도 복음에 대해서는 완고한 부모님, 더구나 가려고 하는 지역은 전도가 법으로 금지된 곳이다. 선교 재정 마련도 문제다.

"인도에 들어가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납니다. 한 가지 믿음이 있어요. 하나님께서 약속해 주셨기 때문에 책임져 주실 것이라는 겁니다. 재정 때문에 고민한다면 선교사로 갈 준비가 안됐다고 하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하나님은 아내와 딸들을 인도에서 크게 쓰실 것입니다. 나중에는 제가 직접 부모님에게 세례를 줄 겁니다."

가족 같은 고마운 이들, 나섬교회

외국인이 한국에서 스스로 학업을 마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판가즈 전도사도 졸업을 앞두고 한결 같이 곁을 지켜준 나섬교회 교인들이 있다. 졸업을 앞두고 교정을 둘러보면 더 생각나는 가족 같은 이들이다.

특별히 지금의 판가즈 전도사가 있기까지 나섬교회 유해근 목사는 큰 버팀목이 돼 주었다.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던 판가즈 전도사를 인도에 데리고 가서 한국대사관 관계자를 설득해 학생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현행법대로라면 최소 2년은 입국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 역시 기적 같은 일이었다.

또 판가즈 전도사가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도록 중고등학교에서 '다문화 이해교육' 과정을 가르치고, 사회적기업 등에서 일할 수 있도록 주선해 주었다. 삶의 이모저모를 돌보아주었던 아버지나 다름없다.

또 잊을 수 없는 고마운 이는 학부 때부터 학비를 지원해 준 어머니 김덕희 권사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교인들이 큰 힘이 됐다는 판가즈 전도사의 말에는 진정어린 감사가 묻어 있었다.

"제가 기도 욕심이 많아요. 많은 사람들이 기도로 후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목사고시에 합격 여부를 떠나 10월이면 인도에 갈 것입니다. 당장 한 영혼이라도 더 살리는 게 중요하잖아요."

판가즈 전도사는 인도에서 어떤 사역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마을마다 가정교회를 세우는 일에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교회를 세우고 자신이 떠나면 하나님께서 큰 교회로 만들어주실 것이라고 믿는다. 또 천 명의 고아를 품을 수 있는 보육원, 거리의 노인들을 돌보는 위한 사역 등. 그의 사역 욕심이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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