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바보’는 하나님만 바라봐도 배부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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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바보’는 하나님만 바라봐도 배부른 사람
  • 이성원 기자
  • 승인 2015.02.04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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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삶 촉망받는 애니메이션 작가의 자기 고백

기독교 카툰 책 낸 애니메이터 전승호

꿈을 위해 소중한 것들을 포기했던 청년이 있다. 그 꿈은 근사한 책 한권 내는 것. 돈을 벌기 위한 책도 아니고, 자신의 명예를 위한 책도 아니다. 그가 가장 사랑하는 하나님을, 그가 가장 잘하는 애니메이션으로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나온 책이 ‘하나님 바보’.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촉망받는 감독이었던 전승호 씨는 이 책을 쓰기 위해 몇 년 동안 직장을 그만 두고 그동안 모아뒀던 돈까지 다 써버렸다. ‘하나님만 바라보는’의 줄임말인 ‘하나님 바보’는 그 자신의 고백인 셈이다. 그는 행복한 ‘바보’가 됐다. 책 반응이 괜찮았다.

몇 개의 그림과 짧은 글로 여러 에피소드들을 담고 있는 이 기독교 카툰 책은 동종의 일반 작품들과 비교해도 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그동안 새신자나 청년들에게 선물할 마땅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독자들의 호응이 뒤따르자 지난 해, 1년 만에 ‘하나님 바보2’를 내놓았다.

 

꿈을 위해 회사를 그만두다

“한 지인의 권유로 책을 쓰게 됐어요. 처음엔 흘려들었는데 나중엔 하나님의 음성으로 들리더라고요. 새벽기도회에 나가서 확신을 얻었습니다. 사실 그동안 남의 이야기를 그릴 때마다 제 마음 속에는 저의 캐릭터, 저의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은 갈증이 많았습니다. 그건 다른 게 아니라 하나님 이야기예요.”

초등학교 5학년 때에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당시 종로구 창신동에 살던 그는 근처에 있던 남부교회 교인들로부터 많은 위로를 받았다. ‘엄마 없는 하늘 아래’ 살던 그를, 교인들은 애틋한 마음으로 보듬어줬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교회는 그의 모든 것이 됐다. 그 이야기를 세상에 들려주고 싶었다.

33세 나이로 일찍 감독이 됐을 만큼 인정받은 그는 그동안 워너 브러더스의 ‘배트맨’, ‘저스티스 리그’, ‘스쿠비 두’ 등 유명 작품들을 그렸다. 고급 작품을 많이 맡으면서 실력 있는 감독으로 촉망받던 그가 뜬금없이 전망도 불투명한 책 한 권 때문에 그만 두려고 하자 당연히 주변에서는 다시 생각해 보라고 붙잡았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저를 계속 밀어내셨어요. 나중엔, 아,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나는 죽을 수도 있겠다는 마음까지 들더라고요. 그래서 회사를 그만뒀어요. 그리고 그 책에 몰두했습니다. 당연히 직장을 그만뒀으니 그동안 좀 모아뒀던 돈으로 살아야 했죠. 금방 책이 되는 게 아니니까요, 모아 둔 돈을 다 썼습니다.”

그러나 그는 돈에 대해서 젊은 사람답지 않게 초연하다. 이미 훈련받은 경험이 있다. 한때 그는 주식에 올인했던 적이 있었다. 주식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한 덕분인지. 어떤 때는 일주일에 두 배 이상을 벌기도 했다. 그러나 곧 그만큼 잃게 되는 것이 주식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주식투자는 점점 ‘도박’처럼 그를 옭아맸다.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이것을 끊을 수 있을까.’ 주식은 국가가 인증한 도박이에요. 도박은 판돈이라도 정해져 있지만 주식은 한계가 없는 거예요. 어느 날 의자에 앉아 있는데, 사는 게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괴롭더라고요. 그때 전도서 말씀이 떠올랐어요.”

‘청년의 때에 하나님을 기억하라.’ 성경을 부랴부랴 찾아 이 말씀을 읽었다. 묵상하는 가운데 마음이 평안했다. 주식투자에 매달려 있던 동안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평온함이었다. 그날부터 성경통독을 시작했다. 그 두 달 동안 마음의 평정을 회복했다. 주식으로 돈 벌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희열이 마음속에서 솟구쳐 나왔다.

돈에 매였던 ‘소년가장’의 해방

“그 당시 제가 양재역 부근에 직장이 있었어요. 고속터미널 환승역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데, 하나님의 음성이 들렸어요. 하나님이 제 마음속에 너무나도 또렷하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내가 네 인생 책임져 줄게!’”

소년가장이었던 그에게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초등학교 때 어머니를 여의고, 중학교 때 아버지가 중풍으로 쓰러졌다. 남들은 철없이 쏘다닐 나이부터 그는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을 짊어지고 자랐다. 돈에 대한 압박이 컸다. 그러나 그날 환승역 계단에서 그는 해방되었다.

“그때부터 결심했죠. 그래, 내 인생을 하나님께 맡겨보자. 회사에서 맡은 일도 열심히 하면서 교회 일도 충성하자. 예배생활은 물론 성가대, 교사 등 모든 봉사하는 일들을 철저히 하자. 그 밖의 나의 미래, 나의 경제적인 것은 하나님께 맡기자. 그런 체험이 있어서인지, 책을 쓰면서 직장도 그만 두었지만 두렵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런 경험도 있었다. 첫 직장 첫 월급부터 십일조 생활을 했던 그는 다른 부서로 옮기면서 수입이 줄어들었던 때가 있었다. 이상하게 하나님께서 그때 감동을 주셨다. ‘십일조가 아니라 십의 이조를 드리고 싶다’ 고민 끝에 “먹을 게 없으면 금식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십의 이조를 헌금함에 넣었다. 순간 새털처럼 마음이 가벼워졌다. 신기하게도, 그후로 생활비가 떨어지는 날이 없었다.

“이런 일도 있었어요. 어느 날 회사의 이사님이 제게 야단을 치시는 거예요. 이 정도밖에 일을 못하냐고, 그러면서 당장 이사님께 오라는 거예요. 가슴이 쿵쾅쿵쾅 뛰는 마음으로 갔죠. 그랬더니 거기 회사를 방문한 월트디즈니 슈퍼바이저가 함께 있어요. 알고 보니, 그분이 제 그림을 칭찬한 거예요. 이사님이 저를 놀라게 해주려고 그런 거였습니다. 내 생각과 계산을 내려놓고 하나님을 믿는 믿음으로 나아가니까 오히려 더 좋은 일들이 생기더라고요.”

좋은 반응 얻어 ‘하나님 바보 2’ 출간

막상 작품을 만들려고 책상에 앉았지만 3개월 동안 아무 것도 그려지지 않았다. 안양천을 배회하며 묵상하다가 다시 또 책상 앞에서 고통의 진액에 붓을 찍었다. 그리고 지우기를 수없이 반복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마침내 원고가 완성됐다. 이번에는 출판사를 구하는 일이 난관. 마침 텔레비전 방송에서 어떤 베스트셀러 작가가 “처음 책을 낼 때에 출판사 열 곳이 다 거절하더라”는 말을 듣고 더욱 위축됐다. 다섯 곳의 출판사에게 떨리는 마음으로 보낸 원고. 두 번째에서 바로 연락이 왔다. “책을 내봅시다.” 그 책이 벌써 두 번째로 이어졌다.

처음 책이 출간됐을 때의 감격을 그는 잊을 수 없다. 비록 잘 나가던 직장에 사표를 쓰고, 그동안 모아둔 모든 돈을 다 소진해버렸으며, 기독교 카툰 책이 얼마나 팔릴지 불투명한 시장에 내놓은 책이지만, 인쇄된 책을 처음 만지작거리며 느꼈던 흥분은 아직도 온몸에 살아있다.

‘하청’받은 그림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자기 캐릭터와 자기 이야기를 그린 기쁨이 컸다. 기독교 만화를 볼 때마다 늘 아쉬웠던 낮은 퀄리티를 극복한 보람도 있었다. 하나님이 주신 재능으로, 그 하나님을 위해 뭔가 했다는 뿌듯함도 있었다. 다시 애니메이터로 직장에 복귀한 그는 새해를 맞아 기도한다. 하나님만 바라보고, 하나님만 생각하고, 하나님밖에 모르는 ‘하나님 바보’들의 행진이 그의 책을 통해 더 많아지길 소망한다.

▲ 전승호 씨의 작품 중에서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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