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학사관 세금폭탄, 법적 무지일까 과잉 추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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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학사관 세금폭탄, 법적 무지일까 과잉 추징일까?”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5.01.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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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교회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아 vs 교회, 공익과 선교적 차원에서 이해해야

최근 교회에서 운영하는 학사관에 거액의 세금이 부과되면서 종교시설의 ‘고유목적사업’을 두고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종교시설이 운영하는 학사관(기숙사)에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거액의 세금이 징수하면서 이를 운영하는 많은 교회가 잇따라 ‘세금 폭탄’을 맞게 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

특히 학사관이 교회의 목적사업이 아니므로 과세 대상이라는 정부의 의견과 선교 차원에서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 것으로 교회의 목적에 부합하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며, 종교시설의 ‘고유목적사업’이 큰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갑작스런' 세금 폭탄 왜?

이는 지난해 교회의 학사관 운영에 대한 법원의 판결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기독교대한감리회 유지재단은 서울 북아현동 인우학사와 충정로 명덕학사에 9710만원의 세금이 부과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지만 패소한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기숙사(학사관)는 전도와 교육, 구호 등에 직접 사용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교회 고유사업에 직접 사용되는 부동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해 학사관 운영이 교회의 목적사업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취재 결과 이번 판결 이후 서대문구청과 송파구청은 지역 내 종교시설 등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해 누락된 과세를 파악하고 추징에 들어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동안 세법은 동일했지만, 감리회 유지재단이 운영하는 학사관에 대한 법원의 판결로 지자체에서도 대대적인 세수 마련에 나선 것이다.

이에 지난해 서울 서대문구청은 아현교회(담임:조원근 목사)에 4100만원의 세금을 내라고 통보했다. 교회 건물의 3,4층에 운영하는 성결학사에 대해 5년 치의 재산세를 한꺼번에 부과했으며, 관할 세무서도 종합부동산세(종부세) 1년분 700만원을 부과했다.

서울 송파구 마천동교회(담임:설봉식 목사)도 비슷한 세금 폭탄을 맞았다. 교회 내 서울강동학사가 최근 구청으로부터 취득세와 등록세, 재산세 등 총 7890만원을 납부하라는 세금고지서를 받았다.

아직 건축 부채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세금 체납으로 인해 교회압류 통지서까지 받아 교회의 기반이 흔들리는 위기에 처하게 됐다.

아현교회 재무담당 양동수 장로는 “갑작스런 세금 통보로 교회가 운영해온 공익사업의 취지마저 훼손될까 하는 우려가 깊다”며 “비용도 월 15만원으로 대학 기숙사보다 저렴하며, 대부분은 교회 예산으로 운영하는 비영리사업”이라며 세금 징수가 부당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갑작스런 세금 추징에 교회들은 우려의 입장을 밝혔지만, 과세당국은 세법에 따라 종교단체의 고유목적사업이 아니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학사관 운영은 종교의 고유목적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재산세 추징은 당연한 것”이라며 “교회의 거부반응도 이해는 가지만 정해진 판례에 따라 엄격히 진행된 부분”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교회간 소통 선행돼야

정부와 교회간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그동안 묵인해 온 교회 학사관에 대대적인 세금 징수가 갑작스럽게 시작되면서 좋은 취지에서 사업을 시작한 교회들의 반발감이 커질 수 있기 때문.

또 지속된 경기침체로 부동산 가격이 치솟는 ‘전월세 대란’ 속에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부담을 덜기 위한 공익적 접근에서 이해해야한다는 점에서 학사관 운영은 교회 고유의 사업에 해당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논평을 발표하고 “교회 시설 내에서 복지활동에 대한 세금 폭탄 사례는 지자체에 대한 기독교 활동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에서 비롯된다”며 “교회에서 운영하는 학사관은 종교 시설 안에 대부분이 있고 입주한 학생들에게도 예배와 성경공부를 의무화하기 때문에 ‘선교적 목적’”이라고 밝혔다.

또 언론회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처음에는 교회에서 운영하는 학사관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다가, 세수 확보와 ‘지방세특례제한법’ 제50조의 해석을 뒤늦게 적용하면서, ‘종교 및 제사의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해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보편적 복지에 따른 무리한 세수확보로 증세 없는 복지 확대의 폐단을 방불케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많은 교회들이 상당한 예산을 투입해 학사관을 운영해 오고 있으며, 비용도 최소 5만원에서 최대 30만원선으로 관리비도 안 되는 수준으로 책정하고 있어 이를 수익사업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이번 세금 추징이 전 교회적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사관 외에도 공부방, 문화교실, 카페 등 교회가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인 것.

법에 기반한 대책 필요하다

이와 관련 한국교회는 지난 20일 교회학사관대책위원회(위원장:윤종관 목사)를 구성해 몇 차례의 모임을 가진 후 적극적인 반대 입장을 개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교회가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과세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김진호 세무사는 “비영리단체가 운영하는 학사관(기숙사)는 당연한 과세 대상”이라며 “이제는 전산 시스템이 개발되어 있는 만큼 미흡한 것에 대한 추징이 된 것이며 앞으로 교회에 대한 세금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 교회가 세법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호윤 회계사는 “좋은 취지에서 시작했다 할지라도 법적 측면에서 교회가 좋은 일을 한다는 측면과 (목적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한다는 것은 구분되어야 한다”며 학사관 운영이 교회의 목적 사업이 아니라는 뜻을 밝혔다.

이어 최 회계사는 “이번 학사관 세금 폭탄은 교회가 지방세법을 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고 분석하고 “교회가 신앙교육이 아닌, 다른 취지의 사업을 운영할 때는 별도의 이익을 취하지 않더라도 세금은 부과될 수 있다”며 충분한 법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대안 마련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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