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효성의 문화칼럼] 거절의 미학
상태바
[방효성의 문화칼럼] 거절의 미학
  • 운영자
  • 승인 2015.01.29 13: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효성의 성지를 찾아서 (31)
▲ ⓒ숲에서, 방효성, 2015.

매년 새 다이어리 첫 장에 쓰는 표어가 있다. 표어라기보다 짧은 단어로 한 해동안 마음의 결심이나 의지를 세우기 위한 표시다. 올 해의 단어는 ‘거절’이라고 썼다. ‘거절’이란 단어는 대게 부정적으로 느껴지겠지만 나에게 중요한 덕목이 되는 단어다. 내게 부족한 것이‘거절’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관계의 상실을 우려해 거절하고 싶을 때 거절하지 못하고 마음고생한 적이 있다. 약속을 거절하지 못해 낭비한 시간, 동정심에 사들인 불필요한 물건들 등. 좀더 단호히 거절해야 했는데, 후회하면서도 늘 되풀이 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NO’라는 대답이 타인과의 관계를 대립적으로 만들까봐 걱정한다. ‘NO’라고 말하는 것에 무례함과 불편함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짧은 순간의 불쾌함을 피하고자 장시간의 불행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올바른 판단이 아니다. ‘YES’라고 말하고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심리학자 수잔 누먼이 쓴 ‘거절의 미학’이라는 책에는 “‘YES’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어느덧 버릇이 되었다. ‘YES’라고 생각하기에 앞서 ‘NO’라고 생각해 보라. 거절을 할 줄 알게 되면 목표를 향해 달려가기만 하는 게 아니라, 목표에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난다. 간단히 말해서 울타리를 치고 올바른 순서대로 일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거절의 미학 중).

거절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때로는 불편하기 그지없지만, 상습적인 승낙은 근심과 분노, 스트레스, 후회, 무력감 등을 야기한다. 자신을 우위에 두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야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 자신의 욕구를 무시하는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

신앙인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세상과 타협하지 말하야 할 것들에 단호히 거절할 때 더 큰 기쁨이 있음을 알고 있다. 믿는 자들이 거절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 소중한 것을 위해 눈앞에 있는 달콤한 것들을 거절할 줄 아는 믿음이 필요하다. 믿음이란 끊임없는 거절을 통해 더 깊은 축복의 세계에 들어가는 것이다.

올해 신앙생활에 걸림돌이 되는 습관은 없는지 돌아보며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거절할 수 있는 믿음의 용사가 되길 다짐해 본다.

‘모든 무거운 것과 얽매이기 쉬운 죄를 벗어 버리고 인내로써 우리 앞에 당한 경주를 하며’(히브리서 12장 1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