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에서 완생으로, 완생에서 ‘영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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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에서 완생으로, 완생에서 ‘영생’으로”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5.01.2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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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27주년 기념, 높은 청년 실업률로 고달픈 시대를 살아가는 88년생을 말하다

어느새 취업이 청년들의 삶의 목표가 되었다. 지속된 경기 침체와 낮은 실업률로 인해 꿈을 접고 높은 연봉과 안정적인 삶을 쫒으며 과도한 스펙 쌓기와 경쟁적 분위기에 몰두하는 청년들이 늘어가고 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어렵사리 취직했다고 할지라도 신입사원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일하는 것도 쉽지 않다.
특히 이러한 현실은 88년생들에게 더욱 뼈저리게 다가온다. ‘아직 완전하게 살아있지 않다’라는 미생(未生)이라는 말처럼 아직은 모든 것에 서투른 사회 초년생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지만, 직장 상사와의 마찰과 잦은 야근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겨우 1~2년의 짧은 경력을 쌓는 나이 스물일곱. 그렇다고 새로운 일을 도전하기에도 벅차다.
하지만 자신이 누군가와 함께하는가를 바라볼 때 미생이 아닌 완생으로, 또 영생의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4:14)”의 바울의 고백처럼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은 순간이 아닌 영원의 삶을, 단순한 직업적 성공이 아닌 소명의 성공에 초점을 맞추도록 만든다.

▲ 지속된 경기 침체와 낮은 실업률로 인해 절망하는 청년들이 늘어가고 있다. 직장에서의 삶에 대한 소명의식을 되찾는 것이 오늘날 크리스천 청년들이 미생에서 영생의 삶을 되찾는 커넥션이 될 수 있다.

◇진퇴양난의 청년들

몇 달째 구직중인 한 청년은 “계약직조차 안 되는 허접한 인생인 것 같다. 3달째 중소기업 포함해 이력서를 수백 통 뿌렸다. 서류가 통과되면 면접 날짜를 잡는데, 일주일 후에 통보하고 준비를 하다보니 몇 군데만 봐도 한 달이 날아간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렇다고 그가 경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대기업에서 계약직으로 꿋꿋이 일하며 경력 3년을 채웠다. 하지만 서류통과에도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는 김 모씨(27)는 최근 불면증에 시달린다. “정말 밤에 잘 때 가슴을 치면서 자요. 억장이 무너지고, 부모님 뵐 면목도 없어 답답해 미칠 지경입니다.”

막상 취업을 한다고 해서 고단한 삶이 평탄해지는 것은 아니다. 군포시에 사는 박 모씨(27)는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조급한 마음에 서둘러 취직을 결심했지만, 애초에 생각했던 것과 달라 탄탄한 대기업에 입사하고 싶다는 고민 때문이다. 하지만 취업하기도 어려운 때에 섣불리 퇴사했다가 지금보다 좋은 직장을 얻지 못할까 걱정된다.

그는 “요즘같이 취준생(취업준비생)들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1~2년의 짧은 경력으로 치열한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지 고민이다. 대기업은 취업하기가 더욱 어렵지 않냐”며 “도전하기가 두려운데, 남아있다가는 이도저도 못 될 것 같다”며 울상을 지었다.

졸업 후 3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기업에 입사한 이 씨(27)는 주변의 뜨거운 관심을 한 몸에 받았지만, 매일 계속되는 야근과 업무 성과에 대한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대기업이라 허울만 좋지 날마다 과도한 업무에 스트레스가 엄청납니다. 정말 하루에도 몇 번씩 퇴사를 고민하지만, 높은 봉급과 복지 조건을 생각하면 그래도 다른 사람들보단 낫겠다 싶어 하루하루 간간히 버티고 있습니다.”

◇일터에서의 삶, 교회에서도 가르쳐야

지난해 청년 실업률(15~29세)이 지난 9.0%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 실업자가 무려 38만 명에 이른 것이다. 특히 전체 청년 취업자의 19.5%, 즉 5명 중 1명은 드라마 미생의 ‘장그래(2년 계약직)’보다 못한 1년 이하 계약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최근 드라마 ‘미생’은 완전히 살지 않은 돌이라는 바둑용어에 빗대어, 아직 살아있기에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삶과 애환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그만큼 오늘날 많은 청년들이 보장이 없는 미래 속 ‘미생’으로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것. 이는 크리스천 청년들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크리스천으로서 구별된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는 회의감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더욱 클 수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 소명의식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직장사역훈련센터 최영수 대표는 “진정한 영성은 일상생활 속에서 완성된다. 하지만 먼저는 크리스천들이 각자의 직업과 삶을 하나님께서 주신 거룩한 소명으로 이해하고 직장 사역자로 살아간다고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일터는 인생 학교이며,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 자라가기 위한 훈련의 장이라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교회가 성도들의 일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관해 구체적인 성경적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선일 교수(웨신대)는 “일 자체가 하나님의 소명이라는 것이 깨닫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며 “복음을 전하는 것도 중요하나, 일터가 하나님의 성품을 드러내는 통로로 기능할 수 있단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며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세우기 위한 통로라는 관점에서 ‘일’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목회자의 역할을 강조한 그는 “교회 지도자들이 먼저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일터에서의 삶 자체가 바로 제자도라는 사실을 알려주어야 한다. 교회에 나와 봉사하고, 헌금을 많이 하는 수준으로 소명을 말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늦더라도 도전하는 정신이 아름다워

좋은 훈련 프로그램이 있다 할지라도 청년들 스스로가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런 성과를 얻을 수 없다. 다른 이들과 비교하거나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일을 찾아 나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평범한 한 청년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의 미래와 일에 대해 고민하던 어느 날 우연히 오징어 행상을 만나 장사를 시작하게 됐다. 그는 ‘장사’가 자신의 적성에 맞다는 것을 깨닫고 1년 간 오징어 행상을 따라다니며 기본기를 익혔다. 그러다가 이 청년은 수년 후 야채 트럭 행상을 거쳐 서울 대치동에 과일과 야채를 판매하는 18평짜리 점포를 차린 뒤 대한민국에서 평당 최고 매출을 올리는 가게로 키워냈다. ‘총각네 야채가게’ 이영석 사장의 얘기다. 그의 성공신화는 몇 년째 대기업 입사시험 준비에만 목을 매던 청년들과 어렵고 딱딱한 마케팅이론만 공부하던 기업의 사원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었다.

또 기억해야할 것은 돈을 많이 벌고, 명예를 얻는 세속적인 성공이 성경이 말하는 성공의 척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의 일을 통해 ‘기쁨’과 ‘평안’을 누리고 있는가가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또 다른 팁은 타인과 비교하는 것이 아닌,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는 것이다.

토목공학과를 전공했지만, 사업에 대한 열정을 갖게 된 후 지난해 한 일식당을 오픈한 오광석 씨(30·사랑하는교회)는 이렇게 말했다. “주위의 권유로 토목공학과를 전공했지만, 늘 개인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수년의 학습 끝에 식당을 열게 됐습니다. 그간 걸어왔던 것과는 다른 새로운 길이었지만,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단 생각에 시작하게 됐습니다.”

물론 그가 식당을 운영하는 과정은 호락하지 않았다. 전공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기에 몇 년 동안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고, 남들보다 두 배의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하지만 작은 일이라도 비슷한 일을 시작하다보니 자연스레 기회가 주어졌다.

“처음에는 저도 식당에서 일을 배우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작은 일에 충성하니 큰 것을 맡기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청년들이 있다면, 지금 생각하고 있는 그 일에 주저하기보다 일단 도전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청년 리더십 양성 위한, 돕는 교회로

홀로 서기 두려워하는 청년들을 위해 교회가 직장훈련을 통해 크리스천 청년 리더십을 양성하는 좋은 사례도 있다. 설교만을 통해 충분한 기독교 세계관을 심어주기가 어렵다면, 별도의 특강을 제공할 수도 있다.

강남교회(담임:고문산 목사)는 노량진에 위치해 전국 각지에서 고시를 준비하는 청년들이 많이 출석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13년 동안 ‘새벽밥’을 매일 평균 250여명의 사람들에게 제공해왔으며, 이러한 소문을 듣고 새벽기도에 참석해 믿음을 갖게 된 사례도 더러 있다.

강남교회는 청년부가 점점 늘어가면서 변화하는 취업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지난해 11월 말 전문가들을 초청해 세 번의 취업 특강을 진행했다. 또 평소 5, 6부로 두 번에 걸쳐 드리던 예배의 한 부를 ‘특강’으로 돌려서 크리스천 청년들뿐만 아니라 노량진 지역의 청년들이 취업이라는 바늘귀를 어떻게 더 잘 통과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배우는 시간을 마련했다.

서울광염교회(담임:조현삼 목사)는 대학생 및 대학원생들이 본격적인 직장 생활을 경험하기 전 기독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교육하는 ‘광염리더십아카데미’를 시행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2012년 9월부터 시작됐으며, 12주 동안 매주 토요일 4시간 동안 진행하며, 12번의 수업 중 10회 이상 광염리더십아카데미 수업과 소속된 청년부 집회에 참석해야 수료할 수 있다.

크리스천 직장인으로 일터에서도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 성경적 관접에서 직장문화와 직업윤리, 커뮤니케이션, 갈등과 해결방법, 예수님의 리더십 모델을 배울 수 있는 다채로운 강의를 진행한다. 이론에서만 머무르지 않기 위해 아카데미를 수료한 학생들은 이듬해 1월 중 9박 10일 일정으로 해외로 필드 스터디를 떠나 시야를 확장시키는 기회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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