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는 시대적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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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시대적 사명이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5.01.20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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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위기관리재단 기자간담, 한국교회 위기대응 진단

선교지의 사건 사고가 계속되고 있지만 한국교회의 대응은 여전히 무방비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사건 사고가 한국교회를 향한 무차별적인 비난으로 이어지는 등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는 것. 설립 4년째를 맞은 한국위기관리재단(이사장:이시영, 사무총장:김진대, KCMS)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의 위기사례 속에서 나타난 한국교회 위기대응의 문제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위기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진단했다.

▲ 한국위기관리재단 김진대 사무총장이 위기대응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KCMS의 김진대 사무총장은 “최근 발생한 에어아시아 항공기 추락사고와 이집트 성지순례객 폭탄테러, 캄보디아 선교사 교통사고 등 각종 위기 사례가 선교지에서 많이 일어났다”며 “위기관리가 하나의 큰 시대정신으로 대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가슴아픈 경험들이 계속됨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의 위기대응 능력은 2007년 아프간사태 때와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김 사무총장은 초기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시기적절한 초동대응을 포함한 위기관리 역량을 키우기 위한 선교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세월호 사태를 통해 위기가 발생했을 때 초기대응이 얼마나 중요한 지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습니다. 선교계 역시 위기가 발생하면 해당 선교단체가 일차로 파송 교회와 협력해 이해 당사자들을 관리하고, 현장과 국내의 미디어들을 관리하는 위기관리의 기본적인 초동대응 원칙을 준수해야 합니다. 하지만 위기관리 교육과 훈련을 받지 못한 일부 선교단체들은 적절한 초기대응을 감당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최근 일어난 에어아시아기 추락 사고는 실패한 초기대응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사건 발생 초기, 사고의 희생자인 박성범·이경화 부부의 신분이 ‘선교사’라는 것이 박 선교사의 지인을 통해 언론에 밝혀진 것. 이후 ‘항공기 실종’ 사고는 ‘선교사 실종’ 사고로 연일 보도됐고, 일부 온라인 매체는 ‘기독교가 금지된 국가에서 포교 활동을 벌이다가 사고를 당했다’는 기사를 올리기도 했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한국세계선교협의회의 통계를 인용해 “한국의 기독교는 세계 곳곳에서 광범위한 선교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2013년말 현재 2만6천명의 선교사들이 169개국에 파송됐다. 서울에 있는 세계선교협의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서는 약 700명이 활동, 중국과 일본에 이어 가장 많은 한국 선교사들이 있다”고 자세하게 소개했다.

문제는 이같은 기사 아래 악의적인 댓글이 줄을 이었다는 것. 김진대 사무총장은 “창의적 접근 지역에서 사역하는 선교사와 단체, 그 가족들의 경우에는 보안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고는 자칫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모든 한국인 선교사들에게 불이익이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온라인상의 무분별한 악플에 대해서는 한국교회가 위기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합니다. 초기에 대응을 잘 했다면 현지 선교사들뿐 아니라 희생자와 한국교회가 불필요하고 악의적인 비난을 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여름이면 한국교회가 많이 떠나는 ‘단기선교’의 용어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KCMS 연구소장 도문갑 목사는 “단기선교라는 명칭이 실질적으로 거품이 있는 동시에 선교사를 정말 선교사답게 만들지 못하고, 접근제한지역에서 단기팀이 일으킨 문제가 전체 선교사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단기선교가 지역교회의 위기발생 및 예방 차원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도 목사는 “지난 2007년 일어난 아프간 사태에서도 ‘선교팀’이 아닌 ‘봉사팀’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면 상당히 다른 결과가 있을 수 있지 않았겠나”고 말했다.

도 목사는 또 “위기관리는 ‘뱀처럼 지혜로우라’는 성경의 가르침과도 일맥상통한다”며 “이 동네가 위험하면 저 동네에서 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이것은 결코 비겁한 일이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김진대 사무총장도 “예전에는 한국에서 선교사로 파송하고 선교사들이 현지에서 학생처럼 위장하는 방식이 통했지만 지금은 IS나 보코하람, 알카에다 등이 등장하면서 당시의 패러다임으로 나서면 사회의 천덕꾸러기가 되고 사회의 공격을 받게 될 것”이라며 “해외에 나가있는 2만 6천명의 선교사들이 복음화 뿐 아니라 세계화의 첨병으로 역할을 하고 있으면서도 비판을 받아서는 안 된다. 그만큼 교회가 위기관리와 안전관리에 더욱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근 들어 증가하는 전 세계적인 테러위협과 관련해 김진대 사무총장은 “파리와 시드니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거의 매일 종교와 관련된 테러가 일어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유사한 테러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테러를 더 이상 남의 일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한국교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한편 KCMS는 한국선교계의 위기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2012년에 이어 제2차 선교단체 위기관리 현황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조사 결과는 다음달 중순쯤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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