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더미 속에도, 피어오른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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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더미 속에도, 피어오른 ‘희망’”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5.01.19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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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컴패션, 세계 빈곤아동의 삶 직접 보고, 느끼며 체험하는 ‘체험전’ 열어

#쓰레기가 산처럼 쌓인 필리핀 세부의 한 쓰레기 마을. 바닥에는 시커먼 물이 가득하고 강한 악취가 코를 찌른다. 매일 아침, 사람들은 고철과 플라스틱, 먹을 만한 쓰레기를 줍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바로 이 쓰레기 더미 사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쓰레기를 줍는 아이들이 눈에 뜬다. 고철과 쓸 만한 것을 며칠 동안 모아, 이들이 받는 돈은 37페소. 한국 돈으로 고작 990원에 불과하다.

누구도 가난을 선택해 태어난 사람은 없다. 하지만 가난 속에서도 희망을 선택할 수는 있다. 누군가의 따스한 사랑의 손길이 이들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면 말이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하루 10만 명이, 6초에 한 명의 어린이가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가끔 TV나 방송을 통해서만 들을 수 있었던 빈민들의 삶. 그중에서도 아동들은 굶주림과 질병,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더욱 비참한 생활에 처해 있다. 우리와는 다른 피부색과 언어로 더욱 멀게만 느껴졌던 이들의 문제가 단지 ‘누군가’의 아픔이 아닌, 나의 가족, 친구의 이야기라면 어떨까?

▲ 컴패션 체험전에서는 약 10평의 공간에 필리핀 세부의 한 쓰레기 마을을 재현해 놓았다. 체험전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이 영상을 보며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다.

필리핀 세부의 쓰레기마을에 사는 알조는 1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닥친 가난과 어려운 환경에 절망하고 아파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노래한다. 자신을 지탱해주는 누군가의 든든한 후원과 기도가 있기 때문이다. 이 알조의 이야기는 우리도 누군가의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든다.

한국컴패션(대표:서정인)은 세계의 빈곤 아동들의 삶을 직접 보고, 느끼며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4일부터 25일까지 목동 지구촌교회에서 진행중인 ‘컴패션 체험전’에서는 전 세계 가난의 현장들을 10평 규모의 공간에 현지 물품으로 생생하게 재현했다.

특히 ‘알조의 이야기’로 구성된 체험전은 빈곤 아동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소중한 인생이자 사랑받아야 마땅한 삶이라는 것을 다시금 알게 한다.

체험 공간은 총 6개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15분의 시간이 소요된다. 자원봉사자들의 안내에 따라 건네받은 태블릿PC를 통해 알조의 스토리가 담긴 영상을 함께 볼 수 있다. 쓰레기 언덕을 지나 알조의 집, 소망의방, 컴패션 어린이센터 등을 둘러보면 절망이 희망으로 바뀌어 가는 일련의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고, 만지며, 느낄 수 있게 된다.

먼저 알조의 방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쓰레기 언덕을 거쳐야 한다. 말 그대로 진짜 쓰레기와 폐기물이 산을 이룬 모형과 함께 바닥에는 냄새나는 구정물이 담긴 통들이 늘어서 있다. 쓰레기 더미 사이로 쉴 새 없이 먹을거리와 쓸모 있는 물건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알조의 모습이 눈에 선한 듯 다가온다.

헌옷가지를 수선해 만든 커튼을 걷어 올리면, 쓰레기 더미 옆에 알조 가족의 방에 들어설 수 있다. 천장에는 흘러내리는 빗물이 땅을 적실만한 구멍이 여기저기 뚫려있다. 우기가 되면 옷가지가 비에 젖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옷을 봉지에 넣어 각자의 이름을 표시해 놓았다.

쓰레기 더미 속에서 주어온 옷가지 몇 벌과 어두침침한 공간 속 한 개의 창문 사이로 빛이 스며든다. 하지만 알조가 바라본 창문 밖 공간은 쓰레기 더미에 둘러싸인 세상이 전부일 뿐이다. 창문을 볼 때면 마치 알조의 귓가에 이러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넌 쓰레기 같은 아이야.”, “네 인생도 이렇게 쓰레기나 줍다가 끝나겠지”

하지만 이러한 환경 속에서 알조가 절망하지 않는 이유는 한국인 후원자가 보내오는 한 편지 때문이다. 알조는 이 편지를 알조는 방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놓았다. “알조를 만난 것은 하나님의 축복이야. 하나님은 알조를 사랑하셔.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힘을 냈으면 좋겠다.” 

비록 지금 알조의 현실은 창 밖에 보이는 쓰레기 더미와 다를 바 없지만, 자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기에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다. 어두컴컴한 알조 가족의 방을 지난 다음에는 필리핀 만다웨 희망(Hope) 어린이양육센터’ 공부방을 마주하게 된다.

필리핀 빈곤아동을 대상으로 세워진 컴패션어린이센터는 알조를 비롯한 수십 명의 빈곤아동의 건강상태, 성장일지, 환경까지 세밀히 관찰하고 살피며 교육하는 공간이다. 이들처럼 후원자를 만나 희망을 갖게 된 아이들도 있지만 가난 속에 절망하는 아이들은 여전히 많이 있다.

▲ 한국컴패션은 세계의 빈곤 아동들의 삶을 직접 보고, 느끼며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체험전에는 이제까지 500여명의 사람들이 방문했다.

체험전에는 이제까지 500여명의 사람들이 방문했으며, 이를 둘러본 사람들 중에서는 자원하는 마음으로 후원을 약정하고 베푸는 삶을 결심한 이들도 있다.

체험전을 관람한 소감으로 양규민 학생(19·광주 새순교회)은 “서울에 비전트립에 와서 이곳을 둘러보게 됐다. 처음에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데 후원자들이 있기에 아이들이 밝게 성장할 수 있는 것 같다”며 “기도를 하면서 후원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엄마의 손을 붙잡고 체험전에 방문한 박형준 어린이(8·지구촌교회)는 “필리핀에 있는 가난한 친구들의 삶이 너무 불쌍했다. 그래도 엄마와 함께 하나님께 이들을 살려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컴패션은 2003년 설립됐으며, 가난의 대물림을 방지하고 가난으로 인해 꿈과 희망을 잃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예수님의 사랑과 생명을 전하는 사역을 하고 있다. 현재 약 12만 명의 세계 어린이들이 한국 후원자들을 통해 양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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