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복음을 전하며 나눔 실천하는 ‘유가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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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복음을 전하며 나눔 실천하는 ‘유가이버’
  • 이성원 기자
  • 승인 2015.01.1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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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전도사’ 일진사이클 유준식 대표

수려한 풍광이 강변을 타고 사계절의 옷을 갈아입는 남한강 길은 자전거 애호가들이 사랑하는 길이다. 자전거 타기엔 좀 추워 보이지만, 겨울은 겨울대로 또 맛이 있다. 몰아치는 차가운 강바람을 뜨거운 호흡으로 맞서며 페달을 돌린다. 역경을 뚫고 나가는 불굴의 페달질 끝에 거친 숨을 몰아쉬며 시원하게 한마디 던진다. “살아있네!”

그 길목의 팔당 초계국수 맞은편에 ‘일진 사이클’이 있다. ‘일진’은 매일 전진한다는 뜻. 이곳 주인인 유준식 대표의 ‘신앙고백’이기도 하다. 그의 일생에 평탄한 길은 없었다. 경사진 인생길을 심장이 들끓고 허벅지가 터지도록 역주해온 거친 풍모와는 달리, 입구엔 축복의 말씀이 걸려있다.

“여호와께서 명령하사 네 창고와 네 손으로 하는 모든 일에 복을 내리시고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시는 땅에서 네게 복을 주실 것이며.” 신명기 28장 8절 말씀이다. ‘한국친환경문화장애인협회 부회장’이라는 그의 명함도 맨 처음 이렇게 시작된다.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종 상패상장으로 소문난 집

가게 안에 가득 찬 자전거들과 관련 용품 곁에 있는 장식장 속에 그의 지나온 ‘인생’이 있다. ‘2014 대한민국 혁신 한국인 파워 브랜드 사회봉사부문’, ‘혁신 리더’, ‘기업 브랜드 대상 스포츠 자전거 부문’ 등 갖가지 상패를 비롯해서 남양주시로 부터 받은 선행 감사패, 공로패, 표창장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그 자신도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지만 월드비전, 유니세프 같은 곳에 매달 기부하고 있다. 소년소녀 가장을 돕기도 했고 장애인복지단체 등에 후원하기도 한다. 폐자전거를 새것으로 고쳐서 수 십대를 남양주시청 등에 기증했다. 그가 기증한 자전거들이 전철역과 버스 정류장 등에 비치됐다. 이 일이 알려져서 그는 매스컴을 좀 탔다.

자전거와 맺은 그의 인연은 운명적이다. 그에게 하나님이 주신 소명이다. 이것을 천직으로 삼아 지금의 가게에 안착하기까지 우여곡절 험곡을 주행해왔다. 그 시작은 5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열아홉 살에 강화도 시골에서 무작정 상경해서 자전거로 물건을 배달하며 먹고 살았죠. 그런데 어느 날 제 옆으로 사이클 선수들이 지나가더라고요. 똑같은 자전거를 타는데 그들은 달라보였어요. 저도 그때부터 자전거 선수로 뛰기 시작했죠. 그런데 자전거 선수들과는 달리 또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해야 했거든요. 그게 쉽지 않았어요.”

결국 자전거를 떠나 한때는 ‘부와 명예를 얻기 위해’ 복싱을 하기도 했다. 27세의 늦은 나이다 보니 이것도 쉽지 않았다. 이일 저일 방황하던 차에 자전거 붐이 일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일진사이클’이라는 간판으로 자전거를 팔고 고치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자전거를 좀 다루다 보니 프레임(차체)이 비싸서 항상 문제가 됐어요. 그래서 제가 좋은 부품을 구입해서 직접 만들어 봤습니다. 그런데 그게 좋은 성적을 많이 거뒀어요."

소년체전에서 그가 만든 자전거를 타고 한국 신기록을 세우는 성과를 여러 차례 거뒀다. 그러나 이 일도 오래가지 못했다. 한국적 풍토에선 개인이 만든 제품이 외국처럼 ‘명장’ 대우를 받기가 어려웠다. 또 다시 문을 닫아야 했다.

 

▲ 자전거를 수리하고 있는 유준식 대표

자전거는 나의 소명입니다

“그러다 우연히 한강변 자전거 도로에 오게 되었는데, 자전거 동호인들이 거기서 자전거 고장으로 쩔쩔매는 것을 봤어요. 뭐가 문제인지 제 눈에는 한 번에 보이죠. 그래서 간단한 공구 몇 개로 그 자전거들을 고쳐줬습니다. 무상으로 고쳐줬지요. 그러다 보니 소문이 나기 시작한 거예요.”

사람들은 그를 ‘유가이버’라고 부른다. 자전거 구조가 간단해 보이지만 나사의 조임 등 작은 부분에 문제가 생겨도 탑승감이 달라진다. 자칫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오랜 세월 자전거와 함께 살아온 그가 잠깐 손을 대자 비틀거리던 자전거가 씽씽 소리를 내며 경쾌하게 달려갔다. 그걸 보는 것이 행복했다. 비로소 깨달았다. ‘아, 이게 하나님이 주신 소명이구나.’

“그때부터 미사대교 아래서 자전거를 고쳐줬어요. 다리 밑이라 비를 피할 수 있어서 공사장에서 얻어온 자재로 옆에만 가리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좀 소문이 나니까 물품을 도둑질해가는 사람들도 있고 또 누가 무허가라고 신고를 해서 쫓겨나기도 하고 그랬죠. 참 힘들었습니다.”

서울 강동과 경기도 하남 사이에서 단속에 따라 양쪽으로 피하며 그 많은 짐들을 쌌다, 풀었다를 반복했다. 쉽지 않은 세월이었다. 그러나 그에겐 든든한 응원단이 있었다. 자전거로 나눔을 실천하는 그의 모습에 감동을 받은 자전거 동호인들이 전폭적으로 그를 지지해주고 응원해주었다.

“하나님께 두 가지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서문교회 다닐 적에는 매일 새벽기도회에 다녔습니다. 하나는 방송에 좀 나가게 해달라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이렇게 쫓겨 다니는 노점생활을 벗어나게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게 다 응답이 됐어요. MBC TV ‘놀라운 세상’에 제가 자전거에 자전거 15대를 이고 가는 것이 방송됐고요, 2년 전에 이 가게를 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명성교회를 다니던 그는 최근엔 명성교회에서 하남에 개척한 새노래명성교회를 번갈아 출석하고 있다. “김삼환 목사님의 설교가 좋다”는 그는 언젠가 김 목사님을 만나 자전거로 선교하고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은 소망도 있다.

 

자전거를 제대로 타려면

요즘 자전거 인구가 부쩍 늘었다. 4대강 사업의 결과로 전국에 자전거 길이 잘 닦여진 영향도 크다. 또 자전거가 친환경적이며 경제적이고 동시에 운동에도 큰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다. 자전거에는 인생철학이 담겨있다.

“자전거 타는 게 인생살이와 비슷합니다. 세상에 탄탄대로라는 건 없거든요. 갑자기 신작로처럼 넓은 길이 나올 수 없어요. 논두렁 밭두렁 같은 좁은 길을 가야 합니다. 때로는 굽이굽이 돌아가야 하는 때도 있고요. 누구나 인생길이 오르락내리락 합니다. 올라가면 반드시 내려가는 길이 있어요. 자전거 타면 인생을 깨닫게 되고 위로를 받으며 스트레스가 풀립니다.”

그러나 자전거도 “알고 타야” 유익하단다. 자전거가 자기 사이즈에 맞아야 한다. 페달을 밟을 때엔 발끝 앞쪽으로 저어야 한다. 안전장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옷은 눈에 잘 띄는 밝은 색이 좋다. 체인도 한계수명이 있으니 주기적으로 갈아줘야 한다. 타이어에 상처가 있는지, 공기는 적당한지 정기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전거는 안전에 더욱 유의해야하기 때문이다.

중고 자전거를 고르는 요령도 있다. 중고 자전거는 몸체(프레임) 표면의 페인트 등이 얼마나 벗겨졌는지를 봐야 한다. 많이 벗겨졌으면 오래 탄 증거다. 바퀴가 정확히 돌아가는지, 브레이크는 잘 드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바퀴가 돌아갈 때에 기어 쪽에서 소리가 나지 않아야 한다. 유 대표는 자전거 선수로 뛰고 또 제작도 해본 노하우를 통해 건강한 자전거 문화를 나누고 싶어 한다(문의 031-577-3352).
 

“사실 저에겐 더 큰 꿈이 있습니다. ‘엄청난’ 꿈입니다. 이건 제 아내도, 목사님도,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하나님과 저만 알죠. 사람이 태어날 때 다들 살려고 주먹을 쥐고 태어납니다. 그런데 죽을 때는 빈손으로 가거든요. 제가 죽어 하나님 곁에 가서 영생을 누리는 게 첫 번째 꿈이고요, 두 번째는 그때까지 계속 베풀며 사는 게 꿈입니다. 돈이 없어 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그래서 사실 요즘 저도 어렵지만 더 베풀고 싶어요. 다 베풀고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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