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전팔기 구해라’처럼 다시 오뚝 서는 새해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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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전팔기 구해라’처럼 다시 오뚝 서는 새해 꿈꾼다
  • 이성원 기자
  • 승인 2015.01.07 0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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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드라마로 돌아온 ‘슈퍼스타K’의 김용범 PD

우리나라에 최초로 오디션 붐을 일으켰던 ‘슈퍼스타K’(이하 슈스케)의 김용범 PD. 그가 연출한 이 오디션 프로그램은 케이블 방송 시청률로는 경이적으로 20%를 넘겼다. 당시 케이블프로그램 100개를 합친 시청률이 보통 15%였으니, 그 인기가 얼마나 하늘을 찔렀는지 알 수 있다. 특히 슈스케2의 우승자 허각은 환풍기 수리공에서 일약 스타가 되면서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다’는 드라마를 만들며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런 영향력을 인정받아 슈스케는 2010년, 2011년 연이어 정부로부터 공정사회의 상징으로 선정됐다. 단순한 오락 프로그램을 넘어서서 ‘출세’의 연줄이나 배경이 없는 사람이라도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준 까닭이다. 그러나 김 PD가 떠난 후 슈스케는 예전만한 인기나 영향력이 많이 상실된 상태. 그래서 슈스케6가 끝난 지난 연말엔 일부 네티즌들이 다시 김 PD가 슈스케를 맡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김 PD는 새해를 맞아 새로운 프로그램을 가지고 돌아온다. 오는 9일 금요일 밤 11시 Mnet에서 첫 방송되는 ‘칠전팔기 구해라’라는 뮤직 드라마. 이 드라마 역시 어떤 의미에서 슈스케의 후일담이다. 경연에서 탈락되거나 소외된 이들이 절망을 딛고 일어나 다시 새로운 꿈을 이뤄가는 인생 드라마가 음악과 함께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 우리나라에 최초로 오디션 붐을 일으켰던 ‘슈퍼스타K’의 김용범 PD가 새해를 맞아 새로운 프로그램을 가지고 돌아왔다. 매주 금요일 밤 11시 Mnet에서 방송되는 뮤직 드라마 ‘칠전팔기 구해라’다.

“만약 그때 그만 두었더라면….”

“슈스케에서 우승해서 잘된 분도 있지만 떨어지거나 탈락했던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런 분 중에서는 도전 자체로 만족하신 분도 계셨고, 떨어졌지만 그 기회를 통해 새로운 인연을 맺고 잘되신 분들도 있었어요. 탈락한 분들의 삶이 결코 실패가 아니라 또 다른 새로운 꿈을 일궈나간다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Mnet은 기독교방송국이 아니며 따라서 이 드라마는 신앙과는 별 상관없다. 그러나 ‘칠전팔기 구해라’는 그 제목과 소재부터 성경적인 가치를 품고 있다. “대저 의인은 일곱 번 넘어질지라도 다시 일어나려니와 악인은 재앙으로 말미암아 엎드러지느니라”(잠 24:16)는 말씀처럼, 성경은 소외되고 실패한 인생들이 다시 구원받는 드라마로 가득 차있다. 지금은 스타 PD의 반열에 올랐지만, 김 PD 역시 ‘칠전팔기’의 시절이 있었다.

중고등학교를 우등생으로 졸업하고 대학도 내내 장학금을 받고 다녔지만 졸업 후 치른 어느 지상파 방송 PD 시험에서 떨어졌다. 최종단계에서 아쉽게 탈락된 것. 신문방송학과 출신도 아니고 ‘언론고시’ 준비기간도 짧아서 그 정도 성적도 괜찮은 것이었지만, 좌절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 후 Mnet의 PD로 들어갔지만 처음엔 일이 서툴러 ‘미생’같은 나날이었다.

“제가 목회자 아들로 쭉 교회에서만 자라다 보니 어떻게 생각하면 온실 속에서 자랐다고 볼 수 있죠. 그러다가 방송국에 들어가니까 모든 게 낯설었어요. 만나는 사람도 다양하고,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는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집중돼야 하니까 분위기도 험악하거든요. 처음엔 그 치열한 현장에서 버티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어느 날, 새벽이었다. 그날은 정말 그만 두려고 마음먹었다. 착잡한 마음에 방송국 앞 길가에서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은 이렇게 말했다. “그만 두는 건 네 마음인데, 네가 그만 둬봤자 너 그만 둔 것 아무도 마음 쓰는 사람이 없을 거다….” 거기서 그만 두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뜻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별 것 아닌데, 그때는 정말 심각했어요. 만약 그때 정말 그만 뒀더라면 오늘의 저는 없었겠지요. 슈스케를 연출할 기회도 없었겠고, 그렇다면 지금처럼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만들며 재미있는 생활을 하는 저도 없었을 겁니다. 힘든 순간은 다음 번을 위한 과정일 뿐입니다.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겪는 나쁜 것들, 나쁜 인연들도 잘 견뎌내면 오히려 다 저에게 자산이 되더라고요.”

 

교회에서 쌓은 연출의 내공

모든 경험은 버릴 게 없다. 그는 맨 처음 방송 일을 기독교방송에서 외화 번역하는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는데, 그 과정에서 원래 대사에 없는 말을 상황에 맞게 만들면서 작가적 역량을 쌓을 수 있었다. 어떤 미국 프로그램을 번역하면서 구성, 편집, 촬영 등 다양한 연출기법도 배울 수 있었다. 어디서든지 최선을 다하면 꿈에 한층 더 가까워진다.

“신앙적인 도움도 컸습니다. 힘들 때마다 기도도 많이 하고 묵상도 하면서 자신을 다스렸죠. 항상 기본적으로, 용서하고 참고 견디며 다음에 대한 기대를 갖고 또 일을 시작할 수 있었던 건, 신앙이 없이는 불가능했습니다.”

교회에서 자라며 주일학교에서 성탄절 연극을 하고 중고등부 때 ‘문학과 음악의 밤’을 하며 성가대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을 했던 경험들도 소중하게 쓰였다. 어학을 전공했지만 방송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이렇듯 교회에서 쌓은 ‘달란트(재능)’ 교육 덕분이다.

“아버지(홍익교회 김태복 원로목사)와 어머니 두 분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두 분께서 목회하신 곳이 미개발지역으로 아주 동네가 낙후된 곳이었어요. 부모님께서 어렵게 사는 분들을 섬기고 끌어안고 목회하는 것을 보면서 자랐죠. 그래서인지 저도 소외되고 좀 어렵게 사는 분들을 보면 한 번 더 눈이 가고 마음이 쓰이는 것 같아요.”

▲ 슈퍼스타K2의 우승자 허각과 경쟁자들

선교방송의 꿈을 꾼다

오는 9일 방송되는 ‘칠전팔기 구해라’ 역시 소외된 이들에 대한 이야기. ‘인생 불합격자들’이 음악을 통해 다시 일어나는 뮤직 드라마다. 고전으로는 ‘사운드 오브 뮤직’같은 영화가, 최근엔 ‘비긴 어게인’, ‘원스’와 같은 영화가 뮤직 드라마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그동안 한국에서는 뮤직 드라마가 좋은 시청률을 얻지 못했다. 김 PD에겐 그래서 새로운 도전이다. 그 새로운 도전이 그에겐 낯설지 않다. 처음 슈스케를 시작했을 때도 우려가 적지 않았다.

“처음엔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어요. 그때가 아이돌 그룹들이 각광을 받기 시작하던 때였거든요. 전문 기획사들이 한참 아이돌 그룹을 기획해서 내던 때라,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올 인재가 없다고 다들 걱정했어요. 나올만한 아이들이 다 기획사에 갔으니 거기 가서 부탁해보라는 이야기까지 들었어요.”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반전. 첫날 100명 정도 지원하면 다행이다 생각했는데 5천 명이 지원했다. 아이돌이 되지 못했지만 여전히 노래에 대한 꿈을 가진 소외된 음악가들이 폭발한 것이다. 그는 그들의 열정을 ‘악마의 편집’이라는 소리를 들을만큼 쫄깃쫄깃한 편집과 연출로 스토리텔링을 더해 감동의 판을 신명나게 깔아줬다.

이제 새로운 도전 앞에 서있는 그는 그래서, 담담하다. 그의 도전은 사실 더 먼데 있다. 방송 일을 하는 형과 함께 훗날 기독교 관련 콘텐츠를 만드는 꿈이다. 그동안 다양한 프로그램들, 리얼, 쇼, 서바이벌, 드라마 등을 만든 노하우를 가지고 선교 방송을 하고 싶다. 하나님이 주신 이 달란트를 가지고 그분에게 쓰임 받고 싶다.

그날을 기대하며 김 PD는 오늘도 열심히 촬영 중이다. 그리고 소망한다. 새해에는 모든 분들이 ‘칠전팔기 구해라’처럼 다시 오뚝 서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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