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막에서 나무 심다가 체험한 ‘기적’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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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막에서 나무 심다가 체험한 ‘기적’ 나눈다
  • 이성원 기자
  • 승인 2014.12.2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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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서 식수 선교에 참여하고 있는 유학생들
황사바람을 복음의 훈풍으로 바꾸는 유수영 목사
중국 사막에 나무 심는 선교를 하는 유수영 목사를 만나러 가면서 생긴 궁금증 몇 가지. 그곳에 나무를 심는 이유는 대충 이해가 됐다. 중국 사막에서 불어오는 황사 바람 때문에 생기는 피해를 줄여보겠다는 뜻이겠다. 그런데 왜 중국인이 안 심는 나무를 한국인이 심어야 할까? 그 넓은 중국 사막 땅에 나무 몇 백 그루 심는다고 사막이 숲이 될까? 황사 바람이 사라질까?

유 목사를 만나자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그를 만난 곳은 그가 섬기는 민족사랑교회. 서울역 근처의 한 건물 지하에 있는 교회는 초라했다. 빨래한 옷들이 널려있는 예배당 옆 공간에는 노숙자들 몇이 쉬고 있었다. 어떤 이는 라면을 먹고 있었다. 유 목사는 노숙자 사역도 하고 있었다.

이런 형편에서 중국에 무슨 나무를 얼마나 심을 수 있을까? 더구나 그는 간암 투병 중이었다. 그러나, 그의 간증을 따라가다 보니,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시는 그분을 만날 수 있었다.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가 처음 중국에 나무를 심는 선교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사소한 불만에서 시작됐다.

▲ 성탄절을 앞두고 트리를 다듬고 있는 유수영 목사
나무 몇 백그루 심어서 될까?
2001년경이었다. 중국에서 불어온 황사가 자동차에서 밀가루처럼 흘러내리는 걸 보고 불평이 터졌다. ‘왜 중국은 우리나라 옆에서 이렇게 우리를 고생시키나?’ 그때 심령 깊은 곳에서 또 다른 반문들이 꼬리를 물었다. ‘너는 중국을 위해서 뭘 했느냐?’ ‘내가 왜 중국을 위해 뭘 해야 합니까?’ 불현듯 옛 생각이 났다. 현대건설 다닐 적에 한 중국회사로부터 따뜻한 대접을 받은 기억이었다.

“그런 생각이 나면서 ‘은혜를 갚아라’ 하는 음성이 들리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어떻게 갚으면 되나요’ 물었더니 주님은 ‘중국 사막에 나무를 심어라’고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때부터 순종하는 마음으로 있다가 5, 6년 후에 구체적인 계획을 짜고 2010년에 답사, 2011년도에 내몽고에 가서 처음 중국 사막에 굵은 나무 100그루를 심었습니다. 올해 4월에는 3미터짜리 300그루를 심었고요. 내년 봄에 또 심으려고 준비 중에 있습니다.”

그 넓은 중국 사막에 나무 몇 백 그루 심는다고 효과가 있을까? 유 목사 자신도 그런 마음이 없지 않았다. 그때 마음을 두드리는 과거의 체험이 떠올랐다. 연세대로 한 연구과정을 공부하러 다닐 때였다. 동문 쪽으로 들어가는 길에 쓰레기가 많았다. 그날도 길이 더럽다고 한참 투덜거리며 가는데 음성이 들렸다. ‘너는 이 쓰레기를 놓고 불평 밖에 할 게 없느냐?’

“그날부터 오고 가면서 양 손에 한 주먹씩 쓰레기를 주워가지고 가서 쓰레기통에 넣었습니다. 물론 그 많은 쓰레기에 비하면 오고 가면서 두 주먹 씩 버린다고 해도 티도 안 나겠죠. 그런데요 신기한 일이 생겼습니다. 한 달 후에 보니까, 그 모든 쓰레기가 쏵, 깨끗이 치워져있는 겁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누군가 시작하면 성령께서 역사하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 ‘누군가’가 유 목사였다. 해마다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로 어려움을 겪는 이 일을 통해서 오히려 중국에 복음을 전하겠다는 신앙적 도전의 첫 발을 내딛었다. 어떤 의미에서 ‘악을 악으로 갚지 않고 선한 일을 도모하여 선으로 악을 이기는’ 성경적인 방법이었다. 누구는 ‘바닷물을 주전자로 퍼내는 것과 뭐가 다르냐’며 그의 기운을 뺐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신념에 따라 일을 추진했다. 그리고 올해 하나님은 큰 은혜를 사막에 며칠 동안 부어주셨다.

나무 심으며 인재도 심는다
“작년에 이어 올해 4월 8일 중국에서 공부하는 한국 유학생들과 함께 내몽고 사막에 나무를 심었습니다. 그날 아침에 빗방울들이 하나 둘씩 떨어지는 겁니다. 점심 때 더 굵어지더니 저녁에 나무를 다 심고 돌아갈 때에는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그날부터 사흘 내내 비가 쏟아졌습니다. 사막에 말입니다. 말할 수 없는 기적을 체험했습니다. 함께 나무를 심었던 유학생들뿐만 아니라 처음엔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였던 현지 중국인들조차 깜짝 놀랐습니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요.”

그 중에 한 명이 ‘호 선생’이라는 중국인이다. 그는 그곳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는 사람인데 처음에 유 목사가 나무를 심으려고 했을 때는 다른 이익을 요구하기도 했다. 일이 진행되면서 유 목사와 유학생들이 몸을 사리지 않고 나무를 심는 진정성에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가 사막에 비가 쏟아지는 기적을 체험하고 이렇게 고백했다고 한다.

“호 선생이 나무를 심고 사흘 내내 비가 오는 걸 보고 기가 막힌다고 하더군요. 사막지대에 비올 철도 아닌데 비가 이렇게 오는 것을 보고 나도 예수 믿어야할 것 같다고 고백했습니다. 그 후로 지금은 적극적으로 협조해주고 있습니다.”

또 다른 중국인들은 집을 내놓았다. 식수 사역의 본부로 사용하면서 주일날은 이곳에서 예배를 드리라고 했다. 중국 사막에 중국인들이 하지 못하고 있는 나무 심는 일을 한국인들이 와서 하는 모습에 마음이 열리고 이런 기적까지 체험하자 복음을 받아들이는 일들이 잇따르고 있다.

“식수 선교를 하는 중국 유학생들도 믿음이 깊어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일을 시작하기 몇 달 전부터 기도로 준비합니다. 또 나무 심는 기간에도 매일 아침저녁으로 성경공부하고 기도하는 생활을 하죠. 단순히 나무 심는 일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 일을 통해서 한국 젊은이들이 헌신자로 거듭나고 있고 중국인들에게 성령의 불이 붙고 있습니다. 나무를 심듯이 사람을 심는 것이죠.”

▲ 식수 선교 중에 성경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

노숙자들과 떠나는 명절여행
유 목사는 그 동안 서울역에서 노숙자를 돌보고 복음을 전하는 사역도 해왔다. 민족사랑교회에서 매일 30여명의 노숙자들이 함께 먹고 자고 예배드린다. 요즘같이 추운 날에는 30여명이 더 찾아온다. 월요일마다 서울역에서 노숙자 500여명에게 식사를 제공한다. 해마다 명절이면 서울역에서 150명을 태우고 경기도 근처 수양관에 가서 3박 4일 동안 같이 생활한다.

“명절 때에 노숙자들은 더 외롭잖아요. 또 먹을 데가 더 없어지기도 하고요. 명절 때 더 절망하고 자살하는 이들이 많아집니다. 그래서 아예 수양관에 가서 며칠 함께 지내면 너무 좋아들 합니다. 거기서 자살하려고 했던 분들이 마음을 고쳐먹고 새 삶을 찾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연세대 토목공학과를 나와 현대건설에서 근무하면서 강남에 아파트도 사고 남부럽지 않게 살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잘 나갈 때는 잘 나가게 하시더니 때가 되니까 재산이고 인간관계고 뭐고 다 불티 날리듯 재 날리듯 날아가게” 하셨다. 1989년, 나이 40에 모든 것을 접고 목회 길에 들어섰다. 강남 어느 부촌에서 목회를 하게 되리라는 꿈과는 달리, 하나님은 그를 시골동네로, 장애자, 출소자, 조폭들, 심지어는 집장촌으로 이끄셨다. 그리고 오늘 노숙자들과 동거동락하고 있다.

“지금은 간암으로 치료받고 있어서 다른 동료 목회자들에게 사역을 많이 맡겼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사역하면서 죽음 직전에 갔다 온 게 벌써 두세 번 됩니다. 괜찮습니다. 내년 봄에도 중국 사막에 가서 나무를 심습니다. 저와 함께 뜻을 같이 하실 분들을 기다립니다.”

그가 이끄는 ‘사막 녹지화 운동’이 내년 4월 13일부터 일주일간 중국에서 열린다. 나무를 심으며 복음을 심는 이 사역에 이번엔 또 하나님께서 어떻게 역사하실지, 벌써부터 그는 설렌다. 그를 괴롭히는 죽음의 질병도, 매일 노숙자들을 돌보는데 부족한 물질도, 그를 멈추지 못한다. 황사바람 대신에 복음의 훈풍이 중국에서 불어올 날이 기대된다.

▲ 2013년 파주농장에서 수확한 배추로 처음 김장을 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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