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대담] 한국교회 위기 ‘연합’으로만 극복…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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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대담] 한국교회 위기 ‘연합’으로만 극복…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4.12.1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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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연합 신임 대표회장 양병희 목사

지난 12일 사단법인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에 양병희 목사(영안교회, 예장 백석 증경총회장)가 취임했다. 교계에서 폭넓은 연합활동을 벌여온 양병희 목사는 취임 후 부지런한 행보로 한교연의 위상을 높이며, 한국교회의 과제들을 하나하나 분석해 나가고 있다. 특히 한기총과의 대립관계를 청산하고 ‘사안별’ 연합의 가능성을 열어 놓으면서 한국교회의 ‘하나됨’에 정성을 쏟고 있다. 천천히 가더라도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양병희 목사의 힘찬 포부와 다가올 1년 한교연 대표회장으로서의 사업과 비전을 들어보았다.

▲ 지난 12일 사단법인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에 취임한 양병희 목사는 속도보다 ‘방향’을 강조하면서 자신에게 맡겨진 사명을 잘 감당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한교연 대표회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대표회장 취임사에서 ‘일치와 연합’을 강조하셨습니다. 한국교회가 연합하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꼽으신 이유가 있으신지요?

- 기독교 선교 초기 교회는 사회로부터 또 이 땅의 백성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종교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한국교회는 사분오열되어 침몰 직전에 있습니다. 성장은 둔화되고 침체를 지나 정체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이대로 나가선 한국교회에 미래가 없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위기를 그냥 단순히 넘길 수는 없는 일입니다. 한교연은 주요 교단들이 ‘개혁’을 기치로 만든 연합단체입니다. 한교연이 한국교회를 살리는 방주가 되어야 하고, 보다 큰 틀에서의 연합과 일치를 모색해야 합니다.

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도 “하나될 수 있다면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말할 정도로 지금 교계의 연합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목사님께서도 한기총과의 통합 가능성을 언급하셨죠?

- 한교연과 한기총은 원래 하나였습니다. 한국교회 안에 연합기관이 여러 개일 이유는 없습니다. 특히 복음주의 안에서 한 목소리는 내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런데 지금 복음주의연합기관이 갈라져 신음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다시 합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은 갈라진 연합기관으로는 아무런 힘도, 어떠한 주장도 힘을 얻기 어렵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한기총과의 통합은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한교연은 한기총과 적대적 대립관계를 유지했다면 저는 뜻을 같이 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연합’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단, 이단 문제 등에 대해서는 타협할 수 없습니다. 이단 문제는 연합기관의 특권이 아닙니다. 이단을 정죄하고 해벌하는 것은 교단의 몫입니다. 그 교단의 신학에 따라서 결정됩니다. 그 결정에 연합기관이 깊이 관여할 수도 다른 주문을 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저는 한기총이 자신들이 해제한 이단에 대해 다시 교계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결정한 것에 대해 환영을 표합니다. 다만 검증위원회 구성 과정에 이단을 규정한 교단 신학자와 전문가를 우선순위로 포함해서 폭넓은 토론과 연구의 장이 펼쳐지길 소망합니다. 한기총의 이단 문제가 전체 한국교회가 납득할 만큼 잘 해결이 된다면 한기총과 통합은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한국교회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앞서 말한 대로 ‘연합’이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연합’을 보통 대규모 행사나 이벤트를 통해 보여주려고 하지요. 이것은 착각입니다. 연합기관은 행사하는 곳이 아닙니다. 이런 행사는 교단이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연합기관이 해야 할 일은 한국교회가 나갈 방향을 설정하고, 이 시대에 복음 안에서 한 목소리를 내는 사고의 연합, 가치의 연합, 표현의 연합입니다.

개신교가 하나의 단일교회를 이루지 못하고 각각 다른 전통의 교단들로 구성되어 있어도 어떠한 사안에 대해 동일한 입장을 밝히고, 한 목소리를 낸다면 사회적 영향력은 엄청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기독교에 대항하는 세력은 엄청나게 많습니다. 안티 기독교의 공격이 여전하고 포스트모더니즘이 우리 사회 깊숙이 뿌리를 내려 사람들의 정신을 좀 먹고 있습니다. 이슬람의 침투와 동성애 옹호 물결은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 됩니다. 다시 말해 연합하지 않으면 기독교는 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연합’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목사님께서는 일찍이 교단 총회장을 역임하셨고, 한국교회 연합활동에 뛰어드셨습니다. 그만큼 쌓아온 노하우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되는데요. 한교연을 이끄시면서 어떠한 사업을 중점적으로 전개하실 예정이신지요?

- 대표회장에 출마하면서 가장 먼저 한국교회 미래를 위해 개념(Task Force Team)을 구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각 교단 인재 풀을 활용할 생각입니다. 법조인, 경제인, 정치인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일하는 우수한 평신도 자원들이 기독교 신앙 안에서 복음을 향한 공격을 막아내는 일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TF팀이 구성되면 가장 먼저 다음세대를 위한 구체적인 준비를 시작할 것입니다. 또한 기독교에 대한 공격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고자 합니다. 더불어 다문화 가정과 탈북자 등 소외계층을 돌보는 일에도 나서야 하겠죠.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일도 시급합니다. 교단의 크기와 상관없이 인재들을 찾아내서 한국교회를 위해 함께 일하는 장을 만들고자 합니다.

말씀하신 사업 중에서 통일 시대 준비가 눈에 띄는데요. 이미 지난 11일에 통일을 위한 한국교회 기도운동도 초교파 연합으로 시작됐습니다. 남북 문제와 통일에 대한 전문가로서 이에 대한 남다른 비전을 듣고 싶습니다.

- 2015년은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해입니다. 바벨론 포로에서 70년에 해방된 것처럼 내년에는 남북통일의 발판이 놓이는 해가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아직 하나님의 때가 오지 않아 통일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하나님은 통일을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북한의 변화를 통해서도 통일이 가까이 왔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단지 때를 더 기다리기에 우리의 기도가 더 필요한 상황이죠.

우선 교회는 탈북자들을 미래의 통일 선교 자원으로 활용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2만8천 명의 탈북자 한 사람을 한 교회가 책임짐으로써 통일시대를 이끌어 갈 선교사로 탈북자들을 무장시키는 일을 해야 합니다. 통일을 준비하는 데 독일은 아주 좋은 모델이 됩니다. 독일 통일의 물꼬를 튼 것은 ‘교회’였어요.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기도회가 막힌 장벽을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죠. 우리도 100만 성도가 매일 1분씩 통일을 위해 기도한다면 하나님의 응답이 빨라질 것으로 믿습니다.

대표회장에 취임하자마자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다양한 사역들을 전개하고 계시죠? 앞으로의 활동에도 큰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연말연시 어떠한 사업들이 한교연을 통해 전개됩니까?

- 지난 10일에 탈북 여성 3백 명을 초청해서 힐링캠프를 열고 탈북 과정에서의 고난과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 남한 땅에 정착한 이들은 교회가 반드시 돌보고 치유해야할 이웃입니다. 오는 22일에는 연탄을 사용하는 마을을 찾아갑니다. 올 겨울 유난히 추울 것으로 예상되는데, 난방비가 없어서 고통받는 이웃이 없도록 세심하게 살필 생각입니다. 한교연 창립 후 꾸준히 전개해온 이웃 섬김의 사역들은 겸손히 이어받을 것이고, 미처 살피지 못한 소외된 이웃들을 찾아내 함께 기도하고 나누는 일에 힘쓰고자 합니다.

한국교회에 새로운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는 모두 공감합니다. 목사님만의 개혁에 대한 비전이 있다면 말씀해주시죠?

- 교회가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상황에 이르렀다면 먼저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고 회개하는 것이 우선이겠죠. 사회적 여건이 안 좋은 것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어쨌든 교회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이유는 우리 안에 있다는 점을 반드시 반성해야 하니까요. 저는 3%의 소금이 바닷물을 썩지 않게 하듯이 우리 사회에 속한 15%의 기독교인들이 ‘소금’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독교인들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영역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하면서도 그리스도인의 맛을 내지 못한다는 것은 맡은 바 사명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변화와 개혁은 본질의 회복에 있습니다. 믿는 자들이 복음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흔들림 없이 세상을 향해 나설 때, 교회는 개혁되고 추락한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성탄을 맞아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해주시죠.

- 아기 예수님이 탄생하신 복된 성탄절입니다. 주님의 은혜와 축복이 성도들의 가정에 충만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임마누엘 하나님께서 죄 많은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인간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인간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은 하나님이 인류에게 내리신 구원의 선물이며 성탄절은 이를 기념하는 절기입니다. 성탄을 맞아 더 낮은 곳, 더 어려운 곳을 찾아가고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을 돌아보는 교회와 성도들이 되시길 바랍니다. 또 구원의 은총을 온누리에 전하며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일에 모두 함께 나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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