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우리만 즐거울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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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우리만 즐거울 수 있나요?”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4.12.18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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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소금당’, 쪽방주민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프로젝트

한겨울 칼바람이 피부를 찢을 듯이 스치고, 묵직한 한기가 여민 옷 속을 파고드는 지난 8일 월요일 밤.

서울 봉천동의 작은 동네카페 ‘부름’에서 행복한 웃음소리가 새어나온다. 어둠이 깊어가는 골목이 카페 창문에 어린 누르스름한 실내 불빛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테이블은 서너 개. 공간이 아늑하다. 어느새 창밖에는 눈발이 흩날리고 있다.

시간은 밤 아홉시를 넘어가고 있지만, 카페 ‘부름’에 앉아 있는 크리스천 모임 ‘소금당’의 당원들은 자리를 뜰 줄 모른다. 벌써 수주일째 월요일이면 이곳에 모여 25일 성탄절에 서울역 인근 쪽방촌 주민들에게 선물을 나누기 위해 회의를 열고 있다.

▲ SNS 크리스천 모임 '소금당' 회원들이 2014년 성탄절에 펼칠 쪽방촌 나눔행사 기획회의에 열중하고 있다.

‘소금당’ 성탄절 쪽방촌 주민 나눔활동

기자가 ‘소금당’을 처음 기사로 다룬 때가 2011년 중순으로 기억된다. 교계 매체로는 아마 처음이었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소셜 네크워크 서비스(SNS) 열풍이 불고 있다며, 국내 크리스천들도 SNS에서 ‘소금당’을 결성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 활동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로부터 3년. 오랜 만에 ‘소금당’ 회원들을 다시 만나기 위해 카페 ‘부름’을 찾았다. ‘소금당’이 진행하고 있는 이웃돕기 활동 ‘멀씨 크리스마스 박스’(MERCY CHRISTMAS BOX, 이하 MCB) 기획회의를 직접 보고 싶어서다.

이날 회의에는 소금당 당주 신경재 씨(SNS에서는 대표를 당주라고 부른다)를 비롯해 직장인, 학생, 취업준비생 등 소금당원과 카페 사장이자 역시 소금당원인 손은진 대표 등 10여명이 함께했다. 각종 홍보방법과 후원 목표달성 계획, 회원 공약이행 방법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가지만 형식은 없다.

그저 따뜻한 사랑방 아랫목에서 이야기 나누듯 정겹다. 쪽방 주민을 위한 MCB 선물을 준비하는 데 고민은 깊어가지만 즐거움은 오히려 배가 되고 있다. 그래서 소금당원들은 월요일 저녁때만 되면 모든 일을 제쳐두고 이곳에 모이고 있다.

‘소금당’은 2012년 처음 동자동 지역교회와 함께 쪽방 주민들에게 선물 278상자를 전달했다. 지난해에는 필리핀 타클로반 태풍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을 위해 성금을 모아 보냈다. 올해는 다시 쪽방 주민들을 위해 선물을 마련하기로 하고 목표를 3백개로 정했다. 하지만 회원이 재능기부를 해 만든 모바일 웹페이지(www.sogmdang.com)에는 5백 상자 목표까지 ‘도전 중’이라고 나타나 있다.

선물상자에는 쪽방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방한용품과 생활용품을 직접 손으로 쓴 성탄카드와 함께 담는다. 만원 상당의 선물상자를 누구나 후원할 수 있다. 이미 관공서로부터 65세 이상 몸이 불편한 분들에 대한 자료도 협조를 받았다. 특별히 올해는 소금당원들이 직접 쪽방주민들의 찾아가 선물을 전하고 말동무가 되기로 했다. 어쩌면 쪽방주민들은 선물보다 이 젊은 청년들을 더 반기지 않을까.

▲ 지하철 역에서 성탄절 나눔행사를 홍보하고 있는 '소금당' 회원들.

‘우리가 이웃을, 하나님을 기쁘게’

“크리스마스의 주인공이신 예수님이 기뻐하시는 날로 만들어보자며 프로젝트를 기획했어요. 일주일이 멀다 하고 만나면서 서로 열정으로 준비해가고 있습니다. 기도하면서 함께하는 지금이 정말 귀해요.” 신경재 씨는 이런 이유 때문에 매년 나눔 사역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사실 ‘소금당’ 나눔의 원조는 2월 발렌타인 데이를 의미있게 보내자며 시작한 바자회 ‘짭짤한 발렌타인데이’ 행사다. 두 나눔 사역은 소금당이 단지 크리스천의 친목모임을 넘어서 신앙공동체로서 디아코니아를 삶 속에서 실천하는 현장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정재환 씨(34세)는 이런 이유에서 월요일이면 퇴근 후 곧장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다. “6개월 전에 아는 사람 소개로 소금당을 알게 됐는데, 모일 때마다 은혜를 많이 받습니다. ‘우리가 기쁘게, 이웃을 기쁘게, 하나님을 기쁘게’라는 소금당의 비전 속에서 함께 고민하고 보람을 찾을 수 있어 재밌습니다.”

최근까지 쇼핑몰을 운영하다 얼마 전 대학에 입학한 박윤선 씨(29세)도 올 2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날 회의에서도 MCB 홍보방법 등 여러 아이디어들을 쏟아놓는다.

“다니는 교회를 넘어 다른 신앙인들과 연합해 활동하고 싶었어요. 섬기는 교회가 달라 의견이 부딪히는 부분도 있지만, 그것이 서로를 더 성장시키는 것 같아요.”

MCB와 짭짤한 발렌타인데이를 준비할 때마다 소금당 스탭들은 달라진다. 비공개 운영진이 80여명이나 되지만, 실제 참여하는 인원은 10여명 선. 그러나 허수는 아니다. 갈수록 나눔 활동에 참여하는 인원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SNS에서 만나, 현장에서 실천한다

소금당은 이번 MCB 나눔을 진행하며 공약을 내걸었다.

선물상자 100개가 모이면 거리에서 커피전도 하기, 200상자가 모이면 세이브칠드런의 ‘신생아 모자 뜨기’ 캠페인 참여, 300상자가 모이면 당원들이 원하는 공약을 수행하기로 한 것이다. 이미 12월 초에 100상자가 달성돼 지하철 역 앞에서 추위에 떠는 시민들에게 따뜻한 차를 나누고,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며 거리공연도 했다.

200상자 목표도 달성돼 소금당 스탭들은 지금 열심히 뜨개질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속도면 당초 목표는 무난히 달성하고 더 많은 선물상자를 쪽방주민들에게 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소금당’은 2010년 SNS라는 가상공간에서 모임을 갖기 시작했다. 열린 공간이라는 점에서 가능성도 있었고, 또 가능성 못지않은 한계도 경험했다.

그럼에도 기독청년들의 모임이 줄어드는 현상 속에서 대안으로서 한 역할을 충분해 보인다. 다만 SNS에서의 소통을 언제나 열어두되, 현장에서 함께 달려가는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은 분명히 요구된다. 모두가 들뜬 성탄절, 동자동 쪽방촌에서 들려올 이 청년들의 나눔의 함성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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