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시행 앞둔 ‘자유학기제’, 교육혁신 이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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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시행 앞둔 ‘자유학기제’, 교육혁신 이룰까?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4.12.09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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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교사운동 정책토론회, 자유학기제의 미래와 중학교 교육혁신 과제 모색
▲ 좋은교사운동 정책토론회가 지난 8일'자유학기제 미래와 중학교 교육혁신의 과제'를 주제로 열렸다.

학생들의 진로탐색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현재 시범 운영 중인 자유학기제.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제시한 대표적 교육공약 중 하나이다. 최근 누리과정 예산편성 논란 등에서 보듯 교육공약 이행 결과가 실망스럽다는 견해들이 적지 않은 가운데서도 자유학기제는 비교적 좋은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유학기제에 대해 대선 공약집에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중학교에 자유학기제를 도입해서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하겠습니다. 중학교 과정에서 한 한기를 학생들의 꿈과 끼를 찾는 자유학기제로 운영하겠습니다. 자유학기에 필기시험 없이 독서, 예체능, 진로체험 등 자치활동과 체험 중심을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창의성을 키우고 진로탐색의 기회를 갖도록 하겠습니다 ….”

이렇게 시작된 자유학기제는 현재 전체 중학교의 25%에 해당하는 811개 학교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으며, 내년에는 학교의 50%가, 2016년 전면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자유학기제로 인한 교육 공백으로 자녀들이 학력 부진을 겪을까 하는 학부모들의 염려도 커지고 있다. 자유학기제 기간에 학원 교육을 더 늘려야 하는 것 아닌지 고민이다.

또 본래 목적에 따른 자유학기제를 운영하지 못하고, 그저 시간 때우기 식의 프로그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과열된 교육 경쟁으로 인한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으로 여겨지는 점에서, 자유학기제를 쉽게 포기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이런 점에서 기독교사단체 좋은교사운동은 지난 8일 ‘자유학기제의 미래와 중학교 교육 혁신의 과제’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이 부분에 대한 해법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 자유학기제 만족도 대체로 높게 평가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 3월, 2013년 2학기에 자유학기제를 처음 실시했던 학교 42개교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의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내용을 보면 이 조사에서 나타나는 결과는 꽤 희망적이다.
특히 자유학기제를 직접 경험한 학생과 교사의 만족도가 높았다.

학생의 경우 자유학기 시행 전 5점 만점에 3.3점을 조금 넘던 만족도가 직접 참여한 후에는 3.7점을 넘었다. 사전조사는 없었지만 교사들은 자유학기제에 대해 학생들보다 더 높은 3.9점의 만족도를 나타냈다. 학부모들은 3.5점에 조금 못 미쳤다.

자유학기제 연구학교 성과에 대한 학생들의 사전, 사후 만족도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때도 결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교육과정, 수업방법, 진로탐색 활동, 자기주도 학습, 학습흥미와 몰입 등 세부항목에서도 사후조사 평균이 사전조사보다 월등하게 높았다.

▲ 문래중 정병오 교사

더 주목되는 점은 교사들의 만족이다. 평가계획 및 실시에 대한 자율성 발휘 만족도는 4.28, 교육과정 구성에 대한 자율성 발휘 만족도는 4.16, 업무량에 대한 만족도는 3.06을 나타냈다.

좋은교사운동 정책토론회에서 주제발제를 전한 문래중 정병오 교사(좋은교사운동 전 대표)는 “현재 흐름대로 간다면 처음 우려와 달리 2016년 전면 실시되더라도 큰 무리없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현 단계에서 자유학기제가 학교 현장에 잘 정착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에 집중하면서도 자유학기제의 본래 취지와 방향을 잃지 않으려는 큰 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중학교 바꾸면 과열 입시 극복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자유학기제는 왜 중요한 교육공약으로 제시됐을까. 현재도 문래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를 담당하고 있는 정병오 교사는 자유학기제를 성공할 경우, 과열된 대입 입시에서 비롯된 교육 폐단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당장 대입과 고교 교육과정을 수정하려고 했던 제도들은 반발이 커 대부분 실패했다는 것. 대신 대입경쟁에 들어가기 전 고리 역할을 하는 중학교 교육을 바꾸어야 교육에 있어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병오 교사는 자유학기제가 시도되면서, 그동안 변화가 어려웠던 교육 내 금기들이 쉽게 깨지는 것을 보여줬다며 그 안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정 교사의 설명에 따르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로 대표되는 정기 지필고사가 자유학기제 도입으로 사라질수 있었고, 교과과정의 본래 목적에 따른 수업도 가능하게 됐다는 것이다. 또 국영수로 대표되는 주요 과목의 시수를 축소하고 예체능, 체험학습, 선택교과 시수가 확대됐으며, 교사에게 교육과정 편성권과 평가권을 주면서 교사별 평가체제도 가능하게 된 것도 성과라고 봤다.

이런 자율성 때문에 업무량이 늘게 됨에도 교사들의 만족도는 높았던 것으로 여겨진다. 여기에 더해 선택교과 확대로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과 교사들의 교육과정 설계권도 가능해졌다.

# 자유학기제 앞으로의 발전 과제는?
앞서 언급한 대로, 자유학기제 성과에 대한 기대와 달리 학부모들의 학습부진에 대한 불안과 부실한 제도 운영에 대한 우려는 상존한다. 이런 점에서 정병오 교사는 “자유학기제 성과를 이후 교육과정을 연계시켜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고교 입시를 선지원 후추첨으로 바꿔 중학교 교육을 고교 입시에서 해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학력저하 논란을 넘기 위해 3년 전 도입돼 현재는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성취평가제의 내실화를 기해, 각 과목과 단원에 맞는 성취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도달여부를 평가한 후 학생들의 특성을 기술하는 체제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 한국교육개발원 최상덕 소장

덧붙여 학교와 교사들의 교육 기획력이 강조돼야 하며, 이를 살릴 수 있는 교육부와 교육청의 제도적 지원이 함께가야 한다.

한국교육개발원 최상덕 소장(자유학기제 특임센터)은 “자유학기제는 미래사회 인재로 키워낼 수 있는 학교 생태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교사들이 자기 효능감을 높일 수 있도록 자율성의 실질적 보장과 전문성 함양이 가능하도록 자유학기제가 운영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직접 대학입시를 손대기보다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교육 변화를 만들어간다면, 2016년 자유학기제를 경험하는 중 1년생들이 대입을 치르는 2021년에는 교육이 바뀔 수 있을 수 있다”며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 경기도교육연구원 서용선 연구위원

경기도교육연구원 서용선 연구위원은 “자유학기제가 자발적인 움직임이 일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좋은 정책이며, 현재 수준을 넘어서는 교육과제 개선과 수업평가 혁신이 필요하다”며 일부 정치권에서 자유학기제를 벌써부터 자신들의 실적으로 내세우려는 동향에 대해 경계를 요청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자유학기제가 보여준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체가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또 최근 교육계에도 불고 있는 이념성 다툼에 자유학기제가 함몰되지 않고 꾸준하게 제도적으로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도 이견은 없었다. 자유학기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후, 이 제도가 우리 학생들의 진로탐색에 실질적인 역할을 하는 교육모델이 될는지 꾸준히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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