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나이 오십, 봄은 끝나지 않았다”
상태바
“여자 나이 오십, 봄은 끝나지 않았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4.12.04 10: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경희 작가 에세이 출간
▲ 50대 여자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 ‘여자 나이 오십, 봄은 끝나지 않았다’를 내놓은 작가 박경희. “어제 나는 여자로 살았고, 오늘도 여자로 살 것이며 내일 또한 여자로 살다 죽을 것”이라고 말한다.

여자 나이 오십. 정성을 쏟아 부었던 자식들은 어느덧 엄마 품을 떠나고, 인생의 버팀목이었던 남편의 어깨는 점점 움츠러들고 있다. 사십대까지는 젊음을 뽐냈지만 오십대 들어 나타나는 몸의 변화와 감정의 우울은 흘러가는 세월을 새삼 체감하게 한다.

쉰 중반에 들어선 소설가 박경희 작가가 ‘여자 나이 오십, 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려문화사)는 자전 에세이를 펴냈다. 솔직하고 적나라한 오십대 여성의 삶은 또래의 여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선물한다.
“엄마도 여자야? 왜 이래 다 늙어서”라는 아이들의 농담 섞인 말이 문득 서러워지는 나이가 오십이다. 그러나 작가는 오십의 회한이 아닌 희망과 행복을 담았다. 치열하게 보낸 삶의 격려와 재산처럼 차곡차곡 쌓인 가족의 정, 친구들의 푸념에도 아랑곳 않는 자신만의 뚝심이 용기와 도전을 준다.

에세이의 첫 이야기를 ‘폐경’으로 풀어나간 작가는 여성성을 잃어가는 그 시간, 여자만이 겪는 마음 깊은 상실과 우울감을 위기로 묘사한다. “폐경과 함께 인생의 노란 신호등 앞에 서 있다”는 그녀의 고백은 인생의 2막을 준비하기 위해선 쉬어가는 ‘호흡’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우쳐준다. 좌절하고 슬퍼할 일이 아니라 오십대 여성 앞에 펼쳐질 또 다른 삶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 폐경과 함께 갱년기도 찾아오고, 며느리에 손주까지 보았지만 그녀는 결코 여자이길 포기하지 않았다. 중년을 다리 위에 선 사람으로 묘사하면서, ‘그대로 머물 것인가 아니면 과감히 그 다리를 건널 것인가’ 결단을 요구한다.

총 6개의 장으로 구성된 에세이는 첫째 장 ‘중년, 다리 위에 선 사람들’을 통해 폐경과 퇴직 후 가정으로 돌아온 남편, 새로운 가족이 된 며느리 이야기 등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갱년기의 우울증과 황혼 이혼, 성형 등 중년의 변화를 담아냈다.

폐경으로 끙끙대고 있던 우울의 시간, 여성들은 자신의 갱년기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가족에 대한 원망을 드러내곤 한다. 그러나 작가는 그 시간을 통해 남편 또한 길고 긴 변화의 시간을 겪고 있었으리라 다독인다.

“내가 앓고 있을 때 남편 역시 갱년기를 앓느라 힘들었던 것이다. 나는 나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서로 갱년기라는 힘든 산을 넘느라 헐떡이고 있었다는 걸 모르고 날카롭게 서로를 흔들어 댔다. 그래서 춥고 힘들었다”는 작가의 고백은 가족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대화’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두 번째 장 ‘멋진 중년, 준비가 필요해’와 세 번째 장 ‘중년에 피해야 할 꼴불견 여섯 가지’를 통해 작가는 중년이 새로운 하프타임의 시작임을 조언한다.

중년을 인생의 2막으로 맞이하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담담히 풀어낸 박경희 작가는 자서전 쓰기, 봉사하기, 문화생활 등 중년의 삶을 풍요롭게 변화시켜줄 활동들에 대해 조언하는 한편, 가끔은 장롱 속에 넣어 놓은 청바지를 꺼내 입자고 부추긴다.

또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또 하나의 방법으로 박 작가는 ‘유언장 쓰기’를 권한다. 남편에게 그리고 자녀들에게 생의 마지막 순간에 전달될 유언장을 쓰다보면 원망보다는 감사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

그는 “유언장을 써보니 얻는 게 많다”며 “유언장을 쓰는 순간만큼은 자신에게 솔직해질 수 있으며, 영혼까지 벌거벗은 느낌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이 땅에 태어나 남긴 것은 무엇이며, 또한 버릴 것은 어떤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고 고백했다. 에세이 출간후 그녀가 쓴 ‘살아서 쓰는 유언장’은 가수 제갈인천에 의해 ‘My Will’이라는 제목의 멋진노래로 재탄생했다.

‘인생 제2막, 노하우가 필요해!’와 ‘인생의 제2막, 할 일은 아직 많다’, 그리고 ‘중년의 몸, 점검이 필요해’ 로 끝을 맺는 박경희 작가의 에세이는 오십이라는 나이를 감성으로 풀어내기보다 현실로 받아들이길 권유한다. 오십은 포기할 시기가 아니라 ‘희망’을 가질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말한다.

“결혼한 자녀들에 대한 걱정으로 자신의 인생을 소비하지 마세요. 중년 이후의 삶이야말로 자유롭게 즐길 거리가 많답니다. 부부가 함께 여행도 가고, 취미생활도 하고 운동도 하다보면 새로운 세계가 열리겠죠. 자식을 품에서 떠나보낼 때, 비로소 부모와 자식 간의 새로운 관계 맺기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박경희 작가가 말하는 ‘봄’은 무엇일까. 그녀가 말하는 봄은 유한한 ‘사랑’도, 한 번 지나가면 다시는 잡을 수 없는 ‘청춘’도 아니었다. 그것은 작가의 인생을 일관되게 지탱해준 ‘꿈’이었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오십의 회한이나 두려움을 전하고자 한 것이 아니다. 단지 꿈이 있다면 오십을 넘어 육십, 칠십에 이르는 나이에도 늘 설렘 가득한 ‘봄날’일 수 있음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박경희 작가 소개

2004년 ‘월간 문학’에 단편소설 ‘사루비아’로 등단한 박경희 작가(동숭교회)는 극동방송 ‘김혜자와 차 한 잔을’ 작가로 20년 간 일해왔으며, 2006년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로부터 ‘한국방송 라디오 부문 작가상’을 수상했다.
첫 에세이 ‘여자 나이 마흔으로 산다는 것은’을 출간한 이후 여자들의 삶에 계속 관심을 가졌고, 청소년 소설 ‘분홍벽돌집’과 탈북청소년 소설집 ‘류명성 통일빵집’ 등을 출간하며 청소년 전문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