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30여개 학교에 기도모임 세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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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30여개 학교에 기도모임 세웠죠"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4.11.25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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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 청소년들의 ‘도움닫기’ 나도움 강도사
▲ 나도움 강도사가 학생들과 모임을 하고 있다. (출처:나도움 강도사 페이스북)

“학원 복음화율이 3%정도라고 해요. 이건 거의 미전도 종족이라고 할 수 있죠. 학교 안에 꺼져가는 복음의 등불을 켜는 것이 저의 소명입니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작지만 반짝이는 눈을 가진 나도움 강도사. 함께 신학을 공부한 친구들이 일반 목회로 뛰어드는 동안 매일같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나길동’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는 그는 학교 안의 교회를 세우는 ‘학원 선교사’다. 다음세대가 없는 교회는 죽은 것과 다름없다는 그는 서른한 살이라는 나이가 무색한 동안 외모만큼 학원 선교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토해냈다.

‘와 보라’는 그만, ‘가서 제자 삼으라’

신대원을 마치고 사역의 방향을 모색하던 나 강도사. 당시 청소년 사역단체 간사로 있던 그의 주 관심사는 단연 청소년들이었다. 모두가 다음세대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주일학교는 힘을 잃어가는 현실 속에서 더 이상 교회가 아이들이 오기만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청소년들이 가장 많은 곳, 학교가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2012년 초부터 주변 지인들과 함께 학교 안에 교회를 세우는 ‘스쿨처치’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막상 사역을 시작했지만 사역지를 찾을 방법도 노하우도 몰랐다. 6개월이 넘도록 섬길 학생들도 학교도 찾지 못했다. 간절한 심정으로 하나님께 매달렸다. ‘위치도 거리도, 시간도 상관없으니 어디든 보내달라’고 기도했다. 그러자 그해 9월 포천의 한 학교와 처음 연결이 됐다. 이 학교를 시작으로 2012년에만 5개 학교에서 기도모임을 세울 수 있었다.

“전국에 5000개가 넘는 중고등학교 가운데 기도모임이 있는 학교는 10분의 1도 안 됩니다. 복음화율이 3%도 안 된다는 통계가 있는데 이건 거의 미전도 종족이라고 봐야합니다. 선교적인 접근이 필요한 거죠. 더 이상 ‘와 보라’며 손놓고 기다리면 안 됩니다. 예수님도 ‘내게 오라’고 하시면서 동시에 직접 찾아가 만나셨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됩니다.”

SOS 요청하는 아이들

사역 연결은 보통 아이들의 직접 신청을 통해 이뤄진다. 주로 나 강도사의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을 통해서 연락이 많이 온다. 학교 안에 기도모임을 세우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아이들이 입소문을 통해 그를 알게 된 뒤 조언을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연결된 30여 곳의 학교 대부분이 이런 방법으로 그와 맺어졌다. 나 강도사는 학생들의 이런 목소리가 ‘SOS 신호’로 들린다고 말한다. 너무도 귀한 영혼들이 학교 안에서 생사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여름 수련회에서 은혜를 받은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학교에서도 성경을 읽기로 다짐했다고 해요. 그런데 막상 성경을 보는 모습을 친구들에게 보이기가 부끄러운 거죠. 그래서 성경을 잠깐 보고 숨기고, 또 잠깐 보고 숨기고 하다가 친구들이 ‘예수빠’냐며 놀리는 통에 결국 포기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런 아이들이 더 당당하게 복음의 가치를 세워나갈 수 있도록 믿는 아이들을 일으켜 세워줄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 하는 것이 ‘혼자 인줄 알았다’는 거에요. 학교 안에 흩어져 있는 믿는 아이들을 하나로 뭉치게 해주면 아이들에게 스스로 복음을 살아내는 힘이 생깁니다.”

▲ 광주고등학교 기도모임 모습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사...

열을 올리며 청소년 사역을 말하는 나 강도사. 겉보기와 달리 그는 어린 시절부터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성격 탓에 ‘난 왜 이것밖에 안될까’ 하는 생각으로 청소년기를 보냈다고 한다. 대입을 앞둔 고3 시절, 좋은 대학을 보내달라는 기도보다 성격 좀 바꿔달라는 기도를 더 많이 했을 정도다. 그런 그이기에 자신과 같은 아이들의 심정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며 지금은 오히려 그 시간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학교에 가보면 꼭 저 같은 아이들이 기도모임 하겠다고 모여 있어요. 활달한 아이들보다 외모 콤플렉스가 있는 친구, 틱 장애로 주눅들어있는 친구, 장애가 있는 친구, 주로 학교에서 주목받지 않는 아웃사이더 같은 아이들이 조용히 몰래 기도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친구들에게 외모를 보지 않으시고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을 전합니다. 그러면 활발한 아이들이 아닌데도 기도하면서 자신들의 아픔이나 친구들의 어려움을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쟤가 할 수 있겠어’ 하는 아이들이 리더로 성장하는 것을 자주 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겠죠. 고린도전서 1장에서 하나님은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사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는 분이시라는 것이 바로 이런 거구나 하고 느끼게 됩니다."

‘도움’닫기

나 강도사는 아이들이 어리다고 어리게만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가끔은 어른들보다 훨씬 더 큰 일을해내는 아이들을 보면서 자신이 오히려 배우고 도전 받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도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스스로의 역할을 ‘돕는’ 범위로 한정짓는다. 학생들 스스로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신보다 아이들의 존재감이 커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임도 한 달에 한번 혹은 두번 이상 가지 않는다.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이 학교로 보내진 하나님의 군사로 세워질 수 있도록 격려하고 기도하는 데 집중한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이끌어 가도록 유도합니다. 저는 한 달에 한 번, 많으면 두 번 정도만 가요. 제가 주가 되면 의도하지 않았지만 학생들의 자발성이 사라지게 됩니다. 사람이 바뀌어도 모임은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나름의 원칙입니다. 초대교회 당시만 봐도 사도들만 교회를 세운 것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아이들을 너무 어리게만 보면 안 됩니다. 강원도 원주의 한 아이는 2년 동안 홀로 기도모임을 지키며 매일 시간을 정해서 기도를 하다 결국 졸업하기 전까지 이 모임을 20명까지 성장시켰습니다. 아이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냐 물었더니 ‘하나님께서 이 학교에 기도하는 한 사람의 대표로 자신을 세웠다고 믿었기에 포기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이 친구가 졸업한 지금도 이 모임은 20명이 넘는 아이들이 모입니다. 이처럼 잘 세워진 한 아이가 학교를 변화시킵니다. 어른들의 역할은 아이들을 세워주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비전

나도움 강도사는 '야성'을 잃어버린 기독 청소년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고, 기독교인의 삶이 멋진 삶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단다. 그리고 전국에 자신과 같은 사역을 하는 이들과 네트워크를 통해 사역의 노하우를 나누고 싶다고 말한다. 한국교회에 대해서는 공교회 차원에서 학원 선교 사역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했다. 교회학교의 어려움을 토로하기 앞서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 현장에 대해 조금만 더 관심을 쏟아달라는 것이다.

나 강도사는 인터뷰 내내 ‘하나님이 누군가를 부르신다는 것은 그에게 그럴만한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럴만한 능력을 주시겠다는 뜻’ 이라는 말을 여러차례 반복했다. 청소년 사역으로 부르신 이가 하나님이신 만큼 그럴만한 능력을 주실 거라는 것이 그의 신앙 고백이고 비전이다.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오늘도 그는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전국을 누빈다. 오가는 길이 녹록지 않지만 아이들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힘이 솟는다. 그에게는 아직 어떤 사례도, 조직도, 후원도 없다. 생활이 걱정되지 않냐는 질문에 나 강도사는 “까마귀도 먹이시는 하나님”이라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나도움 강도사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dreamnet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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