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농촌 살리기 운동’ 지속성·일원화 확보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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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농촌 살리기 운동’ 지속성·일원화 확보 시급”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4.11.24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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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FTA 체결, 교회는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까(2)

단순한 지원이 아닌, 농촌교회 자립 위해 상생 도모해야
친환경 우리 농산물 애용이 ‘생명선교’라는 인식 있어야
협동조합, 직거래장터 있지만 중구난방 … 지속성·연계성 필요

한 달에 한 번, A교회에는 우리 농산물 직거래 장터가 펼쳐진다. 이날이 되면 교회 안마당에는 농촌에서 갓 수확한 사과와 배, 감, 대추, 호박 신선한 제철과일과 채소로 풍성하다. 신선하고 몸에 좋은 ‘우리’ 농산물을 바라보는 성도들의 눈이 반짝인다. A교회와 가까운 거리의 대형마트보다 저렴한 가격이지만 품질만큼은 여느 재래시장보다 좋다. 명확한 출처를 알고 ‘신뢰’가 밑천인 ‘친환경 우리 농산물’이라서 일까. 그 흔한 가격 흥정도 일어나지 않는다.

“교회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농촌을 도우면서 선교한다”
A교회의 사례처럼 도시교회와 농촌교회가 연계해 ‘유기농 농산물’을 구입하고, 직거래장터를 통해 성도들에게 싼 가격에 제공하는 ‘착한’ 교회가 늘어가고 있다. 복잡한 유통 과정을 없애 성도들은 몸에 좋은 친환경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고, 농가는 더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퍼져 지역주민들이 교회를 방문하기도 한다. 
잇단 FTA 체결로 위기의 기로에 선 농촌을 살리고, 빼앗긴 식량 주권과 ‘생명밥상’을 우리 힘으로 회복해가는 일. 교회가 앞서 나가면 농촌의 경제적 위기를 넘는 것과 함께 농촌 선교의 물결을 일으키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교단별 ‘농촌 살리기 운동’ … 첫걸음 수준

생각해보면 교회가 협력을 통해 어려운 농촌 현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이미 교단을 중심으로도 농촌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농촌과 상생을 도모하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대부분이 교단 정책이 아닌 프로그램에 그친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지만, 한중FTA 이후 쌀 관세화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각국과 위원회를 중심으로 ‘농촌 살리기 운동’이 조금씩 일어나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대표적으로는 도-농교회 간 일대일 결연, 직거래 장터, 방문 봉사활동, 생활협동조합 등이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총회장:이신웅 목사, 이하 기성)는 농촌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을 돕기 위해 ‘농촌교회 직거래 장터’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그 첫걸음으로 지난 11일 신길교회(담임:이신웅 목사)에서 ‘제1회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열고 가난한 농촌 목회자와 지역민들이 재배한 농산물을 도시교회 성도에게 제공하는 판로를 열었다.

12개 지역교회와 연계해 과일, 채소 등을 복잡한 유통과정을 없애 시중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했다. 무엇보다 ‘신뢰’가 우선이기에 목초액이나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 농산물만을 대상으로 했다.

기성 농어촌위원회는 ‘농촌교회 직거래 장터’를 교단 전체의 움직임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교단 내 신문에 직거래장터가 가능한 농촌교회들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이를 전 교회에 배포하겠다는 것. 바자회를 열고 싶어도 구체적인 경로를 알지 못해 망설였던 도시교회와 농촌교회에게는 기쁜 소식이다.

농어촌위원회 이무영 목사는 “총회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개 교회에서 필요성을 인식하고 농촌교회를 도우려는 의지가 중요하다”며 “이러한 움직임이야 말로 도시교회가 건강해지고 농촌의 교회가 사는 상생의 길”이라고 밝혔다. 

#‘협동조합’이 농촌 상생 대안모델로

‘협동조합’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주체’로 세우는 자활 사역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협동조합기본법이 개정되면서 5인 이상만 모이면 세울 수 있는 등 설립절차가 간편해져 교회에서도 쉽게 협동조합을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중간 유통 단계를 최소화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장점이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전용재, 이하 감리회)는 교단 소속 교회를 중심으로 농도생활협동조합(이사장:박순웅 목사)을 만들어 도농교회 간 상생을 도모하는 사역을 20년째 이어오고 있다. 비록 소규모이지만 타 교단에 비해 장기간 안정화된 사역을 진행해 왔다는 점에서 교단 협동조합의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1993년 ‘농도공동체 선교회’를 시작했으며, 체계적인 운영구조 확립을 위해 1999년 ‘농도생활협동조합(ndcoop.net)’ 창립총회를 갖고 지속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 농촌 15개 교회, 도시 20개 교회가 교류하며, 교인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물품 취급기준도 농약과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농산물, 무화학 첨가제 상품 및 국내산 환경 농산물 등 명확하다. 물품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구매 담당자의 철저한 현장 확인 과정을 거친다.

이사장 박순웅 목사는 “작은 농촌교회의 경우 ‘친환경 농산물’을 통해 지역과 소통할 수 있다. 도시 교회가 농산물 직거래장터 등을 열면 농촌이 더욱 큰 힘을 얻게 된다”며 “특히 새로 개척하는 교회가 ‘생협교회’로 만들어진다면 도시민들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하면서 지역사회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총회장:황용대 목사, 이하 기장)는 지난해 정기총회에서 교단 내 농촌 관련 창구를 단일화하고 교단 ‘생활협동조합’ 발기인 대회를 가졌다.

조합원 1,000여명, 40여 농촌 가구가 생산자로 참여하고 있다. 교단 내 적극적인 홍보와 참여가 부족해 아직은 순서를 밟아가는 단계다. 별도의 조사 과정을 거쳐 철저히 검증된 농산물만 받아들이고 있다.

기장 생태운동본부 사무국장 유근숙 목사는 “아직은 소비자가 많지 않아 모양새를 잡아가는 정도”라며 “무엇보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아우르는 교육을 통해 많은 교인들이 참여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과제”라고 설명했다.

예장 통합총회(총회장:정영택 목사)는 준비모임을 가지고 ‘교단생협(가칭)’을 위한 협동조합 설립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수년 전 재정난 악화로 파산의 경험이 있는 만큼 교단 총회와 노회, 전국 교회의 네트워크를 강화한 준비과정을 거쳐 철저하게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철저한 사후관리로 ‘지속성’ 확보가 관건

잇단 FTA 타결로 농촌은 풍전등화의 위기상황이지만, 교단별 사업을 한국교회 전체로 묶을만한 ‘하나의 창구’가 없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농촌의 위기를 깨달은 교단들이 하나둘 협동조합, 직거래 장터 등에 나섰지만, 사후 관리 부족으로 유명무실해진 경우도 많다.

철저한 검증 절차를 거친 유기농 농산물이 시중가 보다는 싸지만 일반 농산물 보다는 비싼 편이고, 수요 공급을 잘 맞출 수 없다는 단점으로 인해 찾는 손님들이 부쩍 적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 철저한 사전조사와 점검, 대대적인 홍보가 중요한 상황.

그나마 반가운 소식은 감리회를 중심으로 농촌의 생산망과 도시의 소비망을 이어 한국교회 전체의 생명의 망을 잇자는 취지의 ‘생명의 망 잇기’ 프로그램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통합·대신·성결·기장·침례·고신·합신 등 7개 교단이 참여해 농어촌교회의 교역자 및 교인들이 생산한 농산품을 도시교회가 지속적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현재 200여개 교회가 생산자로 등록했으며 연말 생산자 총회를 갖고 내년 3월 후반에 ‘생명의 망’ 오픈 개회예배를 갖는다.

농촌의 위기가 눈 앞에 다가온 현실에서 ‘농촌 살리기 운동’은 단순히 ‘좋은 먹거리’에 대한 기대를 넘어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구현하는 실천적인 선교로 신앙운동의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먹거리 안전과 식량 주권 실현을 위한 기독교 창구를 만드는 일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된다.   

식량주권 회복운동에 힘쓰고 있는  조언정 목사(국기독교 농목연대 대표)는 “무차별적인 수입개방 정책으로 식량자급률을 비롯해 이제 쌀의 자급마저도 무너지고 있는 현실”이라며 “기독교가 갈림길에 서 있는 지금, 먹을거리 안전과 식량 주권 실현을 위한 ‘기독교운동본부’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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