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만 피우던 제가 변하니까 반 전체가 활기차게 변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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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썽만 피우던 제가 변하니까 반 전체가 활기차게 변했죠”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4.11.19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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⑮.학교를 변화시키는 기독청소년

지난해 서울시에서 초중고생 1만17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소년 위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11.7%가 한 번 이상 친구로부터 따돌림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 2010년 6.4%의 청소년이 따돌림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것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2년 사이 청소년의 학교 폭력 피해 경험이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학교폭력과 왕따는 갈수록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회가 고도화되고 복잡해질수록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각해 질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교사와 학교, 교육정책을 입안하는 정부 등 학교현장을 바꾸기 위해서는 여러 주체들의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결국 학교 문화를 바꾸는 주체는 학생들이다. 학생들 스스로가 건전한 또래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런 가운데서 한국교회는 어떤 해법을 제시해야 할까. 복음으로 학교를 변화시키는 ‘믿음의 군사’들로 학생들을 길러내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위기 청소년’에서 ‘김 전도사’로

서울 연희미용고등학교에 다니는 김가람(가명)양. 내년이면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김 양의 별명은 ‘김 전도사’다. 시도 때도 없이 예수님을 전하고 교회에 가자고 조르는 가람이에게 친구들이 지어준 별명이다. 지난여름에는 같은 반 친구 15명을 교회로 전도하는 바람에 가람이는 교회에서도 이미 자타공인 ‘전도왕’으로 불린다.

놀라운 사실은 지금은 ‘김 전도사’로 불리고 있는 가람이가 지난해까지만 해도 ‘가출을 밥 먹듯’하고 자해를 반복하던 ‘위기 청소년’이었다는 것이다. 그런 그녀를 ‘전도사’로 변화시킨 것은 복음이었다. 술을 마시고 잘 곳이 없어 우연히 찾아 들어간 교회에서 만난 한 전도사와의 만남이 김 양의 삶을 변화시켰다.

“친구들이 가장 놀라요. 제가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한 번 교회 가볼까’ 하는 친구들도 많아요. 선생님들도 말썽만 피우던 제가 변하니까 저희 반 전체가 활기차게 변한 것 같다고 칭찬하시죠.”

김 양의 사례처럼 복음을 통한 전인적인 변화는 학생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그가 속한 공동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김 양을 처음 전도했던 위기청소년 사역단체 양떼 커뮤니티의 이요셉 전도사는 “한 명의 아이가 보이는 그대로 한 명이 아니다”라며 “특히 위기청소년의 경우 강한 또래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 친구가 변하면 그가 속한 또래 전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큰 안목을 가지고 청소년 한 명 한 명을 복음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기독동아리는 학교폭력․왕따 방지하는 파수꾼

학교 밖 복음 전도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학교 울타리 안에서 이뤄지는 신앙교육이다. 많은 학생들이 일주일에 한 번 교회 문턱을 넘는 것과 달리 일상생활 대부분이 학교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기독교학교로 잘 알려진 배재고등학교(교장:김용복). 이 학교에서는 학교폭력이나 왕따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 학교 교목인 장운석 목사는 매주 진행되는 채플과 아침마다 열리는 국기계양대 기도모임, 기독교적 정서가 깔려있는 가르침이 이 같은 분위기를 만든다고 말한다.

하지만 장 목사는 학교의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주요 요인으로 ‘기독동아리’를 꼽았다. 장 목사는 “프로그램이나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은 학교의 주체인 학생들” 이라며 “기독동아리 활동은 학생들의 신앙훈련뿐 아니라 생활태도 측면에서도 좋은 또래문화를 키워주는 장”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 학교에는 YMCA와 CCD(현대적인 형태의 기독교 댄스)동아리인 ‘페마’, 채플시간 찬양인도와 방송 엔지니어링을 하는 ‘에클레시아’의 3개 기독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다.

에클레시아의 이보형 단장(3학년)은 “에클레시아 활동을 하면서 제가 크리스천이라는 것을 친구들이 알고 있는 만큼 생활태도에 조금 더 신경을 쓰게 된다”며 “교실에서 폭력이 있거나 왕따가 일어나는 현장에서 착한 사마리아인의 역할을 하려고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올해로 12년째 에클레시아를 지도하고 있는 노희창 교사는 “매년 왕따를 당하는 2~3명의 학생들이 기독동아리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며 “동아리 친구들이 이 학생들에게 일종의 ‘믿을만한 울타리’ 역할을 해주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 교사는 또 “학교 내 기독동아리는 또 하나의 교회로서 학생들이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깨달을 수 있게 도와줄 뿐 아니라 생활 속에서 아이들이 바른 크리스천으로 성장할 수 있는 훈련소의 역할도 감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독동아리들이 열악한 재정지원 속에서 일선 교사의 헌신으로 이어가고 있다”며 “진정으로 청소년 세대의 부흥을 원한다면 청소년 사역의 위기를 말하기에 앞서 기독동아리에 대한 공교회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떡볶이는 사랑을 싣고’...지속적 관심과 지원은 ‘필수’

모든 학교가 기독교적인 교육을 실시하거나 기독 동아리를 운영하는 것은 아니기에 학교 안 기독 청소년들에 대한 교회 차원의 관심은 매우 중요하다.

영락교회(담임목사:이철신) 고등부에서는 교역자가 소속 학생들의 학교를 방문하는 ‘떡볶이는 사랑을 싣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형식은 단순하다. 날짜와 시간을 정해서 아이들을 방문하고 떡볶이를 사주며 어울리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교회에서 미처 알지 못했던 아이의 모습을 보게 될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하게 알게 된다는 것이다.

고등부를 담당하는 함승수 목사는 “아이들 입장에서는 교회가 자신들을 찾아와주는 자체가 큰 힘”이라며 “교회가 자신들의 삶에 무관심하지 않다는 것이 큰 격려가 된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소개했다. 함 목사는 또 “아이들 스스로 내가 어디에 속해있고 내가 누구인지, 나를 위해 기도해주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된다”며 “최근에는 스케쥴을 맞추기가 어려울 만큼 신청이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영락교회는 기독 학생들이 보다 주도적으로 학교 문화를 바꿔갈 수 있도록 산하 8개 학교에 법인 부담금 외에도 기독 동아리 활동 등에 매년 1억 원이 넘는 금액을 지원하고 있다. 이밖에도 매년 해당 8개 학교 기독 학생들 2000여 명이 한 자리에 모이는 ‘수능 파티’, 기독 교사들을 위한 기독교사 대회 등도 개최하고 있다.

복음을 자랑하는 기독청소년

송파구에 위치한 잠실여자고등학교. 이 학교에는 매일 학교를 위해 기도하고 있는 기도모임이 있다. 지난여름 청소년 사역단체 라이즈업무브먼트에서 진행하는 RPS컨퍼런스에 함께 참여한 이들은 ‘개인의 부흥이 공동체의 부흥으로, 더 나아가 문화의 변화로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강의를 듣고 어떻게 하면 복음으로 학교를 변화시킬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여러 대안이 나오기 시작했다. 반마다 교실을 돌면서 기도모임 홍보를 하고 복음을 전하는 자는 의견은 그 중 하나였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더 친근하게 친구들의 마음을 열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방과 후 노방찬양’을 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친구들의 시선이 마음에 걸렸다 ‘비웃으면 어쩌나’ 걱정도 컸다. 하지만 전혀 다른 반응이 나왔다. 많은 친구들이 즐거워하며 함께 찬양하는 시간이 됐던 것. 이후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은 기도모임 친구들의 노방찬양 시간으로 정해졌다.

열매도 이어졌다. 학교 안의 많은 크리스천 학생들이 노방찬양을 보고 힘입어 기도모임에 나오기 시작했고, 노방찬양을 하는 모습을 다른 학교의 학생이 보고 동참하게 되면서 신앙훈련에까지 오게 되는 일도 있었다. 매주 노방찬양에 참여하고 있는 2학년 이지은양은 “하나님이라는 이름 자체도 부끄러워했었는데 이제는 먼저 나서서 노방찬양을 하는 사람으로 변했다”며 달라진 마음을 전했다.

청소년교육선교회의 손종국 목사는 “기독 청소년들이 학교에 심겨진 선교사로서 자기의 본분을 잘 감당하려면 무엇보다 인정받는 학생으로 성장할 필요가 있다”며 “공부를 잘하고 규칙을 잘 지키는 것 외에도 배려 할 줄 알고, 특히 소외되는 학생들에게 다가가 관계를 맺을 줄 아는 학생이 되도록 교회와 학교, 가정이 함께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 목사는 또 “이미 많은 기독학생들이 또래들 사이에서 상담가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며 “보다 실질적인 효과를 위해서는 ‘또래 상담 훈련’ 등에 참여해 보는 것도 좋다”고 권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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