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내가 팔 우물 19,950개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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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내가 팔 우물 19,950개를 향하여”
  • 김목화 기자
  • 승인 2014.11.17 2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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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대륙의 푸른빛 우물 이야기
이창옥 ‘약속의 땅, 아이러브 아프리카’

자칭 ‘평신도 전문선교사’인 이창옥 선교사(NGO 아이러브아프리카 대표)가 2012년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있었던 일이다. 물을 긷기 위해 산 속 깊이 찾아간 작은 웅덩이를 찾아 갔다. 하지만 작은 물 웅덩이는 충격적이었다. 한눈에 봐도 무서운 병균이 우글거릴 것 같은 물이었다. 그런데 그 더러운 물 웅덩이가 귀하고 귀하게 여겨지는 식수라니. 기가 막혀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서 있는데, 함께 물을 길으러 온 아이들은 땡볕에 걸어오느라 갈증이 났는지 병균이 꿈틀거리는 잿빛 물을 떠서 벌컥벌컥 마시는 게 아닌가. 일그러진 표정으로 가엾은 아이들의 입만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웅덩이 물을 맛있게 떠먹는데 더러운 물이라고 마시지 말라고 하면, 그것은 탄자니아 사람들에게 큰 상처가 될 게 뻔했다.

더러운 물을 먹지 않게 하는 최선의 방법은 하루라도 빨리 우물을 만들어 주는 것뿐이었다. 함께 온 봉사자들은 말했다.

“여기 와서 보니까 아프리카 사람들이 왜 일찍 죽는지 알 것 같아요. 이런 물을 먹으니 병에 걸려 오래 살 수 없겠어요. 이곳 사람들을 보니까 물을 함부로 쓰는 게 죄짓는 일 같아요.”

이창옥 선교사는 우물을 파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물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전까지는 하나님의 말씀을 일컫는 영적 생수에 대해서만 생각했던 이 선교사였다.

처음부터 그녀가 우물을 팠던 것은 아니었다. 1977년, 이창옥 선교사는 남편을 따라 당시 식인종이 존재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던 아프리카로 떠났다. 도마뱀을 친구로 여기며 서부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의 수도 몬로비아에서 20대를 보냈다. 하지만 타국 생활에 적응할 무렵 갑자기 찾아온 풍토병과 말라리아로 그는 생명이 위독한 상태에 이르기까지 했다. 그야말로 죽기 직전, 이 선교사는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이렇게 예쁜 나이에 죽고 싶지 않다고, 살려만 주신다면 시키는 대로 다 하겠다고 기도를 드렸어요. 그리고 응답을 받았어요. 약속했으니 지켜야지요.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해 우물을 판 건 결과물일 뿐이에요. 제 책은 제가 1977년 아프리카에 건너가 살았던 이야기와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우물을 판 이야기, 시련과 아픔 그리고 회복 등 저의 성장통을 그린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기적적으로 새 생명을 얻은 이창옥 선교사는 거듭남을 선물한 은혜의 땅, 아프리카에 무엇으로 빚을 갚을까 기도했다. 하나님은 그때 그에게 물이 없어 고통받는 아프리카의 실상을 보게 하셨다.

그 인도함을 따라 이창옥 선교사는 60세의 나이에 편안한 노후를 버리고 아프리카 전문 국제구호개발 NGO ‘사단법인 아이러브아프리카’를 설립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아프리카에 생명의 우물 2만 개 파주기 시작했다.

오직 하나님만을 증거하기 위해 썼다는 이창옥 선교사의 말처럼 책을 통해 아프리카를 품는 하나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오늘도 이창옥 선교사는 생명을 걸고 아프리카를 누빈다. 그가 팔 우물은 아직 19,950개 남았다. “내개 남은 시간이 얼마일지는 몰라도 생명을 다해 아프리카의 희망인 어린이들을 위해 우물을 하나라도 더 파 주고 싶어요. 제 생명이 다 할 때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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