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아래 ‘동성애자 크리스천’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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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아래 ‘동성애자 크리스천’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하나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4.11.10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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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으로 일관하다 사회법에 떠밀려 움직이면 늦는다

3년 전 서울에서 개척한 A목사. 그에게는 최근 큰 고민거리가 생겼다. 교회 중직자 한 명이 본인이 동성애자라고 밝힌 것. 동성애 행위가 죄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동성애자 성도를 어떻게 대해야 할 지는 고민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관련 단체를 찾아다니며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는 그는 “실제 목회 현장에서 그 성도를 어떻게 인도해야 할 지 막막하다”고 고백했다.

동성애의 물결이 한국 사회에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이미 수 년 전부터 진보 정당들을 필두로 동성애자들의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이 국회를 오르내리고 있고, 자신을 동성애자라고 밝힌 유명인들이 대중매체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수면아래 있는 동성애 문제가 향후 한국교회의 골칫거리로 대두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지금이야 A목사와 같은 사례가 보기 드문 일로 여겨지고 있지만 교회 내 '연쇄 커밍아웃'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성적 지향으로 인한 차별에 반대하며 2년째 성소수자들과 함께하는 예배를 이끌고 있는 성공회 길찾는교회의 자캐오 신부는 “백 명 중 한명이 동성애 성향이 있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며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교회 역시 사회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교회 안에도 적지 않은 수의 성적 소수자가 존재한다고 보는 게 합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교회는 이들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며 “목회적 관점에서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동성애자 크리스천에 대한 문제는 한국을 넘어 국제적인 흐름과도 연관이 있다. 최근 애플社의 CEO 팀 쿡이 자신의 동성애 성향을 고백해 화제가 됐고, 지난달 25일에는 미 법무부가 알래스카와 애리조나, 노스캐롤라이나 등 5개 주의 동성결혼을 인정하면서 미국 50개 주 가운데 동성의 법적 결합을 인정하는 주는 32개 주로 늘어났다.

미국 교회들도 동성애 합법화에 동참하고 있다. 이미 그리스도연합장로교회(UCC), 미국복음주의루터교회(ELCA), 미국성공회(EC), 미국장로교회(PCUSA) 등 4개 교단은 동성애자에 대한 목사 안수를 허용했다. 지난 6월에는 PCUSA가 동성애자 목사 안수뿐만 아니라 동성 결혼의 주례까지 허용하는 안을 총회에서 통과시키면서 사실상 통과가 유력한 노회 수의 절차만 남겨놓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한국의 교회들이 미국교회와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를 깨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총회장:정영택)의 경우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미국장로교와 호주연합교회 등과 선교 협약을 맺고 있다. 총회 헌법에는 이들 교단이 동성 부부를 선교 동역자로 파송할 경우 이들을 거부할 법적 조항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또 동성애자 목회자 안수를 시행하는 교단의 목사를 청빙할 경우에도 이를 거부하거나 동성결혼 여부를 확인하는 조항도 마련돼 있지 않다. 정서적인 차원을 넘어 목회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도 실제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정영택 총회장은 “PCUSA에 대해서도 지적할 것은 지적하되, 이미 동성애에 빠진 사람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한국교회가 중지를 모아 더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동성애를 언급만 해도 동성애를 찬성하는 교단으로 보는 시각 속에서는 누구도 앞장서서 동성애 문제를 다루기 어렵다”며, “먼저 연합기관들이 앞장서서 이 문제를 논의하고 동성애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공교회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편 대표적인 보수교단들도 원칙적으로는 동성애자들에 대해 배척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총회(총회장 김철봉) 신학위원회의 신민범 목사는 “동성애는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위배하는 명백한 죄”라고 밝히면서도 “교회가 동성애자들을 오지 말라고 막을 권한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의 김선일 교수(실천신학)는 "한국교회가 지금처럼 동성애자 크리스천들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는 한편 “동성애에 대한 논의를 20년간 이어온 미국교회가 동성애자 크리스천 이슈를 두고 분열을 일으킨 점을 상기해야 한다”며 “사회법 제정에 떠밀려 교회가 한발 늦게 대응하기 보다는 동성애자 크리스천에게 리더십을 부여할 것인가, 성만찬을 허용할 것인가 등 실질적인 문제들을 미리 공론화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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