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 김정준 박사를 아십니까?
상태바
만수 김정준 박사를 아십니까?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4.11.07 16: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약학’ 대가 신학자, 만수 김정준 박사 탄생 100주년 맞아

찬송가 9장 <하늘의 가득 찬 영광의 하나님>의 작사자.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초대원장. 하지만 한국교회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잊혀져가고 있는 신학자. 만수 故 김정준 박사다. 만수는 늦은 이삭이란 뜻이다.

만수 김정준 박사는 한국교회 구약학의 학문적 토대를 닦은 신학자 중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가르침을 받았던 제자들이 한신대, 장신대, 감신대, 서울신대 등 신학교에서 구약학 교수로 지낸 이들이 많다.

지난 6일 서울역 인근에 자리한 서울성남교회에서는 만수 김정준 박사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유가족과 만수 선생의 애제자를 비롯해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고인을 회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만수 선생의 제자 중 한명인 한신대 김이곤 명예교수는 이날 기념예배에서 설교를 전하며, 스승의 신학을 ‘고난과 경건의 신학’으로 규정했다.

1914년 경남 동래(현 부산)에서 출생해 평양 숭실중학교와 숭실전문학교를 마친 만수 김정준 박사는 1943년 일본 도쿄 아오야마학원 신학부 본과를 졸업한 후 같은 일본 기독교단 교사보 시험(목사 자격시험)에 합격했다.

경주와 자인(현 대구)에서 목회를 했고, 특히 해방이 되던 그 해 만우(늦비) 송창근 목사가 시무하던 김천 황금동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사역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시로서는 사망 선고나 다름없었던 폐결핵을 앓고 마산 요양소에서 격리됐다.

김이곤 명예교수는 바로 이 때 만수 선생은 고난을 하나님의 은총으로 여기고 이를 신학적 과제로 삼았다고 전했다. 김이곤 교수는 스승이 캐나다와 독일, 스코틀랜드에서 유학하며 서구신학을 두루 섭렵한 후 신학이 성숙기에 이르렀을 즈음, 해방신학과 빈자신학, 수난자의 신학, 민중신학 등의 모습으로 신학적 사대주의를 극복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제자 중 한사람인 전 감신대 방석종 교수는 “만수 선생은 서구 독일신학과 신학자들의 학문을 폭넓게 우리나라에 소개하고, 역사비평 방법을 활용해 구약을 학문적으로 연구했으며 특히 경건신학과 시편 연구에 집중했다”고 회상했다.

박 교수는 만수의 번역물과 저작물 중 1950년 ‘나의 투병기’ 1960년 ‘구약성서개론’, 1970년 ‘폰 라트의 구약신학’, 1978~1980년 ‘시편 명상’Ⅰ-Ⅳ, 1987~1991년 ‘구약의 역사와 신앙 연구서’를 수작으로 손꼽았다.

1959년 김정준 박사를 스코틀랜드 유학 당시 처음 만났다는 백석대 민경배 석좌교수는 “김정준 박사는 어린애처럼 순수한 영혼을 가졌던 분”이라며 “경건주의적 신앙으로 한국의 여러 신학대 교수들과 화목하게 지내고, 그래서 다들 한국 신학의 주축 지도자로 추앙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민경배 석좌교수는 김정준 박사가 재직 중이던 한국신학대학교에서 빚어진 갈등 때문에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설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1964년 설립된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은 세계교회협의회(WCC) 신학교육기금위원회(TEF)가 한국의 신학고등교육을 위해 건물, 소요경비 등 전액을 기금형식으로 5년간 지급하기로 했고, 각 신학대학에서 교수들이 한명씩 파견돼 세워졌다.

김정준 박사는 당시 에큐메니컬 신학교육의 최적 인물로 추대돼, 연합신학대학원 원장을 맡게 됐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한국신학대학의 요청에 따라 1970년 다시 한신대로 복귀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황용대 총회장은 “한신대 학생 시절 만났던 김정준 목사님의 경건에 관한 가르침을 기억하고 있다”며 “지금 한국교회가 기장이 회복해야 할 것이 경건이 아닌가 한다”고 전했다.

한편, 김정준 박사의 장남 김영일 목사는 “부친의 정신과 업적이 계승될 수 있도록 육필 원고들을 모아 책으로 출판할 계획”이라고 이야기했다. 2년 전부터는 만수장학회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