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협 김영주 총무 재선... '후폭풍'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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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협 김영주 총무 재선... '후폭풍' 거세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4.10.26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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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위한 의도적 실행위원 교체 과연 합법적인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총무 선출을 끝냈지만 ‘후폭풍’이 거세다.

김영주 총무가 여러 논란 끝에 실행위원회에 단수 추천돼, 투표까지 거쳐 재임에 성공했지만 이 과정에서 사전선거 운동과 실행위원 불법 교체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다. 교회협은 “관행적인 실행위원 교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당선을 위해 에큐메니칼 경험이 전무한 사람들을 한 달 짜리 위원으로 임의 교체한 것이어서 적법성 논란을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23일 열린 교회협 실행위원회는 개회도 하기 전부터 각종 질의가 이어졌다. 양성평등위원장 김혜숙 목사는 “실행위원 교체가 교단마다 너무 많다. 교단 총회 때 선출되거나 사망시 당연직 교체가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왜 이렇게 바뀐 것인지, 혹시 특정 안건을 두고 바뀐 건지 알고 싶다”고 질의했다.

이날 교체 명단에 오른 실행위원은 모두 14명. 지난 9월 총회에서 부총회장과 서기가 바뀐 통합만 당연직 교체였고, 다른 교단들은 회의 불참자에 대한 임의교체였다. 이 질의에 대해 구세군 임헌택 사관은 “각 교단의 사정으로 교체하는 것이니 보고할 것까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통합 측 실행위원들은 “선거 때문에 이렇게 동원됐다면 문제가 있다”며 실행위원 교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요구했다. 실행위원 교체가 논란이 된 것은 교회협 헌장에는 총회에서 실행위원을 선임한다는 조항만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교회협은 그동안 실행위원회 현장에서 위원 교체를 해왔다. 관례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통상 사회법에서는 정년이나 은퇴, 당연직, 임기종료, 이민, 사망 등 특별한 유고 사유가 있을 때 실행위원 교체가 가능하다고 해석하고 있다. 통합 이홍정 사무총장은 사회법 자문을 들어 “사회법에 저촉되는 것을 관례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또 다른 법적 시비가 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에 반대하는 실행위원은 “선배들이 지켜온 관례가 있는데 사회법에 의존해서 해석하면 교회협 관례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며 관례를 중요시 할 것을 주장했다. “법대로 하자”, “관례를 지키자”, “다수결로 표결하자”는 여러 의견을 잠재운 것은 구세군 황선엽 사관이었다.

황 사관은 “임원과 실행위원은 정기총회에서 선출하고 2년 임기다. 임기 중 결원은 실행위원회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실행위가 총회를 대신할 수 있다. 임기 중 결원은 실행위에서 보선하되 실행위원은 교단에서 파송한다고 되어 있다”는 헌장을 읽으며, “아무 문제가 없다”고 사태를 정리했다.

결국 황 사관이 읽은 헌장이 교회협의 것이라고 판단한 회장 박종덕 사령관은 실행위원 교체를 승인할 것인지 가부를 물었고, 38명의 찬성을 받아 이를 통과시켰다. 문제는 황 사관이 읽은 헌장은 교회협의 것이 아니라 교회협 산하 기관인 새가정사 회칙이었던 것. 다른 유관단체의 회칙이 마치 교회협 헌장인 것처럼 읽혔고, 표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실행위원 교체가 중요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날 회의에서 총무 선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교회협은 지난 9월 초부터 인선위원회를 구성해 차기 총무 선출에 들어갔다. 이날 선출된 김영주 총무는 인선위원회 첫 회의부터 논란의 주인공이었다. 1952년 생으로 만 65세 정년을 채울 수 없어, 4년 임기 조항에 적합하지 않았다. 교회협은 그동안 관례적으로 임기를 채울 수 없는 후보는 출마하지 않았다. 이는 교회협뿐만 아니라 교회협 산하 교단과 여러 연합기관이 지켜오고 있는 통상관례다.

그러나 인선위원회는 “헌장에 특별히 명시된 것이 없고 출마를 막을 명분이 없다”며 관례를 깨고 김영주 총무를 최종 후보로 추천한 것이다. 김영주 총무 선출 과정에서 교회협은 관례를 무시했고, 합의절차를 밟지 않았다. 헌장위원회 자격심의부터 인선위원회 추천, 실행위원 교체까지 모두 ‘다수결’의 뜻에 따랐다. 에큐메니칼이 자부하는 ‘합의정신’은 찾을 수 없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날 벌어진 실행위원 교체다. 실행위원을 교체한 구세군, 감리교, 성공회 등 일부 교단들은 관례적으로 실행위원 교체가 있어 왔다고 주장했지만 선거를 위한 교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누군가를 ‘당선’시키기 위해 교체를 했고, 결석자 명단을 교회협이 유출했다면 이는 ‘불법 선거’를 의심할 수 있다. 특정 목적을 위한 실행위원 교체라는 점은 이날 실행위원들 입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감리교 신복현 목사는 “인선문제가 예민하니 그렇게 됐다. 이규학, 김영진 목사가 교체를 요청했다. 이 중요한 회의에 외국 출장이니 빠질 수 없어 교체를 요청해달라고 하더라”라며 선거를 위한 교체임을 자인했다. 회의 의장을 맡은 구세군 박종덕 사령관도 “한 표를 분명히 하겠다는 입장에서, 실행위원의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차원에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선거를 위한 교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결국 실행위원 교체는 김영주 총무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재적 80명에서 41표를 얻어야 하는 김 총무는 통합을 제외하고 총 12명의 실행위원 교체에 힘입어 44표를 얻을 수 있었다. 실행위원 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 당선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순번제에 의해 추대하는 형태의 인선을 진행해온 교회협은 선거에 맞는 정관을 구비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헌장을 근거로 한 법 해석이 쉽지 않다. 그래서 교회협은 그동안 관례를 중시해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총무 추천에 있어서는 오랫동안 지켰던 전통과 합법적 관례를 깼고, 이날 실행위원 교체에 있어서는 불법적으로 묵인된 관례를 인정했다.

12명이라는 사상 초유의 실행위원 교체에 힘입은 김영주 총무의 재선이 과연 정당성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실행위원 교체는 그동안 교계에서 뭇매를 맞아온 개혁과제 중 하나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개혁정관’을 폐기하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정관을 개정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이 실행위원 교체였다.

소위 ‘10.28정관개정’으로 알려진 이 사건을 시작으로 한기총은 상당한 위기를 맞이했고, 수년간 내부 갈등과 내홍에 시달려야 했다. 안타까운 것은 보수진영에서는 나오는 자성의 목소리가 에큐 진영에서는 전혀 들려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헌장위원이자 실행위원이었던 한 인사는 “에큐메니칼의 흠이나 오류를 이야기 하려면 예장 통합의 문제부터 짚어야 한다”며 ‘반 통합’ 정서가 이번 김영주 총무 재임을 도왔다는 주장을 폈다. 통합도 수차례 에큐메니칼 관례를 깼으니 우리도 똑같이 하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특히 이번 인선 과정에서는 그동안 교회협의 ‘바로미터’ 역할을 감당하던 구세군이 아예 총대를 메고 선거를 진두지휘했다. 교회협 회장인 박종덕 사령관이 인선위원장을 맡아 자격 시비를 잠재웠고, 황선엽 사관이 ‘가짜 헌장’을 읽으며 실행위원 교체를 이끌었다.

박종덕 사령관은 실행위원회 석상에서 인선위에 대한 질책이 나오자 “위원장으로 할 말이 없다. 총무 후보 자격 요건에 대해서 팽팽한 의견 대립과 조율되지 않은 부분이 끝까지 있었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실행위 교체 등 논란 속에서 “내가 십자가를 지고 가겠다”는 말로 김영주 총무의 재선에 힘을 실었다.

실행위원 교체라는 상상도 못할 방법을 통해 연임에 성공한 김영주 목사는 “교회협 총무로 늘 부끄러웠다. 잘못된 판단과 일처리로 마음의 갈등을 주고 여러 가지 상처를 준 각 교단들의 화합과 화해를 잘 이끌어 내야 하는데 뒷받침 못해서 여러분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아 미안하다”며 “그러나 가다듬어 일할 수 있게 해주신다면 그동안 경험을 잘 살려 용기를 내 일해보겠다”는 말로 당선 인사를 전했다.

그러나 헌장위원회 회의부터 일관되게 김영주 총무의 자격 문제를 지적해온 루터교는 김 총무의 재임에 대해 혀를 내둘렀다. 루터교 실행위원은 “3년 전에 왜 교회협에 가입했는지 모르겠다. 더 이상 연합이 아닌 것 같다. 슬프다”며 자신의 심경을 전했다. 루터교는 조만간 교회협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항상 사회적 약자 편에서 소수의 입장을 지지하고, 전통과 관례를 중시하며 에큐메니칼 합의를 이끌었던 교회협. 그러나 교회협은 이번 총무 선거 과정에서 합의와 전통, 관례를 포기했고, ‘다수결’에만 의존했다.

이는 교회협이 앞으로 대사회적 문제와 소수자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낼 때, 다수의 힘을 넘을 수 없는 약점을 스스로 만든 꼴이 됐다. 보수의 대표 기관인 한기총에서는 불법적인 행태를 부끄러워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진보를 대표하는 교회협은 “다른 이들도 옛날에 그랬으니 우리도 그래도 된다”는 이상한 논리로 자기 합리화에 충실한 모양새다. 결국 국내 에큐메니칼은 ‘자리’를 지키기 위한 ‘정치집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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