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10월 31일, 왜 종교개혁의 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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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10월 31일, 왜 종교개혁의 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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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0.2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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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텐베르크 성에 ‘95개조 반박문’ 붙인 날
▲ 주도홍 교수(백석대 교회사)

세계교회가 종교개혁의 날로 지내는 10월 31일은 독일의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1483-1546)가 비텐베르크 성(城) 교회의 문에 1517년 면죄부 반박 95개 조항을 붙인 날이다.

독일에서는 이 날을 노동이 없는 법적 공휴일로 지내는데, 통일 후 독일연방공화국 중에서 브란덴부르크, 메크렌부르크-포포멜른, 작센, 작센-안할트, 튀링엔 주가 동참하고 있다. 독일 공휴일 법에 따라 소위 일컫는 ‘조용한 공휴일’인데, 이 날에는 공적인 유흥행사나, 음악행사 또는 술집 영업 등이 금지된다.

바덴-뷔르템베르크에서 종교개혁의 날은 학교가 문을 닫으며, 니더작센에서 개신교 정신으로 세워진 학교는 수업을 예배로 대체한다.

스위스 개혁교회는 11월 첫 주일을 종교개혁의 날로 지내며, 가톨릭교회가 우세인 오스트리아에서는 공휴일로 지내진 않지만, 개신교적 학교에서는 10월 31일에 학교가 쉬며, 교회에 적을 둔 노동자들은 이날에 교회 기념예배에 참석하는 기회를 주고 있다.

슬로베니아에는 개신교가 단지 1%밖에 되지 않지만, 거대한 문화적 의미를 지닌 공휴일로 지내는데, 슬로베니아 출신 종교개혁자 트루바(Primoz Trubar)가 1550년 모국어로 최초의 책들을 출판해냈으며, 그의 제자 달마틴(Jurij Dalmatin)이 1584년 슬로베니아어로 된 성경전서를 발간하였기 때문이다. 2006년부터 남미의 칠레에서도 10월 31일 종교개혁의 날을 공휴일로 지내고 있다.

실제로 루터가 10월 31일 성 교회 문에 면죄부 반박문 95개조를 붙였는가가 논란이 되기도 하는데, 분명한 것은 루터가 10월 31일 이 날에 95개조를 당시 마인즈와 마그데부르크의 주교였던 알베트(Albert)에게 보냈다는 것이다.

루터의 95조 반박문이야말로 근대 초기에 있어서 가장 의미 있는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받는데, 이 사건과 더불어 교회의 종교개혁이 출발되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독일의 교회사가 카우프만(Thomas Kaufmann)은 루터가 1520년에 쓴 ‘독일 기독교 귀족에게 고함’(An den christlichen Adel deutscher Nation)이야말로 95개조 반박문보다도 훨씬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말한다.

종교개혁의 날을 언제로 할 것인가를 두고 상이한 입장들을 보였는데, 루터의 출생일인 11월 10일을, 그의 사망의 날인 2월 18일을 기념일로 지키기도 했으며, 어떤 경우는 아우그스부르크 신앙고백(Augsburger Konfession)의 공포의 날 6월 25일을 종교개혁 기념일로 내세우기도 했다.

그러다 1667년 작센의 성주 게오르그 2세)Johann Georg II)에 의해 10월 31일을 확정하여 전국적으로 따르게 되었는데, 1617년 종교개혁 100주년을 맞이하여 개혁교회 성도였던 팔츠의 성주 프리드리히 5세(Friedrich V)가 10월 31일에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이끌며 주도권을 잡았다. 최근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독일의 헤센, 니더작센 그리고 자알란트 주가 10월 31일을 공휴일로 선포할 준비를 하고 있다.

2014년에도 루터의 도시 비텐베르크(Wittenberg)에서는 종교개혁의 날을 맞아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축제를 연다.

이 기간에 많은 행사들이 준비되고 있는데, 광장에서의 잘 알려진 중세적 종교개혁 재현, 기념 예배들 그리고 기념음악제가 열린다. 게다가 독일과 스웨덴에서 모여든 교회 입교식을 앞둔 500명으로 이루어진 청소년들이 종교개혁의 역사적 현장을 따라 순례하며, 종교개혁기념예배를 드린다.

게다가 국내외에서 모여든 수백 명의 뮤지션들의 기념 연주가 특별하게 이뤄진다. 그 외 독일 전역에서는 일반적으로 10월 31일 저녁에 종교개혁 기념예배가 열리는데, 설교에서는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이 직접 부각되기보다는 죄인들이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을 받는다는 이신칭의 교리가 강조되며, 이 교리야말로 종교개혁 정신의 핵이라 하겠다.

일반적으로 설교를 위해 읽혀지는 성경은 로마서 3:21~31절과 마태복음 5:2~10절이며, 즐겨 부르는 찬송은 일반적으로 한국교회에서도 애송하는 루터의 “내 주는 강한 성이요!”Ein feste Burg ist unser Gott(독일개신교 찬송가 362장)가 빠지지 않으며, 루터의 대화체 노래인 “지금 기뻐하라, 내 사랑하는 그리스도인들이여!”Nun freut euch, lieben Christen g’mein(독일 341장)와 파울 게어하르트(Paul Gerhardt)의 “나를 위하시는 하나님이여, 나를 대적하는 모든 것을 물리치소서!”Ist Gott fuer mich, so trete gleich alles wider mich(독일 351장) 중에서 한 곡이 불려진다.

종교개혁의 날, 교회를 장식하는 색으로는 성령과 교회를 보여주는 빨강이다. 21세기 한국교회도 이 역사적인 날을 기억하여 기념하고, 종교개혁의 정신을 다시 곰곰이 짚어 늘 새로워지는 교회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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