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국고지원’ 무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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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국고지원’ 무산 위기
  • 이현주, 이인창 기자
  • 승인 2014.10.22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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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입엔 국고지원 ‘선례’ 없어 … 교회협은 강행키로

 이미 지난 여름 ‘불가’ 통보 ...교회협 정확한 사실 공개 없어

“국회의원이 예산편성 할 수 있다” 정치적 로비 가능성 시사

건립되도 소유주는 교회협  ... 범교단 연합 설득력도 잃어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건립 추진사업이 ‘매입’으로 선회하면서 사실상 국고 지원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이미 주무부처에서는 “‘매입’일 경우 예산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회협은 이 같은 사실을 지난 여름 인지했지만 매입을 강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건립추진위원들에게 국고 지원이 어렵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또 범 교단연합 사업을 표방하지만 실질적인 사업주체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고 건립이 마무리된다하더라도 등기상 주인이 교회협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수권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불확실 속에서 조급하게 추진하는 역사문화관 사업이 자칫 한국교회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악재’가 되지 않을까 우려가 깊은 상황이다.

10월 말 새문안교회 언더우드교육관 매입을 놓고 한창 협의를 진행 중인 기독교역사문화관 사업은 정부 지원 100억여 원을 포함해 총 3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들어가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당초 교회협은 “한국교회가 130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지만 역사 자료들이 개별적으로 흩어져 관리가 어려운 현실”이라며 한국 기독교 역사 전체를 보존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뜻에서 ‘기독교역사문화관’ 건립을 천명했다. 이 과정에서 교회협은 9개 교단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범 교단적 사업을 선언했다. 그러나 사업 시행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교단들의 참여 결의가 없을 뿐만 아니라 국고 지원도 한 푼 받지 못할 상황에 처한 것이다.

# 새문안 교육관 매입 어디까지 갔나?

교회협은 최근 새문안교회에 매입의향서를 전달했다. 새문안교회는 총 250억 원에 언더우드교육관을 매도하기로 했다. 이미 당회 승인도 받았다. 새문안교회 조성도 장로는 “법무법인을 통해서 계약서를 준비 중이다. 계약금은 통상 10%로 하지만, 교회협과는 15억 원 선에서 마무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 장로는 “새성전 건축을 앞두고 언더우드교육관 매각이 시급한 상황에서 기독교 전통과 역사를 지닌 교회협이 역사문화관으로 사용하겠다고 하니 기쁜 마음으로 검토했다”며 “2017년까지 중도금 분납 과정 등을 거쳐 등기를 이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사문화관 건립 예산 부족 등 세간에 떠도는 우려에 대해서는 “교회협이 지불 능력을 제시했다. 타당성 검토를 거쳐 교회협을 신뢰하게 됐다”고 말하면서도 “최종 잔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건물을 넘겨줄 수 없다. 계약 요건에 이와 같은 내용을 구체화할 것”이라는 말로 각종 대비책을 마련 중임을 알렸다.

교회협이 새문안교회를 매입할 수 있다고 내보인 예산 기준에는 국고 지원금 110억 원이 포함되어 있다. 이 사업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유지재단을 주체로 한국교회 전체가 참여하는 사업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을 받은 것. 당시 승인받은 사업은 ‘건립’이었다. 그러나 지금 교회협은 건립에서 ‘매입’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리고 지난 9월 19일 추진위원회 회의에서 ‘매입’을 안건으로 정식 상정하고 허락을 받았다.

# 국고 지원 어렵단 사실 몰랐나?

대외적으로 볼 때, 역사문화관 건립은 새문안 교육관 매입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상당히 가시적인 성과가 있는 것처럼 알려졌다. 새문안교회의 역사성을 부각했고, 답보 상태에 놓인 건립 추진이 매입으로 가속도를 낸 것이다. 역사문화관 매입 확정 등의 소식은 교회협 김영주 총무 재임에 상당한 무게를 싣기도 했다. 김 총무 역시 “한국교회 역사 정리”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역사문화관 사업을 지속해 나갈 뜻을 비쳤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국고지원이 불투명하다는 부분은 전혀 밝히지 않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교회협은 지난 9월 19일 열린 건추위 회의에서 ‘매입’을 정식 안건으로 상정했다. 매입의 경우 정부 지원금이 건물 값의 30% 정도로 축소되는 문제도 다뤄졌다. 일단 기획재정부가 승인한 예산은 300억을 기준으로 ‘최대 30%까지’지만 토지분은 해당되지 않아 건물 분의 30%인 30~40억 원 정도로 국고 지원이 축소된다. 여기까지는 국고 지원이 가능할 때 이야기다.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건립에서 매입으로 사업방향이 선회할 경우 국고 지원은 무산된다. 정부 예산 편성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난 여름 실무자가 건립에서 매입으로 선회할 수 있느냐고 물어왔다. 그러나 정부는 매입에 대한 지원 사례가 없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담당자 역시 “교회협이 사업을 어떻게 추진하는지 모르겠지만 매입을 하게 될 경우 약속한 30%의 국고 지원은 불가능하다. 기재부가 적정성을 따지게 되는데 ‘당초 계획대로 건립하라’는 주문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역사문화관 건립을 지원하는 정부의 두 개 부처에서 모두 매입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

정부가 ‘매입’을 불허한 이유는 간단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매입 사업을 지원하기 시작하면 천주교, 불교 등 모든 종교들이 서로 좋은 위치의 건물을 매입하겠다고 신청할 것이다. 예를 들어 종단 건물이 있는 인근 건물을 매입해서 활용하겠다는 요청이 늘어날 텐데 이것을 어떻게 다 감당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상식적으로 매입을 제안한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라며 “변경된 사업에는 정부 예산이 전혀 나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역사문화관은 토지 확보를 전제로 올해 설계비를 신청했지만 지급받지 못했고, 매입으로 사업 변경이 되면서 내년 예산도 편성되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국고 지원이 한 푼도 없는 것이다. 국고 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역사문화관은 고스란히 한국교회 모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교회협 실무자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회의석상에서 정확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교회협은 지난 9월 회의에서는 “정부가 리모델링 비용 57억 원, 건물 잔존가치 60억 원을 평가해 총 117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이 과정에서 예산 신청이 쉽지 않아 국회의원을 설득하는 과제가 있다는 점은 분명히 밝혔다.

국회의원 설득이 필요한 이유는 내년 예산 편성이 이미 끝나 국회 심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 통상 기재부가 예산 편성을 끝내면 국회의원 발의로 추가 예산이 편성되기도 한다.

교회협 담당 실무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일단 계약만 성사되면 진행은 어렵지 않다. 전체 비용의 절반은 국고로 충당이 가능하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예산 항목 조정은 국회가 할 일이지, 부처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국회에서 통과되느냐는 정치력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이는 대사회적 감시자 역할을 하는 교회협이 통상관례를 어기고 의원 로비를 통해 정부 예산을 따내겠다는 발언이기도 해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국회 심의는 연말에 끝난다. 국회의원이 발의해도 정부 동의를 얻어야 한다. 관례를 어기면서 예산을 승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문광부 담당자는 “교회협 입장은, 어차피 토지 분을 지원해달라고 한 것이 아니니 건물 분에 대한 지원을 요청한 것 같다. 물론 논의 가능성은 있지만 확정적 답변은 어렵다. 가능성이 매우 적다는 것을 실무자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재정당국은 건물을 매입할 경우 토지와 건물 가격을 구분하기 어렵고 사례도 없어서 내년 예산에 아예 반영을 못한 것”이라며 “당초 계획대로 ‘건립’을 진행하라는 권고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 문화관 실질적 소유주는 교회협

교회협이 사실을 정확히 밝히지 않아 일어난 혼선은 또 있다. 현재 역사문화관 건립추진위원회에는 교회협 총무와 산하 9개 회원교단 총회장과 총무가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나머지는 범 교단을 표방하면서 추대한 ‘개인’ 자격이다.

건립이든 매입이든 사업주체는 현재 교회협이다. 즉, 역사문화관이 완공되면 등기도 교회협 이름으로 하게 된다. 이 사실을 몰랐던 보수권에서는 “결국 교회협 재산을 만드는 데 보수 교단들이 돈을 내는 것이냐”며 발끈하고 있다.

교회협은 정부 예산을 신청하는 과정에서도 “주체는 교회협이지만 각 교단과 뜻을 같이 해 한국교회 전체가 참여하는 협력을 이루겠다”고 설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지금까지 교단 대상으로 한 공식 설명회도 없었고, 정식 참여 요청도 없었다.

건립추진위원인 기성 이정익 목사는 “역사문화관 건립을 추진하면서 정부 협력을 앞두고 이름을 올려달라고 부탁받았다. 그것이 전부다. 그후 회의 초청이나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역사문화관은 한국 교회 전체의 사업이 아니다. 구색을 맞추기 위해 이름만 올려 놓는 것이 무슨 연합사업이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위원은 “교계에는 교회협에 대한 반대 의견들이 있다. 교회협 자체 사업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1억도 모금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홍보위원장을 맡고 있는 예장 백석 양병희 목사는 “회의에 참석해보니 교회협의 권한이 너무 강하다”고 지적하면서 “교회협이 실권을 쥐고 추진하는 사업이라면 편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이 사업이 한국 교회 전체를 아우르는 연합 사업이 되기 위해서는 교회협이 한국교회 앞에 내려놓는 결단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교회협 단독 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

역사문화관 건립 추진을 위해 일부 비용도 후원한 바 있는 예장 합동 오정호 목사는 “한국교회 역사는 누군가 정리하고 계승해야 한다. 역사 정리는 후세대를 위해 전세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누가 어떤 것을 보존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 목사는 “진짜 한국교회를 위한 사업이라면 교회협이 희생하고 교계 전체를 아우르는 법인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처럼 교회협 중심의 역사문화관이라면 결국 좌편향성에 대한 우려를 씻기 어렵다. 역사란 누가 어떤 관점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입장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라며 “범 교단적 사업으로 처음부터 다시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와 같은 우려에 대해 교회협 관계자는 “교단의 참여는 한국교회의 공신력을 담보하는 것일 뿐 모금에 큰 기대는 없다”며 “현재 취지에 공감하고 동참을 요청하는 개인들의 문의가 있어, 성도들의 참여로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내용이나 가치의 측면은 건립추진위원회가 꾸준히 강조해야 할 부분”이라며 “시작도 안 한 사업을 부정적으로만 몰고 가는 것은 안 될 일”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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