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사역은 배신과 회심의 연속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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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사역은 배신과 회심의 연속이죠”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4.10.20 2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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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청소년 선교하는 ‘양떼 커뮤니티’ 이요셉 전도사

“지옥 문 바로 앞에서 떨어지는 아이들을 끌어 올리는 사역을 합니다. 한 번도 청소년 사역을 생각해 본 적 없었지만 이제는 사명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부진 체형에 외꺼풀의 날카로운 눈매. 왠지 모르게 무서워 보인다는 인상이지만 이내 서글서글한 미소로 마음을 녹인다. ‘양아치 떼’의 줄임말인 ‘양떼 커뮤니티’의 ‘리더’를 자청하는 이요셉 전도사는 스물여덟이라는 젊은 나이답게 넘치는 패기와 진지한 태도로 청소년 사역에 대한 의미심장한 이야기들을 꺼내놓았다.

▲ 이요셉 전도사(오른쪽 첫번째)가 찜질방에서 양떼 모임을 하고 있다.

‘양떼 커뮤니티’

육년 전 한 교회에서 전도사로 사역 중이던 그는 밤사이 예배당에 몰래 들어와 술을 마시고 자고 있는 청소년들을 쫓아내는 일을 반복하다가 ‘복음을 전하지는 못할망정 쫓아내면 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는 새벽기도를 하려고 예배당에 들어갔는데 남자애들 여자애들 할 것 없이 전부 술에 취해서 쓰러져 있어요. 술에 취한 아이들을 깨워서 국밥을 사 먹이고 ‘다음에 오면 더 좋은 것을 주겠다’고 했더니 다음날 아이들이 정말 찾아왔더라고요. 그 아이들을 교회로 이끌면서 양떼 커뮤니티가 시작됐습니다.”

교회로 아이들을 모아놓긴 했지만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그가 데려온 아이들 대부분이 학교에서 소위 말하는 ‘노는 아이들’이다보니 기존의 교회학교 학생들과 잘 융화되지 않았던 것. 교회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고 욕을 하는 아이들을 보며 교회 집사와 장로들은 ‘교회 물을 흐린다’며 배척하기도 했다.

“하루는 교회 시무장로님이 제게 찾아오셨어요. ‘니가 나갈래, 아이들을 내보낼까’ 하시더라고요. 아직은 기존 교회학교 시스템에 녹아들기 힘들다는 판단이 들었고 그때부터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본격적인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밑빠진 독이라도 끝까지 부어야”

주로 가출 청소년과 지역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그의 선교 대상이다. 개중에는 조직폭력배처럼 온 몸에 문신을 하고 소년원을 들락날락 하는 아이들과 성매매를 하는 아이들, 계속해서 자살을 시도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 전도사는 절대 처음부터 복음을 전하지 않는다. 아이들을 모아서 밥을 먹이고 카페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시시콜콜한 농담을 하며 가까워진다. 그러다보면 아이들은 부모님과 관련해서 고민을 털어 놓기도 하고, 이성문제를 묻기도 한다. 그러다 때가 무르익었다고 판단되면 그때서야 모임을 예배로 전환해서 직접 복음을 전한다.
“한 친구가 절대 한 친구가 아니에요. 한 명이 오면 그를 중심으로 무리가 따라오죠. 아이들 대부분은 가출 청소년입니다.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죠. 당장에 도움이 필요해서 오는 아이, 친구 따라 오는 아이 등 저를 거쳐 가는 모든 아이들이 복음을 받아들이지는 않아요. ‘밑 빠진 독에 물 붙기’라고들 하지만 그 안에 자라나는 새싹이 있다면 끝까지 계속 부어야 한다는 게 제 철학입니다.”

신대방 삼거리를 중심으로 시작된 1지부 모임은 예배모임으로 안착했다. 매주 40명가량이 모인다. 지역교회인 대방중앙교회가 아이들을 받아들이면서 11월부터는 공부를 하고 싶은 아이들을 위한 ‘공주방’(공부조차 주님을 위해 하는 모임방)도 운영한다. 그는 현재 건대를 중심으로 한 2지부를 개척중이다.

뜻하지 않았던 청소년 사역

이 전도사는 신학을 하며 한 번도 청소년 사역을 꿈꿔 본적이 없다. 하지만 조금만 잘해주면 이내 ‘형 형’, ‘아빠 아빠’ 하며 따르는 아이들의 모습에 크게 마음이 쓰였다. 아이들과 함께한지도 벌써 5년. 가망 없어 보이던 아이들이 예수를 믿고 변화되는 감동도 있었지만 뒤통수를 맞기도,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기도 여러 번이었다고.

“청소년 사역은 배신과 회심의 연속입니다. 자살을 결심하던 아이가 전도자로 변해 가는가 하면, 믿고 있던 아이가 임신을 했다며 나타나기도 합니다. 없는 형편에 양떼들 간식 먹이겠다고 쓸 거 안 쓰고 모은 돈을 지갑째 훔쳐서 달아나기도 하고요. 처음에는 정말 많이 무너졌어요. 하지만 지금은 편해졌습니다. 양떼의 목자는 주님이시고 저는 양치기 개에 불과하니까요.”

주로 활동하는 노량진이나 신대방삼거리 인근에서 담배 피우는 청소년 무리를 마주치면 그 중 두세 명은 그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넨다. ‘아무개가 가출했다’는 부모의 신고가 들어오면 ‘양떼들’을 시켜 수배를 걸어 찾아내는 데까지 반나절이 걸리지 않을 만큼 그 지역 청소년들 사이에서 그는 이미 유명인사다. 자신을 통해 ‘전도사’라는 존재를 처음 보게 될 아이들에게 그는 예수그리스도를 입으로 전하기보다 몸으로, 삶으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절도와 강도, 성적 가치관의 몰락 등 뚜렷한 죄목을 가진 아이들과 함께 뒹굴며, 구원의 본질이 행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낍니다. 그렇기 때문에 억지로 아이들의 행동을 제약하거나 하지 않죠, 그러나 아이들에게 ‘같지만 다르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크리스천도 와인 한잔 정도는 마셔도 된다’고 말하는 세상이지만 더욱 경건해지기 위해 한 잔도 마시지 않습니다. 예수를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아이들이 보고 배웠으면 합니다.”

▲ 양떼 커뮤니티 1지부 예배 모습

목표는 '해체'

이 전도사와 양떼 커뮤니티의 최대 목표는 ‘해체’다. 소년원이나 교도소처럼 ‘양떼’도 부흥하면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양떼가 부흥한다는 것은 위기 청소년이 많아진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란다. 갈수록 규모도 커지고 시스템도 갖춰지고 있지만 아이들의 다양한 개성만큼 사역의 영역을 몇 가지로 규정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뚜렷한 계획을 가지고 활동하기도 어렵다. 이 전도사는 양떼 커뮤니티 1지부를 입양한 대방중앙교회 같은 사례를 더 발굴해 교회가 위기청소년을 품을 수 있는 시스템을 세우고 사라지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회가 위기청소년들을 위해 보다 많은 투자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청소년 사역의 첫 번째 원칙은 무조건적인 물질 투자가 뒷받침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냥 퍼줘야 합니다. 양적인 부흥을 원하지만 쉽지 않다고 말하는 교회를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알아야 할 것이 청소년 사역은 정말 쉽다는 것입니다. 건물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그 반만 투자해도 교회가 다음세대를 염려하지 않을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주일 예배가 끝나고 전도사가 아이들과 함께 피씨방을 가줄 수 있어야합니다. 복음의 본질은 지키되 아이들을 어리게만 보고 일방적으로 이끌어 나가려는 태도를 버린다면 교회학교는 얼마든지 부흥할 수 있습니다.”
 

후원문의 : 양떼커뮤니티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Yangttegongdongchae) 
후원 계좌 : 국민은행 639001-01-520238 한국어깨동무사역원(양떼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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