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주민과 소통하는 ‘밑지는 바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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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주민과 소통하는 ‘밑지는 바자회’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4.10.14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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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바자회 / 도림교회

작지만 강한 교회 이렇게 만들어라(8)

수익을 남기기는커녕 밑지려고 바자회를 여는 교회가 있다. 영등포 도림교회(담임:정명철 목사). 도림교회의 바자회는 밑지는 바보 바자회로 이미 동네에 소문이 파다하다. 아무리 교회라고 해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 성도들 또한 즐겁게 참여한다. 올해로 벌써 일곱 번째. ‘이웃 사랑 나눔 바자회’다.

# 김치-소금 등 반값에 공급

흔하디 흔해 별다를 게 없는 바자회. 정명철 목사는 ‘뭔가 다른 바자회’를 열고 싶었다. 그래서 고민했다. 오랜 고심 끝에 정 목사가 도달한 결론은 ‘밑지는 바자회’. 이렇게 밑지는 바자회가 탄생했고 시작됐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마이너스 바자회를 마다할 사람은 없었다. 교인들은 물론 인근 지역의 사람들까지 모여들었다. 지난 해 바자회를 다녀간 인원은 1만 5천여 명, 올해 바자회는 3만여 명이 다녀갔다.

바자회 대표 품목은 김치. 시중에서 2~3만 원은 줘야 구입할 수 있는 김치를 반값에 판매했다.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플라스틱 케이스에 담아 판매하는 가격이 고작 1만 원, 총각무김치는 5천 원에 거저 주었다. 또 김치를 담그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소금도 반값에 공급했다. 적은 양이 아니었다. 5백 포를 준비했는데 오전 시간이 채 가기도 전에 일찌감치 동이 났다. 김치와 소금을 사기 위해 서는 줄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김치를 반값에 공급할 수 있는 것은 성도들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자회가 개최되기 전 성도들은 미리 ‘김치 헌금’을 한다. 여기서 모인 돈으로 직접 배추며 소금, 고춧가루와 양념류를 구입해 김치를 담근다. 이런 이유가 있어서 반값에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가장 많이 차지하는 인건비는 성도들의 자원봉사로 채워진다. 모두가 바쁜 일을 뒤로 하고 교회로 모인다. 야외로, 휴일을 즐기러 나가야 하는 토요일 하루를 온전히 자원봉사를 위해 비운다.

도림교회의 밑지는 바자회는 이런 식이다. 정말 밑지는 장사를 하다 보니 오지 않으려고 해도 올 수밖에 없는 바자회가 됐다. 안 가면 나만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 ‘소통’과 ‘교회 이미지’에 초점

밑지는 바자회, 마이너스 바자회는 철저하게 ‘소통’과 ‘교회의 이미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인식 자체가 이렇게 정립되지 않으면 중도에 포기하거나 어떤 형태로든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효과 면에서는 어느 것보다 월등한 것이 밑지는 바자회. ‘이 교회는 지역 주민들을 생각하는 교회다’라는 강한 인식이 자연스럽게 확산된다.

이런 면에서 도림교회의 바자회는 지역과의 소통을 코드로 운영된다. 정명철 목사는 “지역 주민과 소통하고 행복한 삶을 나누는 교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밑지는 바자회라고 해서 수익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바자회에 참여하는 수많은 코너들에서 판매되는 물품이며 음식들은 선교비와 불우이웃을 돕는 데 사용할 기금을 마련하기에 충분하다.

바자회 운영은 크게 교회 내부와 외부, 두 그룹으로 진행된다. 판매되는 물품은 성도들의 기부와 외부 업자들의 물품이다. 도림교회는 외부 업자들의 물품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이익의 최소화’를 주문했고, 업자들 또한 기꺼이 받아들였다. 대신 판매는 모두 교인들이 담당했다.

이런 조건으로 시작한 바자회는 점점 규모가 커졌고, 먹거리, 의류, 건강식품, 즉석 음식 코너 등을 비롯해 54개 코너가 마련돼 바자회를 찾는 지역 주민들의 선택의 폭을 넓혔다.

# 작은 교회들을 위한 ‘공동 바자회’

규모가 작은 교회들은 ‘공동 바자회’를 구상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대부분의 개척 교회들은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 하지만 뜻을 같이 하는 교회들이 모여 공동으로 바자회를 여는 방법이다. 5개 교회 정도면 소규모 바자회 개최는 쉽게 할 수 있다.

요즘 들어 확산되고 있는 ‘토요 장터’나 ‘벼룩시장’에 함께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자체에 문의해 교회 인근 지역에서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장터나 벼룩시장이 있는지를 파악하고, 함께 참여하도록 한다.

바자회를 개최할 경우 함께 참여하기로 한 교회의 목회자들이 모여 진행한다. 장소는 교회 인근 지역 또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원이나 학교 운동장 등을 이용하면 좋다. 장소 물색은 지자체에 바자회 개최에 대한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하도록 한다. 홍보도 함께 요청하는 것이 좋은데, 지역 사회를 섬기기 위한 목적임을 알리고,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위한 공식적인 홍보와 참여를 유도한다.

이제 흔해진 바자회지만 도림교회의 밑지는 바자회는 인근의 교회들도 벤치마킹을 해 갈 정도로 성공했고, 소문이 났다. 규모가 작은 교회들도 함께 뭉치면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아이템들은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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