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사회, 교회가 해답 찾는 환경 제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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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사회, 교회가 해답 찾는 환경 제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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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0.0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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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교수 /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어느 사회나 변화의 과정 중에 있지만, 특히 한국 사회는 다른 사회에 비해 변화의 속도가 훨씬 빠르다. 근대화의 경험만 해도, 서구에서는 2백년에서 3백년에 걸쳐 서서히 이루어진 데 반해, 우리 사회는 5십년에서 6십년 정도에 걸친 매우 짧은 시기 동안에 일어났기 때문에 흔히 ‘압축적 근대화’라고 할 정도로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였다.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어느 사회구성원이나 쉽지 않지만, 특히 초기 성인기에 속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스스로도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변해서 성인이 된 지 오래 되지 않아 적응이 필요한 시기에 사회 자체도 급변하기 때문에 더욱 큰 정체성의 혼란과 위기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독교인의 경우, 이러한 변화 속에서 성경적인 관점, 기독교 신앙인으로서의 정체성과 가치관 등을 제대로 정립하지 못하면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기도 힘들뿐더러 정신적인 혼란 속에서 우울증과 같은 문제에 시달릴 우려가 크다.

초기 성인기는 학자에 따라 다르게 정의되고 있는데, 나이대로는 대개 20대부터 짧게는 30대까지, 그리고 폭넓게는 40대까지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학업기간이 증가하고, 노동시장으로의 진입은 지연되고 있으며, 결혼과 출산은 더욱 늦어지고 있어, 결과적으로 부모에 대한 의존기간도 중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초기 성인기도 더욱 길어지는 추세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젊은이들은 한 사회 안에서 언제나 기성세대에 도전하고 새로운 사회의 변화를 가장 첨단에서 수용하는 이들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따라서 이들이 교회를 떠난다는 말은 교회가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미래 사회를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교회의 본질은 존재하지만 그것은 항상 역사 형태로 나타난다는 한스 큉의 말대로, 교회는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기보다 새로운 세대에게 설득력을 줄 수 있는 모습으로 갱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회는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사회의 변화에 민감하고 시대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어야 한다.

교회 조직은 보다 탄력 있고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는 형태로 재구조화될 필요가 있고, 교회 구성원은 보다 주체성을 가지고 각자의 전문성에 따라 다양한 영역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교회 지도자는 교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렴하여 의사 결정을 하고 교회가 현대사회에서 적실성을 갖는 사역을 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교회는 언제나 사회와 영향을 주고받는다. 교회는 이렇게 변해가는 사회와 사회구성원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교회를 구성하는 교인들도 똑같은 사회에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교회는 변해가는 사회와 교체되어가는 사회 주역들의 필요에 민감해져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이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교회가 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일은 개인에게 정해진 정답 철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답을 구할 수 있는 최선의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사회는 점점 더 불확실한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러한 탈현대적 변화가 일어나는 상황에서는 거창한 사명 선언이나 전략적 기획보다는 지역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통해 그들에게 일어나는 실제적인 변화에 주목하면서 지도자와 구성원이 함께 자기들 나름대로의 대안을 마련해가는 ‘아래로부터’(bottom up)의 운동이 적실성을 가질 것이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나 들어맞는 보편적인 원리를 추구하고 거대 담론을 논하기보다는 스스로 자기의 삶과 신앙을 성찰하며 스스로의 길을 찾아 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탈현대 시대에 교회의 역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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