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이슈 결산] ‘신앙과 직제협의회’ 찬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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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 이슈 결산] ‘신앙과 직제협의회’ 찬반 논란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4.09.29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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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장통합-합동, 가톨릭 교회에 대한 시각차 드러내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양대 교단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와 합동총회가 지난 5월 창립한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이하 신앙과 직제협의회)>를 두고 이번 제99회 정기총회에서 분명한 시각차를 나타냈다.

'신앙과 직제협의회'는 예장 통합, 기장, 구세군, 성공회, 복음교회, 루터교회,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정교회 등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9개 회원 교단과 한국 천주교가 그리스도인의 일치와 교파 간 친교를 목표로 올해 공식 창립한 기구다.

협의회 창립은 교회협과 한국 천주교가 1986년부터 매년 함께해온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주간’과 2002년부터 이어온 ‘그리스도교 일치 회의’ 등의 노력으로 맺은 열매이다. 여기에 통합, 기장, 기감, 성공회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역시 오래 전부터 로마 가톨릭과 일치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결국 ‘신앙과 직제협의회’에 대한 판단은 가톨릭을 대화의 상대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또 WCC에 대한 교단 입장에 따라 분명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특히 1959년 WCC 찬반 입장이 교단 분열의 중요한 이유가 됐던 예장 통합과 합동이라면 신앙과 직제협의회에 대한 판단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

# 합동, 신앙과 직제협 반대...가톨릭 영세 불인정
예상대로 예장 합동 정기총회에서는 '신앙과 직제협의회'에 대한 교단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관련 헌의안만 11개 노회가 올렸고, 총대 대다수는 가톨릭이 교단 신학에 맞지 않지 않고, 심지어 이단이라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총대들은 임원회에 '신앙과 직제협의회'에 대한 입장 표명과 대처 방안 등을 위임했다.

합동총회 결의 중 주목할 만한 또 다른 내용도 있다. 바로 가톨릭에서 받은 영세를 세례로 인정하지 않기로 한 것. 그동안 가톨릭에서 세례를 받은 신자의 경우, 일정 교육을 거쳐 입교문답이 가능했으나 이제는 세례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결의다. 총대들 중에는 신학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신중론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전체 견해를 바꾸진 못했다.

합동 총회의 이번 결의는 지난 8월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여파로 개신교 교세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나 경계심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통합, 반대 결의 없어 ... 가톨릭 “전통이 다른 교회일 뿐”
예장 통합총회는 '신앙과 직제협의회' 창립에 기여해온 교단인 만큼 총회 내에서 공식적인 반대 결의는 없었다. 하지만 관련 논의는 회무 초반 협의회 탈퇴를 주장하는 한 총대 발언에서 시작됐다. 교리가 다른 가톨릭은 협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정영택 총회장도 "우려될 만한 부분이 있다면 대처 방안도 추진하겠다"며 제기된 문제를 일단 잠재웠다. 이홍정 사무총장은 "협의회는 직제와 교리체계를 하나로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다양성 속이 일치를 위한 협의체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예장 통합총회에서 가톨릭에 대한 바라보는 시각을 확인할 수 있는 결의도 있었다. 바로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가 가톨릭을 이단으로 보기 어렵다는 연구보고서를 채택한 것이다. 이대위는 “여러가지 입장이 있지만 결론적으로 우리와 다른 전통을 고수하는 교회로 보자"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또 “이단적 요소가 남아있는 것은 개혁이 요구됐던 부패하고 이단적이었던 로마 교회 현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사회적이라거나 반윤리적인 다른 이단 집단과 같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이색적인 부분은 통합총회가 'WCC 결정 중 문제가 되는 교리와 신앙고백이 없는지 검토하고, 있다면 WCC에 시정을 요구하기 위한' 연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한 점이다. 전 세계 345개 교단이 참석한 지난해 WCC 부산총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통합총회인 만큼 관심을 끄는 결의라 할 수 있다. 

여러 총대들은 “WCC 탈퇴를 논의하는 것은 교단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헌의안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지만, 총대들은 '연구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

한편, WCC를 반대해온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총회는 신앙과 직제협의회를 강경하게 반대할 것으로 여겨졌지만, 협의회 창립이 얼마 안 되고 구체적인 활동 계획이 없다며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WCC 회원교단이자 신앙과 직제협의회 창립멤버인 기장총회는 가톨릭과 교류를 넓히는 등 에큐메니컬운동을 강화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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