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공과공부 시간 … 교회와 교사가 ‘함께’ 만들어 나가야
상태바
위기의 공과공부 시간 … 교회와 교사가 ‘함께’ 만들어 나가야
  • 이인창·정하라 기자
  • 승인 2014.09.25 11: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소년 공과공부가 위기에 놓여 있다. 본지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상당수 청소년들이 출석 중인 교회에서 공과공부에 참여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에 참여한 1,000명의 청소년(크리스천 500명, 비크리스천 500명)들 가운데, 현재 교회에서 공과공부를 ‘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53.2%였다. 바꿔 말하면 절반에 가까운 수가 공과공부를 하지 않고 있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온 것이다. 반면 청소년의 70%는 ‘주일학교 공과공부는 신앙생활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대다수의 청소년들이 공과공부의 효과를 인정하고는 있지만, 많은 교회가 신앙이 성장할 수 있는 터전으로서 공과공부 시간을 마련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 공과 공부 진행 여부
‘공과시간’이 살아야 청소년이 산다

신앙교육이 부족할 경우 믿음이 제대로 뿌리내리기 어렵다. 대학에 들어가고 성인이 되면 신앙이 뿌리내리지 못한 청소년들은 교회를 떠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교회 학교에서 학년이 높아질수록 그 수가 줄어드는 것도 이런 이유일 수 있다.

교회 규모에 따른 교사 수급 양극화도 심각하다. 미자립 교회와 농어촌 교회는 교사가 부족해 공과공부는 불가능에 가깝다. 주일예배를 잘 드리는 것으로도 신앙교육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있지만 이는 공과공부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교회교육 전문가들은 청소년기 신앙교육의 부재는 삶에서 신앙을 잃게 만들고 정체된 믿음을 갖게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공과공부는 기독교적 지식이나 성경의 내용을 전달하는 것 이상이다. 특히 교사들을 통해 직접적으로 인격적인 관계가 형성되고, 다양한 사회문제나 세계에 대한 이야기들도 담긴다. 공과공부가 없어진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것들의 상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과공부의 모습에서 한국교회, 특히 교회학교의 위기를 논하는 것이 과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진단했다.

교사의 책임이 아닌 ‘모두’의 책임

공과공부 시간에 질 높은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가도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대개 공과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소모임(그룹)정도로 여기며 친교나 교제로 시간을 보내는 교회도 많다. 더욱이 일주일 중 하루, 그것도 한 시간 안팎으로 끝나버리는 청소년 예배에서 신앙교육의 현실은 더욱 암담하다. 예배시간이 짧을수록 공과공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낮을 수밖에 없기 때문.

본지 설문조사에서 공과공부에 ‘불만족한다’고 응답한 학생들에게 그 이유를 다시 물었다. ‘교회활동에 대한 강요’가 22.5%로 가장 높았지만, ‘교육준비가 미흡해서’가 20.3%,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민에 관심이 없어서’가 16.3%가 나온 것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청소년 신앙교육이라는 막중한 책임이 떠넘겨진 교회학교 교사들의 어깨는 더욱 무겁기만 하다. 공과공부 시간에 교사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지만, 이를 위한 체계적인 학습 툴은 부족한 현실이다. 자칫 이벤트성 프로그램에 매몰되는 경우도 많다.

이제는 단순한 교사들의 헌신과 믿음으로 청소년들을 교육하기에는 한계에 이르렀다. 삶에 믿음을 접목할 수 있는 교육이 없이는 혼란한 세상에서 신앙적 가치관을 지키기 어렵다. 여기서 주지해야 할 사실은 청소년 교회교육은 교사와 교회, 교단이 ‘함께’하는 교육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사들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교회와 교단은 교육방향과 좋은 교재, 올바른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공과공부를 위해 어떤 교재를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공과공부 교육 교재가 중요하다.

많은 교단들은 소속 교단에서 나온 공과교재를 사용하기 어려워하거나 번거롭게 여긴다. QT교재와 같은 묵상집을 많이 활용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묵상집은 성경 교육교재와는 분명히 차원이 다른 접근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모 교단 교육부서 담당자는 “공과교재를 활용하지 않는 것은 교역자들의 우월적 의식이나 교육의 연속성을 간과하기 때문”이라고 꼬집기도 한다. “깊이가 얕은 교육으로는 청소년들의 삶 전반을 뒤흔들 영향력을 가질 수 없다”는 지적도 설득력 있다.

일선 교회와 교사들의 입장에서는 공과교재를 꺼리는 이유도 분명하다. 많아야 20분 정도에 교재 내용을 다 가르칠 수 없다는 물리적 한계가 가장 큰 이유다. 묵상집을 사용하는 것도 청소년들과 삶을 나눌 수 있는 통로가 되기 때문에 도움이 되는 점도 있다.

실제 교단에서 발행한 교재들을 보면, 대여섯 쪽 분량을 교육하도록 돼 있지만 성경을 읽고 교사가 교육하고 질의응답을 하고 적용을 나누기까지 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교사들의 고충도 이해되는 대목이다. 그래서 서울 모 교회는 아예 설교시간에 공과교재를 다루고 분반 시간에 나눔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반복되는 이야기는 결국 교회학교 내 공과공부만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장신대 박상진 교수는 “위축된 분반공부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며 “교사들이 짧은 시간에 효과적인 교육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교회학교 교육에 연계된 부모 신앙교육과 교역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교단별 개선 노력

청소년들이 신앙 안에서 바르게 클 수 있도록 돕는 ‘내실 있는’ 공과공부는 좋은 교재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한 교사의 역량을 넘어 기본적인 학습의 툴이 갖춰져 있을 때 공과공부의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각 교단들도 공과교재 변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장 통합총회는 설립 100주년 기념공과를 청소년을 주축에 두고 개편을 진행 중이다. 6개년 계획으로 성경 스토리, 교리, 제자훈련 등 매해 방향을 새롭게 해 접근하고 있다. 보기 쉬운 디자인 측면도 강화해 학생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또 학년에 관계없이 함께 배울 수 있는 통합형 교재도 완성 단계에 이르고 있다.

예장 합동총회 역시 농어촌 교회나 미자립 교회들을 고려한 교육 통합시스템을 마련해 가면서 통합교재를 마련했다. 주제와 계단식 교육이 가능하도록 있다. 최근에는 3D 증강 현실을 활용한 교재개발 노력도 하고 있다.

기독교대한성결회는 교단 백주년기념사업으로 지난 2007년, 전인적 교육목회 시스템인 BCM을 개발하고 교재 개발과 교사 양성에 주력해 왔다.

단순한 교재활용을 넘어 교사를 체계적으로 양육하는 시스템이다. 또한 주입식 교육방식이 아니라 청소년과 교사가 서로 소통하는 훈련 프로그램이다. 청소년들은 교육의 대상으로서만 아니라 목회적 돌봄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교육하는 것이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4년을 단위로 교육과정을 시행하고 있으며, 올해는 ‘은총과 성화’ 교육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교재는 낱장으로 구성되어 매주 한 장씩 사용할 수 있도록 책으로 묶지 않았다는 데 특이점이 있다. 교회력과 한국교회사, 그리고 우리나라 절기에 맞춰 주제를 선별했다. 보고, 찢고, 만들고 오리는 교재로 주제에 따라 다양한 활동들이 가능해 청소년들의 흥미와 오감을 충족시킬 수 있는 교재로 주목을 받고 있다.

기감 교육국 정현범 목사는 “감리교에서는 중대형교회 위주가 아니라 중소형 교회 위주의 보편적인 교재와 프로그램을 개발하려고 노력한다”며 “다음세대를 양육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교재와 프로그램을 통한 교단 차원의 뒷받침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