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가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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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가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4.09.01 1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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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자살예방센터 라이프호프 ‘생명보듬 함께 걷기’ 캠페인 전개

“누구나 고통스럽고 아픈 경험은 있을 거예요. 하지만 자살은 끝이 아니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에요. 진짜 문제는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닫지 못하는 데 있어요. 저 역시 그러한 고민을 했던 한 사람으로서,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 사실을 알리고 싶어서 나왔어요.” 

지난 30일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는 생명에 대한 소중함과 ‘살아있음’에 대한 감사를 전하고자 하는 이들로 성황을 이뤘다. 2천 명이 넘는 시민들은 오롯이 한 생명의 가치를 인식하고, 이를 전파하고자 이번 캠페인에 참여했다. 기독교자살예방센터 라이프호프(Lifehope, 공동대표:노용찬·박상칠·유영권)는 소중한 생명을 보듬기 위해 모든 세대가 함께 하는 문화 캠페인으로 ‘생명보듬 함께 걷기’를 진행했다. 나이, 세대, 성별은 제각기 다르지만 생명을 사랑하고 이를 알리고자 하는 마음에 삼삼오오 동참한 것이다.

▲ 기독교자살예방센터 라이프호프(Lifehope)는 소중한 생명을 보듬기 위한 모든 세대가 함께 하는 문화 캠페인 ‘생명보듬 함께 걷기’를 지난 30일 진행했다.

# ‘당신’은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이른 아침 9시. 캠페인이 시작하기도 전에 한강공원 한켠에는 많은 수의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늘어섰다. 걷기 행진의 시작을 알리는 호각 소리가 한강공원 내에 울려 퍼지자 가벼운 옷차림의 참가자들은 일제히 한 마음이 되어 걷기 시작했다.

한걸음,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생명의 소중함이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달되기를 바라며 참석자들은 시종일관 밝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엄마의 손을 붙들고 나온 아이와 가족들, 중고생들, 20대 초반의 청춘 남녀들까지 다양한 구성원들로 가득했다. 황금 같은 휴일, 가족과 함께 휴양지로 떠날법한 화창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생명보다 귀한 것은 없다’는 인식이 캠페인 참가에 더욱 큰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OECD 국가 중에서 한국은 10년 동안 자살률 1위국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1999년 IMF 이후 급격한 경제적 어려움을 얻으며 한국 사회에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는 성장과 경쟁의 문화 속에 삶과 생명에 대한 본질적 가치를 잊게 만들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라이프호프는 죽음의 문화를 극복하고 생명의 문화를 일구어 내자는 목표로 ‘생명보듬 함께 걷기 캠페인’을 기획했다. 이를 통해 생명 사랑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기를 기대하는 간절한 바람에서다.

청소년 자녀 두 명과 함께 캠페인에 참여한 강은정 집사(44·한영교회)는 “청소년을 키우는 어머니의 입장에서 자살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고 참여했다. 한강 공원을 걸으며 자연스럽게 삶에 대한 자녀들의 고민과 의견을 공유하는 시간을 보냈다. 오랜만에 자녀와 깊이 대화하고 속 깊은 이야기까지 나눌 수 있었던 의미있는 시간 이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번 캠페인에는 유독 청소년 참가자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국내 청소년 사망 원인 중 1위가 자살에 해당하는 만큼 자살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청소년들에게 더 이상 거리가 먼 주제가 아니다.

김우혁 학생(14·효양중)은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쉽게 ‘죽고싶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생명이 소중하지 않다고 느낄 때가 많이 있었다. 그래서 죽음에 대해 쉽게 생각하고 자살을 택하는 같은 또래 친구들도 많이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이번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주위의 가장 가까운 친구들에게 생명의 가치를 알려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의도 한강공원을 따라 5km의 거리를 걸으며, 시민들은 생명의 가치를 되새기며 실질적인 ‘생명 보듬이’로 활동해야 할 목적과 사명을 재확인했다. 캠페인을 알게 된 경로는 제각기 달랐지만, 자살이 더 이상 제3자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 내 자녀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절박한 인식은 이들이 생명의 문화를 향해 한층 더욱 가까이 다가서도록 만들었다.

연달아 열린 문화 행사에서는 힙합그룹 ‘멘토’와 ‘극단 느낌’이 출연해 생명의 가치를 알리는 공연을 선보였다. 공연 이후에는 관중석에서 복음을 전하며 진정한 생명이 ‘예수 그리스도’께 있다는 고백으로 복음의 본질적 능력을 통해 죽음의 문화를 극복할 것을 독려했다.

# 내가 자살예방도우미 ‘게이트 키퍼’

전문가들은 자살을 시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살의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혼자’라는 생각에 고립된다고 진단한다. 자살의 이유는 다양하지만 결국 자신의 문제와 고민을 누군가에게 터놓지 못하고 정서적 공감대를 얻지 못한 이들은 우울증, 정서 불안에 시달리며 자살을 시도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살의 문제는 어느 누구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도 누군가에게는 친구이자 가족이었을 터. 연구에 의하면 자살한 사람들의 80% 이상이 자살하기 전, 자살 징후를 보인다고 한다. 경각심을 가지고 조금 더 주의 깊게 살피면 귀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기에 자살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노력뿐만 아니라, 주변인의 돌봄과 사회의 관심이 필수적이다. 

특히 평소와 다른 행동, 언어 및 감정적 표현을 통해 자살 위험군을 식별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은 주변인이 ‘게이트 키퍼(gate-keeper)’ 가 되어 자살의 위험에 있는 사람들을 조기에 발견하도록 하는 것이다. 내가 먼저 생명을 살리는 게이트 키퍼가 되어, 무관심 속에 누군가를 방치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자살의 위험에 놓인 사람들이 자신에게 다가오기만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활동이 아니다. 어둠의 문화 속에 방황하는 이들을 찾아 나서는 적극적인 활동이다.

더욱이 우리나라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것은 청소년 자살 문제가 더욱 심각한 상태라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친구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청소년들은 ‘또래집단’을 통해 자신의 어려움과 고민을 털어놓는다. 자살에 대한 개입도 마찬가지다. 청소년 자살 예방을 위해서는 같은 청소년 모두를 게이트 키퍼로 양성해 서로가 서로를 섬기고 돌보는 ‘생명 지킴이’가 되도록 하는 적극적인 교육과 개입이 필요하다.

정택수 한국자살예방센터장은 “청소년들은 자살하고 싶은 마음을 선생님, 부모가 아닌 친구에게 말한다”며 “그렇기에 학생들의 자살 징후 식별, 조치요령 등 전반적인 생명지킴이 교육과 또래상담활동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자살은 분명 예방할 수 있고 우리 모두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며 “자살 징후가 분명하게 식별된다면 즉시 담임 선생님이나 상담 선생님에게 알리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러한 게이트 키퍼 양성을 위해 라이프호프는 자살예방도우미 기초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자살 위험자를 조기에 발견, 전문기관 상담·치료를 연계해 이에 대한 지원 및 관리를 체계화하도록 하는 것이다. 게이트 키퍼 양성 교육은 청소년, 부모, 교사, 목회자 등 다양한 직업군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또한 목회 지도자들과 교회를 중심으로 체계적이고 실제적인 자살 예방 교육을 위한 기독교 자살예방 교육 프로그램 ‘무지개’를 개발해 기독교 자살예방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라이프호프는 자살예방에 대한 인식 개선과 함께 게이트 키퍼 양성으로 교회가 중심이 되어 생명의 문화를 선도해나갈 예정이다.

▲ 라이프호프 ‘생명보듬 함께 걷기’ 캠페인에 참여한 참석자들이 현수막을 펼쳐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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