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측 정통성 인정한 교회협 행보에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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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측 정통성 인정한 교회협 행보에 ‘불만’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4.08.2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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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성 여의도총회, 교회협 ‘행정 보류’ 해프닝
▲ 기하성 여의도는 26일 실행위원회를 열었지만 교회협 행정보류안 상정은 유보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에 출마한 이영훈 목사(기하성 여의도 총회장)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이 목사는 지난 13일 한기총 대표회장 입후보 등록에 이어 지난 18일에는 수년 간 몸담아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원권 ‘행정 보류’를 통보했다.

보수 연합기관 수장으로 가기 위해 교회협과 거리두기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과 달리 기하성 여의도 측은 “교회협이 먼저 일방적으로 기하성의 회원 자격을 박탈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행정보류’ 사건은 교회협의 사과와 신속한 행정조치로 무마되면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교회협과 기하성의 동행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 교회협 ‘행정보류’ 왜?
기하성의 교회협 회원 ‘행정 보류’ 통보는 예상보다 빨리 이뤄졌다. 18일 임원회에서 ‘행정 보류’를 결정하고 26일 실행위원회를 거쳐 내년 5월 총회에서는 아예 탈퇴하는 수순이었다.

교회협 등 교계 일각에서는 “한기총 대표회장이 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결정이 아니겠냐”며 아쉬움을 표하고 있지만, 기하성 내부에서는 “교회협이 괘씸하다”며 “더 이상 멤버십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일었다. 대체 기하성을 이처럼 뿔나게 한 이유가 뭘까?

교회협은 지난 7월 실행위원회에서 총무 선출을 위한 인선위원회 구성을 결의했다. 당시 김영주 총무는 “기하성은 통합을 전제로 여의도와 서대문 연합회로 활동하고 있었다”며 “양 교단에서 각 1명씩 인선위원을 추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서대문 증경총회장 박성배 목사는 “기하성 분열 후 법적 정통성은 우리가 가지고 왔다. 누가 과연 교회협 회원인가 설명해보라”며 지도부를 압박했다. 한 자리도 양보할 수 없다는 박 목사의 강경기조 아래 교회협 지도부는 “법대로 하겠다”는 말로 위기를 모면했다.

그러나 기하성의 마음을 상하게 한 사건은 내부 행정처리 과정에서 일어났다. 교회협은 각 회원 교단에 2명씩 인선위원을 추천해달라는 공문을 보내면서 ‘여의도총회’에는 공문을 보내지 않았다. 교회협은 “실수로 공문이 누락됐다”고 해명했지만, 누가 봐도 ‘고의적인 실수’였다.

여의도의 시각에서는 “교회협이 우리를 회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 충분했다. 18일 열린 임원회에서는 ‘매파’들의 공격이 거센 것으로 전해진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강경파 임원들은 “그동안 회비뿐만 아니라 각종 후원금까지 여의도의 기여가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총무 인선위원 파송이라는 작은 권리도 누릴 수 없다면 교회협 참여를 다시 생각해야 하는 것이 아니겠냐”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기하성 여의도총회는 18일 임원회를 마친 후 즉각 교회협에 ‘행정처리(총무 인선위원 추천 공문)’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행정 보류 및 각 위원회와 관련 사업에서 전부 철수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강경파 임원들은 ‘탈퇴’까지 주장했지만 교단 내 행정적인 문제로 인해 임시 ‘행정보류’ 통보만 결정하고 나머지 절차는 실행위로 넘겼다. 그러나 교회협의 사과와 총무 인선위원을 서대문과 여의도가 한 자리씩 추천키로 합의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지난 26일 실행위원회에서 ‘행정보류’ 안건 상정 자체를 유보하면서 교회협 탈퇴는 없던 일로 돌아갔다.

# 교회협 안고 한기총으로?
교회협의 행정 실수에 대해서도 여러 분석이 나온다. 총무 인선위원회 구성에서 여의도를 누락시킨 것에 고의성이 없냐는 것이다. 교회협 일각에서는 김영주 총무 재임 의욕이 부른 실수라고 분석한다. 오랜 정치적 친분 속에서 기하성 서대문 표는 확실하다는 판단에 일단 이영훈 목사를 버린 것이 아니냐는 것.

‘행정 보류’ 공문을 받고도 교회협은 비교적 여유로왔다. 이영훈 목사가 빠질 경우, 교회협의 주력 사업들이 타격을 입지만 이영훈 목사 자체가 애정을 가지고 진행한 사업이기 때문에 쉽게 놓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여의도가 막대한 물적 후원을 한만큼, 교회협도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둘러싼 재정의혹에 대해 단 한 번도 가시돋힌 발언을 하지 않았다. 대형교회와 교회협의 기형적인 동거 이면에 깔린 암묵적인 합의가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긴밀할 수 있다.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기하성 여의도는 “언제든 탈퇴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한편, 한기총 대표회장 출마를 앞두고 WCC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교회협과 공식적인 관계를 지속하는데 대한 우려도 높다.

이영훈 목사와 홍재철 목사가 한기총 회생을 위해 어떤 합의를 했는지 알 수 없지만, 교회협 회원권을 유지한채 한기총 선거에 뛰어든 이영훈 목사에 대해 우려의 소리가 높다.

한기총 내부에서조차 “교회협 잔류가 한기총 활동에 후유증을 남길 것”이라며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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