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상태바
(55)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운영자
  • 승인 2014.08.26 23: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마을농원 조성사업에 참여한 마을 사람들이 발생한 재해를 두고 불평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조상 대대로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면서 이 땅에서 살아왔소. 우리는 자연에서 나오는 열매와 식물들을 먹고 살아왔소. 우리가 자연대로 있는 이 땅을 파헤치는 행위가 자연을 다스리는 신의 노여움으로 인해 발생한 재앙임이 틀림 없소. 여기서 우물쭈물하고 있다가는 자연의 신 앞에서 죽음을 면치를 못 할 것이 분명하오. 우리가 불행을 면하려면 여기서 속히 떠나는 길 밖에는 없소.”

연장자로 보이는 이가 말했다.

“아닙니다. 우리는 여기에 남아서 농지를 개발해야 합니다. 다른 선진국들은 땅을 개간하여 식량을 증산하고 사용하고 남는 식량을 다른 나라에 수출까지 합니다. 우리가 가난을 면하려면 지금 할 수 있는 길은 이 유휴 농지를 개간하는 일입니다.”

한 청년이 말했다.

“우리가 행복하게 사려면 자연 앞에서 순종하는 길 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는 것일세.”

“아저씨, 그렇게 말하시면 안 됩니다. 우리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인간이 자연을 극복하고 이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 불경한 말을 내 앞에서 그만 두게나.”

“불경한 말이 아닙니다. 조물주께서 모든 것을 창조하신 후에 사람에게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고 하셨습니다.”

“여보게 이 청년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내 말이 옳다고 생각하는가. 말들 해보게.”

마을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어떤 결론을 얻지 못했다.

“‘To be or not to be'란 말 들어 보신 적 있으세요?"
청년이 그들을 향해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인가?”
“모르시면 알려 드리지요. 덴마크의 왕자 햄릿이 숙부의 암살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원한을 갚으려고 할 때 한 말입니다.”
“지금 여기서 그게 무슨 문제냐고?”
“‘살 것이냐?, 죽을 것이냐?’가 단순히 ‘먹고 사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행위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선택을 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우리의 장래와 우리 후손에 관한 중대한 문제입니다."
“그래. 어떻게 하자는 말인가?”
“여기서 남아서 농사를 지을 것인가? 아니면 떠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합니다.”

아침이 밝자 농지조성을 하던 사람 중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떠났고 젊은 청년 5명이 남아 있었다.

김훈섭이 처음 농지조성사업을 시작하려고 했을 때 마을 청년들을 설득시키고 청년들은 다시 그들의 부모를 설득하여 농지 조성에 참여토록 하였다. 그가 농지조성을 시작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의식에 깔린 문화적 차이, 종교적 차이가 하나의 걸림돌이 될 것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선린 일행이 새마을농원에 도착했다.

“누구십니까?”
김은영이 그들을 찾아 온 일행을 보면서 말했다. 선린은 김은영을 보자 그녀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아니 이럴 수가?”

선린은 10년 전 한 때 초상화 공부에 심취해서 함께 배우던 그때를 생각했다. 세상은 넓고도 좁은 것 같았다. 만리타국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때 우린 그림 그리는 일에 정신이 빠져 있었죠.”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그러나 이젠 다 지난 일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어요? 제게 어떤 일이라도 있나요?”
“곽진언 씨의 유산 때문입니다.”

선린은 그가 여기까지 온 이유의 자초지종을 그녀에게 말했다. 선린은 곽진언 씨가 유언으로 재산 중 일부를 그녀에게 유증한다는 취지를 말했다.

“그분과 저와의 일은 끔찍한 악몽과 같습니다. 저는 더 이상 그분과 인연을 맺고 싶지 않습니다.”
“그분은 은영 씨가 자신의 과거의 잘못에 대하여 용서해 주시기를 빌었습니다.”
“저는 그분의 일을 다 용서했습니다. 그러나 지나간 과거를 되돌릴 수가 없는 것처럼 과거로 인하여 얽매여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는 은영 씨의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현재의 삶이 전부가 아닙니다. 우리가 아무리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는 우리의 과거의 흔적을 지울 수는 없습니다. 그 과거가 지금 우리 현재의 주춧돌이 되었습니다.”

은영은 선린의 말에 잠시 침묵하고 있었다.

“은영 씨, 지금의 현재가 우리들 미래의 주춧돌이 되는 것 아닙니까?”
“…….”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물질이라는 것이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지금 결정하시기 어려우시면 추후에 결정하셔도 됩니다.”

선린은 10년 전 초상화를 그리며 김은영과 함께 몰두할 시절을 생각했다. 김은영의 외모는 수려했고 한 폭의 수선화처럼 고상했다. 그런 그녀에게 호감을 갖지 않은 청년은 아무도 없었다.

“여기 상황은 좀 어떻습니까?”
“태풍 후 마을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고 어린이와 노약자 수명이 생명을 잃은 상태입니다.”
“이것은 제가 서울을 출발할 때 구명신경외과 장지원 원장이 지원한 약품입니다.”

선린은 그가 소지한 약품을 건네면서 말했다.

“이 정도면 한 마을을 살리고도 남을 만한 양입니다.”

김훈섭과 김은영은 선린 일행을 만나자 모든 걱정이 사라졌다. 그들은 하나님께서 필요한 때에 필요한 사람을 보내어 역사하시는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다.

프란시아와 쒸잔이 마을 여기저기를 살펴보았다. 그들은 마치 오누이처럼 함께 돌아다녔다. 마을 사람들이 먹을 것이 없어서 모두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었다.

농지조성사업에 일하던 마을 사람들이 떠나면서 농장에서 보관한 곡물을 모두 가지고 떠났다. 농장 사람들을 위해서는 식량을 준비하는 이일 시급했다.

선린 일행이 김훈섭의 새마을농원에 도착한 지 7일이 지났다. 마을 사람들은 새마을농원에 가면 곡식을 구할 수 있고 의사가 아픈 사람을 치료해 준다는 소문이 순식간에 그 지역에 퍼져나갔다. 먼 마을에서까지 사람들이 찾아와 마을 사람들이 필요한 곡물을 무료로 얻은 후 그들은 허리가 부러질 정도로 굽히면서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들에게 언제 태풍아 왔는가를 잊어버린 채 모두 행복한 표정이 되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